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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는 ‘위법’하지만 취소는 안 된다는 법원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가 확정된 2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 저 너머에 뭉개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가 확정된 20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5·6호기 공사현장 저 너머에 뭉개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뉴시스

국제환경단체와 시민들이 제기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 법원이 건설허가 처분의 위법성은 인정하면서도, 경제적 손실 등을 이유로 허가를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소송을 제기한 환경단체는 "부당한 판결"이라고 유감을 표하며 항소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14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와 시민 559명으로 구성된 '560 국민소송단'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를 상대로 제기한 신고리 5·6호기 원전건설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위법한 건설허가처분 인정의 내용을 담은 사정 판결을 내렸다.

사정판결(事情判決)이란, 원고의 청구가 이유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 것으로, 행정소송법 제28조 1항에 명시돼 있다.

해당 소송은 경주 지진이 발생했던 2016년 9월 12일 시작됐다. 총 14회의 재판을 거치며 원고 준비서면 43회, 증인신문 1회 등 방대한 자료가 법원에 제출됐다.

그린피스 등 원고 측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처분과 관련해 ▲인구밀도제한 위치기준 한도 초과 ▲개정 원자력안전법령에 의한 중대사고관리규정 미적용 ▲방사선비상계획의 실행가능성 미검토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수렴절차 관련 위법 등 총 13개의 쟁점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가운데, 법률상 원안위원 결격자가 이 사건 허가를 위한 위원회 결의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부분과 신고리 5,6호기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에 운전 중 중대사고 평가에 대한 기재가 누락됐다는 점에 대해서만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사 취소에 따른 다양한 사회적 손실을 고려하면 앞서 인정한 위법 사유로 취소해야 할 이유가 매우 작다"며 사정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사실상 위법사유가 한 가지만 인정되어도 위법한 건설허가처분으로 취소가 돼야 하지만 재판부는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사정판결의 방식으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560 소송단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취소소송 사정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위태로운 원전, 멀어진 국민안전”이라고 쓰인 배너를 들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그린피스 활동가들과 560 소송단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취소소송 사정 판결에 유감을 표하며 “위태로운 원전, 멀어진 국민안전”이라고 쓰인 배너를 들고 있다.ⓒ그린피스 제공

판결 이후, 원고인 그린피스 주최로 이날 오후 엘타워 5층 데이지홀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 취소소송 결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소송대리인을 맡은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인 김영희 변호사는 "판결은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이라며 "소송을 낸 목적은 건설 허가 처분이 적법한 지 여부를 다투는 것이었고, 건설 허가처분이 위법하다는 부분에 대해서 법원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소송 비용을 전부 피고와 피고참가인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가 부담한다"며 "소송 비용 부담은 원래 패소자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소송대리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왼쪽)와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오른쪽)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 결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소송대리인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의 김영희 변호사(왼쪽)와 그린피스 장마리 캠페이너(오른쪽)가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 취소소송 결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그린피스 제공

김 변호사는 사정판결에 대해 "한 개라도 처분이 위법하면 취소가 돼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원전과 같이 안전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사업에 있어서 불법적으로 건설허가를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예외적으로 사정판결을 해준 것은 법원이 너무 부정하게 판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상대방 쪽에서 사정판결을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었다"면서 "피고 쪽에서 재판 과정 마지막에 혹시라도 위법성이 인정이 되더라도, 사정판결이 되게 해달라고 써 내서 피고들조차도 이 재판에 자신이 없어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장미라 캠페이너는 "국내 최초로 건설 허가에 문제 제기를 하고, 사법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함께 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소송대리인을 통해 그린피스와 전국에서 모인 559명의 국민 소송단이 함께 항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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