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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다릴 수 없다” 일본전범기업 찾아가는 강제동원피해자 대리인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부의 사죄,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19.02.14.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부의 사죄,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19.02.14.ⓒ뉴시스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한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했지만,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해당 기업들이 판결 결과 이행을 거부하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과 지원단이 직접 일본 기업을 방문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즉각 배상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17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하,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정부와 기업에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을 열었다. 이들은 "아베는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하라", "일본기업은 판결에 따라 즉각 배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안영숙 공동대표는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 소송의 원고였던 고 김중곤 할아버지의 얘기를 꺼냈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달 25일 노환으로 인한 급성폐렴으로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안 공동대표의 말에 따르면, 김 할아버지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으로 일본 전범기업인 미쯔비씨를 상대로 한 소송에 20년 간 참여했다. 그의 여동생과 부인은 근로정신대 피해자였다. 부인 김복례 씨는 여동생의 친구로 같이 일본에 강제동원돼 노동을 했다.

동생인 김순례 씨는 1944년 12월7일 발생한 동남해(도난카이)대지진 때 목숨을 잃었다. 김복례 씨는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와 김중곤 할아버지를 찾았고, 당시에 "나만 살아 돌아왔다"며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자책했다고 한다. 이 인연으로 김 할아버지는 김복례 씨와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게 됐다고 한다.

안 대표는 "부인은 일본에 소송을 할 때, '일본에 오라'는 말을 듣으시고는 첫 마디가 '나는 나고야가 징글징글해서 절대 가고 싶지 않다'였다. 그래서 처음엔 김 할아버지만 일본에 소송하러 갔다. (부인은) 그 이후로 딱 한 번 지진에 죽은 친구를 추모하는 추모비 앞에 가시고 2001년에 돌아가셨다"며 "그러니 김중곤 할아버지의 한이 얼마나 많으셨겠냐"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1월 울산에서 김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떠올리며 "그분이 하는 말씀이 '내가 지금껏 살아버티는 것은 내 여동생과 부인의 명예회복을 반드시 하고 죽겠다는 의지다', '나는 결코 죽을 수 없다', "'나는 이 판결이 났으니 이행하는 것까지 볼 것이다'고 정말 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들이 뵌 지 2주 만에 부고가 왔다"며 "판결 소식을 듣고도 끝내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 했다.

강제동원 공동행동에 따르면, 미쯔비시 근로정신대 소송원고는 총 11명, 그 중 유족 3명을 제외하고 피해당사자 8명 중에 6명이 요양 병원에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는 "한 할머니가 최근에 '내가 자꾸 기억을 깜박깜박하고 있다. 너무 두렵다. 내 평생의 한을 풀고자 소송에 나섰는데 내가 판결을 듣고도, 사죄를 듣고도 행여 그것을 알지 못할까봐 너무 두렵다. 병원 신세를 지고 있으니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닌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사과도 (피해 당사자가) 받아줄 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당사자가 이해할 때 사죄 해야한다. 이런 분들이 돌아가신 다음에, 기억을 잃어버린 다음에 사죄하고 배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피해자들 평균 연령이 90세가 돼 가고 있다. 더이상 일본은 책임을 미루지 말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2007년에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본 기업에 도의적 책임이 분명히 남아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책임을 이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며 "일본 사법부마저도 일본 기업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 마당에 한국 사법부의 판결이 나왔는데 지금까지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부의 사죄,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19.02.14.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이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부의 사죄,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19.02.14.ⓒ뉴시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대법원 판결 이행 촉구에도 일본 기업은 배상은 커녕 피해자 대리인들의 협의 요청도 거절하고 있다. 강제동원 소송대리인단은 일본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에 판결 이행을 요구하기 위해 2차례나 방문했지만 책임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번번이 입구에서 돌아서야 했다.

결국 소송인단은 압류를 신청했고, 압류 결정이 있은 후로부터 1개월이 경과했지만 신일철주금은 어떠한 협의 의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강제동원 소송대리인단 간사인 김세은 변호사는 "저희가 내일 다시 한 번 신일철주금을 방문해서 협의를 요청하고, 그럼에도 신일철주금이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매각명령 신청에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전범기업 후지코시에 대해서도 역시 1심과 2심에서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해야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후지코시는 현재 상고한 상태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상고의 실익이 없다"며 "피해자 배상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만으로 상고를 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후지코시에 대해서 기존에 나와있는 판결에 근거해 가집행 절차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는 항상 '언제 내가 사과와 배상을 받을 수 있냐'고 궁금해 하시고 기다리고 계신다"며 "명확한 판결이 나와있는 상황과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저희가 집행 절차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을 강제동원해서 강제노동시켰다라는 명백한 진실이 있는 한 일본 정부와 기업은 국제법 위반이다. 1965년 한일 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다"며 "그 역사적 진실을 기반해서 배상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일본 기업에 전향적인 태도를 요구했다.

한편, 강제동원 피해자 대리인들은 15일 일본 전범 기업에 방문한다. 이날 오후 2시 15분에 신일철주금, 오후 3시에 미쓰비시, 오후 4시 30분에 후지코시를 차례로 찾아가 판결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강제동원 공동행동은 15일부터 28일까지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법원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1인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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