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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사민당, 미국의 핵우산 재검토하기로...나토 핵공조 균열
정찰장비를 장착하고 독일 공군기지에서 대기하고 있는 토네이도 전투기. 노후화하는 토네이도 전투기를 핵무장이 가능한 미국산 전폭기로 교체하는 문제를 놓고 독일의 연정 파트너들이 갈등하고 있다. 사민당은 이번 기회에 미국과의 핵공유협정까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2007.4.2에 촬영됐다.
정찰장비를 장착하고 독일 공군기지에서 대기하고 있는 토네이도 전투기. 노후화하는 토네이도 전투기를 핵무장이 가능한 미국산 전폭기로 교체하는 문제를 놓고 독일의 연정 파트너들이 갈등하고 있다. 사민당은 이번 기회에 미국과의 핵공유협정까지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2007.4.2에 촬영됐다.ⓒ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정 파트너들이 독일을 미국의 핵우산 아래 두는 협약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이로써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긴장감이 흘렀던 양국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생겼다.

독일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이 군사-외교-안보 전략에 대한 입장을 재평가하기 위한 위원회를 꾸렸다. 사민당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재평가 대상에는 러시아가 유럽을 공격할 경우 독일 전폭기가 유럽에 배치된 미군 핵무기를 운반해 반격할 수 있도록 한 기존의 “핵공유협정(Nuclear Sharing)”도 있다고 한다.

미국은 최근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의 이행 중단과 6개월 후 탈퇴를 선언했다. 사민당 고위 관계자들은 유럽에 있는 핵미사일을 규정하는 INF를 탈퇴하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이 사민당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그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그 회원국들을 줄곧 비판해 왔는데, 사민당의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NATO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유럽의 중도좌파 세력들의 입장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연정을 주도하고 있는 메르켈의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기민당)은 여전히 미국과의 핵공유협정을 지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이 이 협정을 반대하겠다고 결정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기민당은 군사비 확대, 사민당은 반대

미국은 오랫동안 독일의 군사 지출이 충분치 않다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독일에게 군사비 지출을 늘릴 것을 요구한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이 갈등이 점점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를 비판하는 정당들의 정치적 부담은 작다. 세계적인 안보포럼인 뮌헨 안보회의를 위해 준비된 퓨리서치센터의 2018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음의 지도자가 국제현안을 잘 다룬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독일 응답자의 10%만이 트럼프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는 블라드미르 러시아 대통령의 35%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0%과는 비교도 안 되게 낮은 수치다.

사민당이 군사-외교-안보 전략 재평가 위원회를 꾸리면 이미 틈새를 보이고 있는 독일의 연정은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메르켈의 기민당은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미국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미국산 전폭기를 주문해 독일 공군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반면 사민당 지도층은 기민당 소속의 국방장관이 최근 제안한 최대 45대에 달하는 보잉사 F/A-18 전폭기 구매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독일 정부가 계속 핵공유를 지지할 것이라며 “NATO 억제 전략 중 이 부분을 논의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는 NATO의 방어적 핵전략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NATO 대변인은 NATO라는 동맹이 유럽 회원국의 역량과 인프라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서는 NATO의 핵 억지력 임무를 지지하는 연합 공군전력이 핵심이다. 우리는 핵부담을 나누는 이 협약에 최대한 많은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사민당의 방침에 대해 질문을 받은 리처드 그레널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NATO의 핵무기는 억지와 방어를 위해 있는 것이다. 이것은 동맹국들이 함께 한 약속이다. 독일도 그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메르켈 독일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그 중에서도 독일의 방위비분담금이 크게 인상되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2018.7.11
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메르켈 독일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그 중에서도 독일의 방위비분담금이 크게 인상되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2018.7.11ⓒAP/뉴시스

1980년대 이후 최초의 논쟁

독일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NATO의 핵공유 협정의 일원이다. 그 정확한 숫자는 기밀이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이 유럽에 배치한 B61 전술 핵폭탄이 약 180개로 독일에 약 20개, 그리고 나머지는 벨기에와 이탈리아, 네덜란드와 터키에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사민당의 랄프 스테그너 부대표는 지난 11일 당 지도부 회의를 마친 뒤 “우리는 핵공유협정이 더 이상 시대에 맞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민당이 F/A-18 전폭기의 구매를 지지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했다.

독일의 전폭기 구매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핵 공유를 유지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현재 독일 공군에 있는 항공기 중 미국의 인증에 따라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유일한 전폭기는 독일산 토네이도이다. 하지만 토네이도들은 40년 전에 만들어져 점차 퇴역중이다.

스테그너 사민당 부대표는 독일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독일에서 핵무장과 군사비 지출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일기 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논쟁은 유럽에 핵무기를 배치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사민당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 헬무트 슈미트 총리의 축출에도 영향을 미쳤던 198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롤프 뮛제니히 사민당 원내부대표는 “핵공유라는 것이 꼭 핵무기를 우리 나라에 배치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독일이 캐나다의 예처럼 NATO 동맹국이지만 핵무기 배치는 거부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뮛제니히는 엄청난 비용 때문이라도 대다수의 사민당 의원들이 미국 전폭기를 구매하는 어떠한 제안도 거부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NATO와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과 새로운 무기 경쟁의 가능성 또한 핵공유를 재검토해야 할 이유라고 뮛제니히 사민당 원내부대표는 덧붙였다.

연정 지속 여부에도 큰 영향 끼칠 듯

앞으로 벌어질 군사적 정책과 군비 지출 및 조달에 대한 논쟁은 현재 메르켈 총리의 연정을 뒤흔들고 있는 여러 주제 중 하나에 불과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르면 올해에도 연정이 깨질 수 있다고 보고 있을 정도다.

기민당 소속으로 메르켈 총리 아래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피터 베이어는 핵 공유가 필수 불가결하다며 노화된 독일의 전폭기 비행단을 개조하지 않으면 NATO의 핵 억지력에 기여하겠다는 독일의 약속이 완전히 우스워질 것이라고 했다.

베이어는 “우리가 푸틴에게 맞설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그에게 군비 축소를 강제해 낼 수 있겠는가?”라며 “이는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정을 낳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럽의 소국들을 포함한 우리의 동맹들은 독일에 여전히 의지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사출처:In Germany, a Cold War Deal to Host U.S. Nuclear Weapons Is Now in Question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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