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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노무사 상담일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고용불안정의 원인이 되어서야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한국 잡월드 자회사 전환 저지·비정규직 철폐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 조합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열린 한국 잡월드 자회사 전환 저지·비정규직 철폐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작년 말, 모 지방자치단체 소속 아동복지교사 일곱 분이 사무실로 찾아오셨습니다. 아동복지교사는 보건복지부나 지방자치단체에 고용되어 기초학습, 독서지도, 체육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역아동센터로 파견되어 근무하는 직업입니다.

아동복지교사는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 분류되어 ‘기간제근로자의 사용기간 제한 예외사유’에 해당합니다. 다시 말해, 아동복지교사는 한 사업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여도 정규직으로 전환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역설적으로 유리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다른 기간제 노동자들은 사용자가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고용기간 2년이 다가오면 해고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동복지교사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년 계약이 갱신되어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었고 퇴직금도 적립이 되었습니다. 제 사무실에 찾아오신 노동자들도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10년 가까이 일해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말, 지방자치단체에서 아동복지교사들에게 통보를 하였습니다. 2019년부터는 채용방식을 공개경쟁채용으로 바꿀 것이며, 기존에 오래 일해 온 아동복지교사들도 탈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퇴사와 재채용 사이에 한 달 이상 기간단절을 두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아동복지교사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 요구가 강해지자 지방자치단체에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비정규직 6개 연맹은 9일 4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비정규직 6개 연맹은 9일 4시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진행했다.ⓒ뉴시스

2017년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실제로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그 취지에 역행하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오히려 악화시켜왔습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연중 9개월 이상 지속되는 업무’는 상시·지속적 업무로서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기간제 노동자를 고용하면서 계약 기간을 ‘8개월’로 줄였습니다.

기존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11개월 근로계약을 하고 기간단절을 둔 뒤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는 8개월의 ‘쪼개기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정규직화의 대상은 ‘사람이 아닌 자리’라는 논리 하에 정규직 전환시점에 근무하고 있던 노동자를 정규직화 시키지 않고 공개경쟁채용 방식으로 정규직화를 진행하면서 기존의 노동자는 해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채용절차가 투명하지 못해 소위 ‘빽’이 있어야 정규직이 될 수 있다거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지기도 합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의 빈틈을 이용하여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지침이라 하여도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당하는 근로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법리가 확장되어야 합니다.

또한 정부에서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가이드라인의 취지에 역행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역의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노동인권 교육을 할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지면을 할애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종현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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