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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선욱·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성내천 다리에 고(故)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흰 리본 끈이 묶여있는 모습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성내천 다리에 고(故)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흰 리본 끈이 묶여있는 모습ⓒ민중의소리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했던 신규 간호사가 병원 내 괴롭힘인 '태움'과 '업무상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며 지난해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건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 근무했던 한 간호사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세상을 등졌다. 민중의소리는 고(故) 박선욱 간호사의 1주기를 맞이해, 병원에서 일했던 두 노동자의 죽음과 그 이후 남아있는 과제를 짚어봤다.

서울 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했던 입사 6개월 차, 박선욱 간호사가 '태움'과 '업무상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며 지난해 설 연휴 첫날인 2월 1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은 고인의 극단적인 선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태움과 과중한 업무 등으로 인한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태움’ 의혹 신입 간호사 유가족 “병원 잘못으로 우리 아이가 죽었습니다”]

신규 간호사의 죽음이 남긴 질문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선욱 간호사의 유품과 그 안에 남겨진 유서.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선욱 간호사의 유품과 그 안에 남겨진 유서.ⓒ행동하는 간호사회 제공

고인의 휴대전화 속 메모에는 "업무에 대한 압박감, 프리셉터 선생님의 눈초리, 의기소침 해지고 불안한 증상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하루에 세네시간의 잠과 매번 거르게 되는 끼니로 인해 점점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라는 글이 담겨 있었다.

고인은 3개월 간의 교육 후에 중환자실에서 3명의 환자를 담당하는 등 과중한 업무를 맡게 됐다. 병원 감사팀 보고서에는, '교육과정상 중환자실 간호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간호업무를 일률적으로 3개월 프리셉터 교육을 마친 후 곧바로 중환자를 담당하게 하여 고 박선욱 간호사에게 심한 압박감을 줌', '신규 간호사 개인별 업무 적응도를 고려하지 않고 과중한 업무량을 부과하여 고 박선욱 간호사에게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줌'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고인은 정신적 스트레스 및 육체적 피로가 가중돼 몸무게가 13kg 빠지고,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지난해 2월 13일엔 이브닝 근무 당시엔 실수로 담즙배액관이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병원에서는 이를 병원의무기록지에 명시했고, 고인은 당시 새벽 5시까지 퇴근하지 못한 채 밤새 뒷수습을 해야 했다. 고인은 배액관 사고로 인해 의료소송이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이틀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에 대한 경찰조사가 진행됐지만, 지난해 3월 '범죄 혐의 없음'으로 내사종결 처리됐다. 경찰은 내사보고를 통해 '고인이 업무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던 상태였던 중 배액관 사고로 인해 의료소송이 제기될 것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고인의 죽음은 병원의 책임일까

간호사연대 등은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성내천 뚝방길에서 집회를 열고, 촛불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간호사연대 등은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성내천 뚝방길에서 집회를 열고, 촛불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민중의소리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 이후, 간호사와 시민들은 아산병원 인근 육교 난간에 하얀 리본을 매달고 박 간호사의 죽음을 추모했다. 박 간호사의 입사동료는 이곳에 대자보를 붙이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은 "나도 너였다"고 외치며, 간호 인력부족과 병원 구조의 문제 등을 촛불집회를 통해 고백했다. [관련기사:서울아산병원 ‘태움’ 의혹 간호사 동기의 고백 “나도 너였다”][관련기사:“여기 아직 수많은 박선욱 간호사가 있다” 서울아산병원 앞서 촛불 든 간호사들]

지난해 4월, 17개 단체와 개인들로 구성된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박선욱 공대위)'가 꾸려졌다.

박선욱 공대위는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에 ▲연장근로와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 ▲노동자에 대한 안전 보건상 조치 미비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서울아산병원을 고발했다. 이와 함께 특별근로감독도 요청했다.

박선욱 공대위 유지인 간사는 "지난해 말에 검토를 하겠다고 고용노동부지청 쪽에서 대답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한 유가족은 지난해 8월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승인을 신청했다. 이는 고인의 죽음이 개인의 탓이 아니라, 병원의 책임 즉 '업무상 재해'라는 점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유족들은 고인을 잃은 슬픔에 사망신고를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7월 사망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관련기사:“‘태움’ 간호사의 죽음은 병원 구조적 병폐, 산재 인정하라”]

유지인 간사는 "1월 초 질병산정위원회로 넘어간 것으로 전달받았다"며 "빠르면 3월 정도에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병원은 공개 사과를 했을까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7일 오전 근로복지공단 서울동부지사 앞에서 ‘박선욱의 죽음은 서울아산병원의 책임이다!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산업재해 신청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17일 오전 근로복지공단 서울동부지사 앞에서 ‘박선욱의 죽음은 서울아산병원의 책임이다!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산업재해 신청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민중의소리

박선욱 공대위는 병원 측이 고인과 유가족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공대위 측은 "직원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기는커녕 병원 노동자들에게 박 간호사가 예민한 성격이었고, 죄책감에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거라고 입단속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공대위 측은 수차례 병원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병원 측과 면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병원 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유지인 간사는 "병원이 업무적인 것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사과의 핵심인데, (병원 측은) 아예 처음부터 (이를) 거론하지 않았다"며 "사과도 병원의 대표인 병원장이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해야, 간호사들이 일 때문에 힘들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지난 해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함께 일한 동료들과 병원 경영진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애도하고 유감을 표했다"며 "더불어 노조와 현장 간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간호사 교육체계 및 근로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100여 명의 인력을 충원했다. 또한 현장 교육 전담간호사를 확대하고, 독립 초기 신규 간호사와 선배 간호사 모두 담당 환자 수를 약 절반으로 줄여 업무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후 아산병원은 2019년 신규 간호사 면접에서 지원자들에게 고(故) 박선욱 간호사 자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사실이 알려져 유가족들과 지원자들이 상처를 받았다. 또 간호사들에게 신발을 벗고 수면 양말만 신고 일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관련기사:‘태움’ 의혹 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 면접서 “자살 사건 아느냐” 부적절한 질문][관련기사:‘태움’ 논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는 밤에 수면양말 신고 일해라?”]

박 간호사의 죽음 이후, 정부도 대책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간호사 처우개선보다는 사용자 중심의 인력수급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관련기사:복지부 ‘간호사 태움 방지책’ 발표... “병원 현실 맞지 않아 실효성 의심”]

유지인 간사는 "간호사들의 초미의 관심사이자 제일 힘들어하는 지점이 간호사 1인당 돌보는 환자수인데, 그것은 건드리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대 졸업생을 늘리는 정원 확대 정책만 넣어놨다"며 "현장 분위기는 '내가 일회용품이냐', 간호사가 (병원을) 나가든 말든 새로운 간호사 채워넣고, 그걸 더 쉽게 채워넣으려고 졸업생을 (많이) 배출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년차 간호사가 부서 이동 후 겪은 일은 무엇이었을까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가 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진상조사위 구성과 노동조합, 유가족의 참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가 연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관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진상조사위 구성과 노동조합, 유가족의 참여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으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달 5일,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 근무했던 서지윤 간호사가 세상을 등졌다. 유족들은 고인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 지시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들의 말에 따르면, 서지윤 간호사는 유서에 '우리 병원 사람들은 조문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었다고 한다. 유족들은 평소 고인이 병원 내 괴롭힘인 '태움'의 고통을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극단적 선택한 서울의료원 간호사의 유언 “병원 사람 조문받지마”]

서 간호사는 2013년 3월 서울의료원에 입사해 병동에서 5년간 근무를 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8일 간호행정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서 간호사는 부서이동 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지난달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간호행정부서 내부의 부정적 분위기, 본인에게 정신적 압박을 주는 부서원들의 행동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유가족이 공개한 서 간호사의 휴대전화에는 '분위기가 무서워 일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외롭고 서럽다', '사람을 유령 취급했다', '상근직인데 퇴근을 못 했다' 등의 메신저 내용이 담겨 있었다. [관련기사:“나 이제 태움이 뭔지 알 것 같아” 고(故) 서지윤 간호사가 엄마에게 전한 말]

'제대로 된 진상조사'는 언제쯤 이뤄질까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휴대전화 메신저 내용.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휴대전화 메신저 내용.ⓒ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제공

병원 측은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자체 조사를 벌였다. 이에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다. 그러자 병원은 조사를 전면 중단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달 11일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1차 조사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 규명과 관련해 시민사회와 노동계, 전문가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가 지난달 22일 출범했다 [관련기사:시민사회,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조사 위한 시민대책위 구성] 시민대책위는 서울시가 유가족과 시민, 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2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서울시 측과 유족, 시민대책위가 지난 7일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대책위 소속 김경희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부터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구성과 관련한 내용이 명확히 나오지 않아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은 지난해 12월 27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한지 불과 9일만에 발생한 사건이다. 김경희 분회장은 "법이 적용된다고 한들 관리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이 문제가 해결되겠나"라면서, "간호부장이 스스로 그만둔 것으로 병원에서 이 사건이 정리돼 버린 것 같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료원 측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병원장이 유가족을 만나 유감을 표했고, 지난달 11일 담화문을 발표하고 직원들에게 사과했다"면서 "서울시의 감사 결과가 나온 이후 이와 관련한 대책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선욱 공대위와 서지윤 시민대책위는 오는 16일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 남측도로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1주기, 고 서지윤 간호사 추모 집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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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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