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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화웨이는 어쩌다가 불량기업이 되었나?

작년말 화웨이 최고재무담당자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국의 요구로 캐나다 공항에서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 미중 무역갈등이 최고조를 찍고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있던 시기였기에 이 사건은 전세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 사건이후 화웨이 기업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은 매우 뜨거워졌다. 이 기업은 기술탈취, 불법 도·감청, 불법자금세탁, 중국정부배후설 등 아주 불량스러운 기업으로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불량기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세계 통신업계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통신장비 분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멍완저우(왼쪽) 화웨이 부회장이 12일 캐나다 밴쿠버 소재 자신의 집을 나서 경호원과 함께 보호관찰소로 향하고 있다.
멍완저우(왼쪽) 화웨이 부회장이 12일 캐나다 밴쿠버 소재 자신의 집을 나서 경호원과 함께 보호관찰소로 향하고 있다.ⓒAP/뉴시스

모난돌이 정 맞는다

화웨이는 어쩌다가 불량기업으로 낙인찍히게 되었을까? 화웨이가 미국의 눈 밖에난 이유는 한마디로 너무 잘나가서이다. 화웨이는 현재 전세계 170여개 국가 및 글로벌 500대 기업 등에 유무선 전송망과 데이터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28%를 차지 하고 있으며, 이는 다시 말해 전세계 인구 3~4명중 1명이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휴대폰 단말기 판매량은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엄청나게 잘나가는 기업이다.

미국은 그동안 전세계 인터넷 기술 및 규약 등을 주도해 왔으며 네트워크망 장비 산업에서도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해 왔다. 그러나 화웨이의 빠른 발전과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는 세계 최고를 독차지해야 하는 미국의 자존심을 건들기 시작했고 심지어 기술력으로 미국을 따라 잡으며 내가 바로 기준인 아메리카 스탠다드를 흔들고 있다. 아시아의 작은 기업이 엄청난 속도로 세계 시장을 잠식해 오더니 이제는 미국의 기술력이 그 기업을 따라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기업은 다름 아닌 중국기업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 모난돌이 땅위로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정으로 때려 쪼개야 할 필요가 생겼다. 미국이 덧씌운 죄목의 사실여부를 떠나 이 중국 기업은 계속해서 두들겨 맞고 있다.

내로남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정부와 공공기관의 화웨이, ZTE 등 중국 네트워크 장비와 서비스 사용을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2년간 미국 정부와 업무를 계약한 모든 기업은 네트워크 장비 등 통신시스템 구성요소에 중국 장비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장비의 사용금지 이유는 통신시스템에 대한 보안 위협이다. 간단히 말해 불법 도·감청의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불법 도·감청의 확증을 찾지 못했는지 아니면 스스로 걸리는게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힌 내용은 없다.

사실 불법 도·감청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건 미국이 먼저이다. 일명 ‘프리즘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미국 정보기관이 전세계 온라인상에서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취득해 이를 미국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사용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공공연한 비밀 프로젝트이다.

2013년 6월 5일 영국의 가디언지는 미국 정부가 미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전화와 이메일 등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왔다고 폭로하면서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일명 ‘스노든 폭로’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는 사건이다. 이 문서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인터넷망의 핵심 기기인 라우터를 장악해 전세계 인터넷망의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미국 국가안보국이 전세계 라우터 시장의 51%를 점유하고 있는 미국 기업 시스코에서 수출하는 라우터에 도·감청이 가능한 ‘백도어’를 심었다는 것이다. 스노든 폭로 이전까지 미국이 중국에게 몰아 붙여 왔던 백도어 설치 가능성이 사실 미국에서 먼저 일삼아 왔던 것이다.

또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세계 40여개국 이상의 정상들과 유엔 대사들의 통화를 도청해 왔다는 엄청난 사실이 폭로됐다. 안타깝지만 한국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통해 공공연한 비밀 프로젝트였던 ‘프리즘 프로젝트’는 더 이상 비밀 프로젝트가 아닌 공공연한 도·감청 프로젝트가 되어 버렸다.

2013년 옛 통합진보당 김재연 전 의원과 당원들이 미국 정보기관 국가안보국(NSA)이 한국을 포함해 40여 미국 주재 대사관에 대한 불법도청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2013년 옛 통합진보당 김재연 전 의원과 당원들이 미국 정보기관 국가안보국(NSA)이 한국을 포함해 40여 미국 주재 대사관에 대한 불법도청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에 더해 최근 2017년에는 미국 CIA의 도·감청 사실이 폭로 되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파일에 따르면 CIA 사이버 정보센터가 삼성,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의 제품과 플랫폼을 이용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도·감청을 해왔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이 정보가 미국 정보기관에 수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폭로 되었을 당시 해당 업체는 물론 미국의 도덕성에 대한 엄청난 논란과 지탄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안된 시간에 그 지탄의 대상은 중국 기업으로 이전되었다. 그 최선봉에 미국 정부가 나서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화웨이의 통신시장 확대가 자신들이 그 동안 장악해 왔던 전세계 불법 도·감청 영역의 축소로 이어 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의 형국이다.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는 이제 자국을 넘어서는 모습이다

미국은 이제 자국민뿐만 아니라 동맹국에게까지 화웨이 제품과 설비를 쓰지 말라고 강요하기 시작했다. 또한 우방국을 포함한 제3세계 국가들에게조차 화웨이 설비를 사용할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그 윽박지름의 대상이다.

한국 통신설비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다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인터넷망의 핵심기기인 라우터 시장은 시스코, 주니퍼사 등 미국 업체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3G, 4G LTE 장비 시장은 화웨이가 독주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5G 네트워크 상용화 준비 역시 가격과 기술력 모두 화웨이가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런 국내 통신시장의 분위기 아래 현재 언론은 미국의 요구대로 화웨이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는 화웨이 창립자인 런정페이 회장이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임을 강조하면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앞세워 전세계 불법 도·감청을 종용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한다. 또한 창업주가 중국공산당 당원이며 기업내 당 위원회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실제 소유주는 중국 정부라는 보도도 있다.

전세계 상비군 인력이 가장 많은 중국 인민해방군을 전역한 예비역 중 한 명이고, 한국 전체 인구의 2배 규모인 9천만명 중국공산당원 중 한 명이고, 중국 국영기업의 93%, 민간기업의 70%가 사내에 당 위원회가 존재하고 있는 현실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창업주가 인민군 장교 출신이며, 공산당원이라서 중국 정부의 사주를 받고 있으며, 기업내 당위원회가 존재하기에 실제 소유주가 국가라는 논리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발상인지 안타깝기 그지 없다. 더욱 더 가관인건 화웨이 ‘华为’ 라는 기업명이 ‘중국을 위하여’라는 뜻으로 중국에 충성을 다하는 기업, 중화민족에 충성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중국어 해석 방법인지 부끄럽기까지 하다.

딩윈 화웨이 통신 네트워크 그룹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5G 발표회에서 업계 최초로 개발한 5G 기지국용 칩 톈강을 설명하고 있다.
딩윈 화웨이 통신 네트워크 그룹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5G 발표회에서 업계 최초로 개발한 5G 기지국용 칩 톈강을 설명하고 있다.ⓒ뉴시스/AP

동맹의 강요에 곤욕을 겪고 있는 한국 기업이 생겼다. 화웨이 통신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 유플러스는 온라인 상에서 나라를 팔아 먹는 기업으로 낙인 찍히고 있다. LG 유플러스는 4G LTE 서비스망 구축에 화웨이 설비를 사용해 왔다. 기술적 연속성이 있기에 5G 서비스망 역시 화웨이 설비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댓글 여론은 불매운동도 불사할 분위기이다. LG 유플러스가 대표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현재 국내 통신설비 시장에서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는 영역은 매우 광범위하기에 다른 기업들은 숨죽이고 분위기가 가라 앉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선 네트워크 사업에서 LG 유플러스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유선 인프라 분야에서 화웨이의 국내 입지는 상상외로 매우 탄탄하기 때문이다. 유선망 사업에선 SK 텔레콤과 KT, LG 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모두 화웨이의 고객이다. 화웨이는 또한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고성능 전국망 구축, 코스콤 백본망 사업 등을 수주했다. 또한 KT와 함께 전국 6200여 개의 농협중앙회·단위농협·축협 영업점을 연결하는 전용망에 전송 장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말 그대로 중추적인 통신망에 화웨이의 기술과 설비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한국은 또 다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현대 국제사회는 양자택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어 버렸다. 미국의 강요 혹은 압박으로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에 동참했던 반(反)화웨이 전선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상호 정보 동맹을 맺고 있는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 중 영국, 뉴질랜드 등이 화웨이 배제 입장을 철회했고, 캐나다 역시 중국과의 관계 악화에 대한 부담으로 미국의 손을 섣불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던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 역시 뒤처진 5G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가격과 기술력에서 압도적인 화웨이와 손을 잡는 것이 유리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 170여개 국가에서 불량기업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 불량기업은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역량 역시 압도적이다. 누가 화웨이를 악질 불량기업으로 만들었으며, 불량기업의 손을 잡지 말라는 강요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아직까지 아물지 않은 사드 사태의 교훈을 잘 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언론이 조장하고 있는 친미반중 여론이 국익을 위한 판단력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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