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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스펙으로 자원봉사자 가르는 사회에서 나만의 ‘일상 나눔’을 택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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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 ‘나눔’을 청할 때 나는 무엇을 선뜻 내줄 수 있을까. 누군가를 위해 ‘나눈다’는 행위가 점점 어렵고 어색해진 사회에서 ‘나눔 전파’에 몰두한 사람이 있다. 꼭 근사한 걸 나누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는 강조했다. 잠깐의 시간, 함께하는 대화로부터도 나눔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아름다운가게’ 서울 회현사옥 인근 카페에서 간사 이범택 씨를 만났다. 그는 올해 7년째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맺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간사 이범택 씨. 그는 올해 7년째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맺고 있다.
아름다운가게 간사 이범택 씨. 그는 올해 7년째 아름다운가게와 인연을 맺고 있다.ⓒ아름다운가게

대학교 4학년 때 친구를 따라 아름다운가게 서포터즈 활동을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이어졌다. 처음엔 공익사업을 잘 알지도 못했고, 대단한 목적의식이 있지도 않았다. 대학교 수업 중 우연히 아프리카 지역에 사는 아이들의 생활환경을 듣게 됐는데, 그 순간이 마음을 움직였다. 막연히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찰나가 출발선이 됐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외교관이 돼야 하나, 그런 단순한 생각이 하나둘씩 출발선으로 모였다.

2007년 한국군으로 이라크에 파병돼 느꼈던 감정도 오늘을 만드는 바탕이 됐다. 겉으로 도움의 행위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저마다 이익을 계산하고 있는 집단의 분위기를 볼 때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범택 씨는 “많은 사람이 도움의 목적을 ‘나’로 설정하고 있다, 상대방이 원하는 도움보다는 자신에게 이로운 행동을 하는 것에 나눔의 초점을 맞추곤 했다”고 떠올렸다.

진짜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던 그는 이름을 알고 있는 비영리단체 인사팀 몇 곳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토익 만점을 받아야 한다’, ‘해외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봉사자 조건’에 대한 답만 듣고 수화기를 내려놓아야 했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그에게 해외 석박사 과정은 꿈꿀 수 없는 노릇이었다. 하나같이 고스펙을 요구했고, 결국 가진 게 많아야 나누는 일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원한 건 국위선양이 아니라 무엇이든 돕고 싶은 ‘나눔’이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행착오 끝에 범택 씨는 지금 몸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가게를 만났다. 그는 이곳의 활동이 ‘매력적’이라고 표현했다. 범택 씨는 “아름다운가게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었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점이 좋았고, 사람 간의 접점이 있는 이곳 나눔 활동들이 내게 큰 매력이었다”고 밝혔다.

범택 씨는 지난 2013년부터 경기도 파주시에서 아름다운가게가 운영하는 ‘헌책방’의 매니저로 4년간 일을 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일을 시작한 뒤 한 지역에 정착해 업무를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기억이 묻은 책, 추억이 녹아있는 CD 등을 헌책방에 남기고 가는 사람들과 책을 읽으러 오는 전 연령대의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새로운 공간은 또 다른 생각을 주었다. 그는 “헌책방에 오는 사람들을 보니 ‘지역’을 거점으로 ‘나눔 문화권’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헌책방에 방문하는 학생들, 주민들 등을 만나보니 지역 사이사이 연결된 끈이 보였다”며 “‘나눔’의 행위를 이어가는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을 거란 가능성을 만났다”고 떠올렸다.

우선, 지역 학생들과 함께 하는 ‘나눔교육’을 기획했다. 이전에 아름다운가게 공정무역팀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공정무역’에 대해 설명해주고, 일상적인 나눔, 나눔 문화를 전하는 ‘나눔교육’ 수업을 준비했다.

이범택 씨는 지역 학생들과 함께 하는 ‘나눔교육’을 기획했다. 이전에 아름다운가게 공정무역팀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공정무역’에 대해 설명해주고, 일상적인 나눔, 나눔 문화를 전하는 ‘나눔교육’ 수업을 진행했다.
이범택 씨는 지역 학생들과 함께 하는 ‘나눔교육’을 기획했다. 이전에 아름다운가게 공정무역팀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공정무역’에 대해 설명해주고, 일상적인 나눔, 나눔 문화를 전하는 ‘나눔교육’ 수업을 진행했다.ⓒ아름다운가게

처음에는 함께할 수 있는 강사진을 꾸리지 못해 3년간 파주와 고양 지역에서 109개 수업을 홀로 진행했다. 직접 학교의 문을 두드렸고,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 헌책방을 운영하면서도 개인 시간을 쪼개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해야 할 때면, 그 기회를 포기할 수 없어 해당 학교에 찾아가 매일 4시간씩 수업을 했고, 그렇게 모든 학급의 학생들을 만났다.

그의 노력 덕에, 강의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지역 안에서 뻗어갔다. 파주지역 교사들에게 연락이 오거나 강의 요청이 왔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이미 범택 씨가 가르치는 수업 내용을 정규 교과 내용으로 다루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마땅한 교과과정이 없었던 터라 그의 나눔교육은 인기를 모았다.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어느덧 강사단까지 꾸려 진행할 정도로 확장됐다. ‘나눔교육 강사단’은 지난 2년간 지역에 있는 200여 개의 학급에 수업을 했다. 그는 “수업을 시작한 뒤부터 많은 학생이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품을 들고 찾아왔다. 수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됐고, 그런 과정들이 하나하나씩 이어져 ‘나눔 문화권’을 이루는 부분이 됐다”고 강조했다.

범택 씨는 “수업을 통해 미래의 꿈을 ‘아름다운가게 매니저’로 정한 학생도 생겼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어 “사회복지공무원이 된 학생도 있고, 꾸준히 아름다운가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도 늘었다. 기부를 일상화하거나 기증할 물건들을 여럿이 함께 모아오는 학생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범택 씨의 바람처럼 ‘나눔’이 한 지역의 문화처럼 퍼져가고 있었다.

그는 “거창하지 않아도 시민에게 전하는 나눔 문화의 파급력은 크다고 생각한다. 나눈다는 행위 자체가 문화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실제로 그게 실현되는 모습을 보았다. 회사 정관에 ‘조용한 생활의 혁명’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생활혁명의 파급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 나처럼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일상적인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눔교육을 들은 학생들이 만든 ‘나눔’ 포스터
나눔교육을 들은 학생들이 만든 ‘나눔’ 포스터ⓒ아름다운가게

범택 씨는 나눔교육을 진행하며 지역 복지사회협의체와도 꾸준히 관계를 맺었다. 지역 곳곳과 꾸준히 교감하며 다른 지역에 비해 무엇이 부족한지 직접 통계치도 찾아보았다. 그는 “보통 ‘나눔’을 자처하는 기업들은 ‘우리가 있는 것을 주겠다’는 방식이라, 상대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묻지 않는다.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요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원이 미미해도, 어설프게 보다는 ‘꼭 필요한 것’을 주자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그의 또 하나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지난 2017년부터 22개 지역아동센터가 아름다운가게로부터 순차적으로 지원을 받게 됐다.

범택 씨도 ‘나눔’이 업무가 되니, 지칠 때가 있다고 했다. 범택 씨는 “하지만, 나에겐 목적이 분명히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줄 수 있을까, 잘 줄 수 있을까 늘 고민했다”며 “지역 활동의 이점은 나눔의 대상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인데, 그 점이 스스로 지칠 때마다 업무 동력이 됐다. 체력과 같은 물리적인 한계로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오히려 미안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하는 이 활동 자체에 대한 의심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아름다운가게’ 조직에 대한 믿음도 그가 나눔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것에 큰 도움이 됐다. 범택 씨는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이다. 불만이 있는 부분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 좋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럼에도 단체의 종속보다는 말 그대로 ‘나눔의 대상자’를 먼저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에 있으며 ‘우리가 옳으니까’, ‘우리는 매우 좋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는 꼭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나눔의 대상자에게 필요한 것이 있고, 우리와 함께하는 시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조직이 잘못한 것은 솔직하게 꼬집고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더 좋은 나눔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범택 씨는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런 내게 ‘나눈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다 느꼈을 때 내 직업이 완성됨을 느낀다. 나중에 내 아들과 딸에게 학교에서 ‘나눔교육’을 듣고 왔다는 말을 듣고 싶다. ‘나눔’이 일상에서 더 퍼져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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