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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범 히로히토’를 말한 게 왜 잘못인가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관련 발언에 일본 정부 각료와 정치권이 연일 날을 세우는 등 반발의 양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1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왕 전범 아들'이란 표현을 재차 문제 삼고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강한 항의의 뜻을 계속 전달하고 있으며 문 의장에게 사죄와 철회를 요구한다고도 밝혔다.

총리만이 아니다. 고노 다로 외상도 한국에 5차례나 항의와 사죄를 요구했으나 반응조차 없다며 우리 측의 무례를 지적하고 나섰다.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 역시 서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일왕 사죄 발언에 항의했다. 그야말로 문 의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에 불만을 품고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형국인데, 누카가 회장은 이참에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까지 걸고넘어지면서 한국 정부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한 모양이다.

평화의 사도로서 국민적 추앙을 받고 있는 일왕을 건드린 일이 몹시 괘씸하고 무엄하다는 게 반발의 이유 같은데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피해국민을 적반하장으로 몰아붙이는 그들이야말로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문 의장이 말한 '전범 일왕'은 히로히토다.

잠시 1945년으로 돌아가 보자. 잔혹했던 일제 식민 통치의 최고책임자는 당시 국왕이었던 히로히토였다. 당연히 이 자는 도쿄국제전범재판소의 법정에서 이미 A급 전범으로 사라져야 할 인물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은 일왕이 일본인들을 한 데 묶는 구심점인데 그가 없어지면 원심력이 크게 작용해 일본 점령계획에 불리할 것 같다며 당시 태평양 총사령관 맥아더에게 히로히토를 살릴 것을 지시한다.

히로히토는 증거 인멸과 함께 기소에서 면죄되었고 이후 평화의 사도로 둔갑되었다. 특급 전범이었던 도조 히데키 등 군부광신자들의 억울한 희생양이었을 뿐이라는 게다. 평화를 사랑해왔다는 일본 국민들의 자부심도 잠시 군부주의자들의 유혹에 흔들려 상처받은 것으로 치부되었다.

중국의 인민출판사가 낸 '중국 항일전쟁사'에서도 침략전쟁과 잔학행위에 대한 히로히토의 책임이 크다면서, 공정하지 않고 결함이 있었던 도쿄 재판을 통한 일왕 면책이 결국 일본의 우경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전범 히로히토를 언급한 문 의장의 말은 하등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학대를 겪으며 고생만 하다 운명하신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며 다시 한번 일본 정부의 진솔한 사과를 요청하며 나온 단순한 발언을 두고 연달아 나대는 일본 우익들의 행태가 꼴사납기 그지없을 뿐이다.

1948년 국제재판을 통해 이미 죽었어야 했을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 이 자 역시 종전 후 새로운 통치전략에 활용하려는 미국의 비호로 목숨을 보전 받고 일본의 우경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바로 아베 신조, 현 일본총리의 외할아버지다. 전범 가족사의 비극 앞에 숙연히 반성하기는커녕 도리어 고개 쳐들고 한반도를 향해 악다구니를 쏟고 있다니, 그 피가 어디 가겠는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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