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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호 교육칼럼] 성 소수자를 보는 세 가지 관점

앞의 글 상(삶 속의 금기, 성소수자를 생각한다!)편에서 파악할 수 있는 것은 LGBT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심부:주변부, 주류:비주류로 양분하는 가운데 소외시켰던 LGBT를 공존의 윤리 속에서 포용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편견과 금기는 미약하지도 않으며 멈추지도 않는 것 같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의 발생원인과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보다 다양하게 살피면 우리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 그리고 삶 속에 내재한 ‘내 안의 파시즘’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첫째, 생물학적 관점

(먼저 필자의 사적인 관계에 있는 친구를 사례로 들어 송구함을 표합니다)

지난달 25일 강원도 춘천에서 30년 가까이 약국을 운영하며, 필자의 친구이기도 한 약사 윤성은 말한다.

“약국을 찾는 많은 고객들 중에서 젊었을 때와 달리 호르몬의 변화에 의해 성향이 변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약으로 조절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몸 속 더 큰 화학적 변화는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기적 유전자’ 1976년 초판본 표지
‘이기적 유전자’ 1976년 초판본 표지ⓒ자료사진

“오래 전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Richard Dawkins, The Selfish Gene)를 인상깊게 보았다. 도킨스에 의하면 유전자가 진화의 주역이 된다. 따라서 인간의 몸도 그 유전자의 변화를 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정신 곧 마음이 인간행동에 있어서 능동적 역할을 한다는 견해를 뒤집는 것으로서 세계적으로 반향도 컸다. 나는, 이 책이 논란의 여지도 있었으나 선천적으로 DNA의 변화가 인간의 성향 및 행위의 제 1원인이라는 견해에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트랜스젠더와 같이 수술에 의한 접근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이해한다.”

참고로 이 책은 2017년 7월 영국 왕립학회에서 30년간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책 목록에 선정되었다. 한국에서도 많이 읽혀지고 있다. 저자는 진화생물학자로서 뉴 칼리지 및 옥스퍼드 명예 회원이며 1995~2008년 옥스퍼드 교수를 지냈다.

또 위 친구와 필자의 중·고교 같은 학급 동기생 한 명은 총명했으며 성장기에 남성인데도 여성적 성향을 보였다. 그런데 30세쯤에 자살했다. 급우로서 6년간 함께 생활한 우리는 그의 동성애적 기질이 현실에서 정체성 혼란을 일으키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자살에서 그 출구를 찾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둘이서 앨범을 펼쳐 놓고 학창시절 그 친구와 함께 했던 인연을 추억하며 영원히 떠나간 그 친구의 얼굴 사진을 쓰다듬었다.

둘째, 사회·철학적 관점

한편 성 소수자를 만들어내는 결정요인을 개인의 생물학적 요인이 아닌 사회에서 찾을 수도 있다. 즉 “인간성 혹은 인간의 성향들은 포착하기 쉽지 않은 실체로서 나라와 시대마다 차이가 많은데 결국은 사회적 조건과 관습에 의해 형성되는 역사적 현상이다. 문명인이나 원시인이나 (사회의 반항아나 동조자도) 공히 사회에 의해 형성된다. 마찬가지로 이들 사회는 개인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는 닭이 알을 낳고, 알이 닭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역사란 무엇인가?(영문판), 펭귄북. 1990, 33쪽].

철학적 관점에서, 지금 한국인 최초로 세계철학사를 쓰고 있는 이정우 교수에 의하면, 인간을 규정함에 있어서 고·중세에는 신(God)을 중심으로, 근대에는 제도권에서 지지하는 표준적인 인간을 중심으로 위계적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현대는 여기서 벗어나 관계를 중심으로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차례로 ‘초월철학’, ‘주체철학’ 그리고 ‘관계의 철학’으로 요약된다.

관계의 철학에 의하면 대상은 어떤 중심도 없는 장(場)으로서 관계들이 생성되는 면(面)으로서 이해된다. 그러면 주류사회와 권력이 지지했던 인간 및 집단에 대해 중심적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사라진다. 그리고 사람들이 고유의 관계맺음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고착화된 ‘영토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존재로 규정된다.

따라서 성소수자도 사회의 위계적 서열화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영토성을 확보한 주체로서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이정우 교수의 다수의 저작 중 {천 하나의 고원} 부제를 ‘소수자 윤리학을 위하여’로 한 점도 눈여겨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소수자들의 사회적 발생기원과 관련하여 신경희 교수(남부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퀴어 이론가들인 버틀러(Butler, 1999)와 실린(Silin,2005)가 볼 때 LGBT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기존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조장하는 이성애 중심주의(heterosexism)와 동성애 혐오현상(homophobia)을 통해 만들어진다.”

“버틀러는 (이성애:동성애와 같이) 상호 이항적 대립항(matrix)의 개념을 통해 이성애적 관계가 정상적이고 우월적인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동성애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비정상적인 것으로 낙인하고 있음을 강조한다”[신경희, 성소수자 친화적 다문화 교사교육을 통한 예비교사의 인식변화에 관한 연구, 열린교육연구, 2018 제26권 제2호, 84쪽].

즉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이성애적 사랑에 기반한 결혼·가족의 형성이 오랜 기간 정상으로 간주된 데서 비롯된다. 이에 반하는 흐름은 비정상적 타자로 분류되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렇게 성소수자들의 사회적 발생배경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수록 기존 도덕과 종교는 성소수자들을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이들의 권리주장은 결국 ‘선악’의 문제가 아니고 ‘차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셋째, 교육적 관점

위의 신경희 교수는 교육적 배려의 범위를 성소수자까지 확대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녀는 사범대 및 교직과정 이수중인 4학년 2학기 학생들 중에서 자발적으로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 9명을 선정해서 직접 성소수자들을 만나게 했다. 이어서 학생들에게 투영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만남 이후 의식의 변화 등을 면밀히 기록, 분석했다.

그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시사점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교사들이 성소수자 문제에 침묵할수록 기존 편견이 생명력을 얻는다. 왜냐하면 사회적 편견이 이미 학생들의 의식을 점하고 있으며 이에 변경을 가하지 않으면 그 편견은 수정없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생들은 이를 각성하고 성소수자인 학생을 만나면 이젠 따뜻한 시선으로 대해 줄 것이라고 한다.

둘째, 한국 정부가 성소수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론화를 시작함과 동시에 이 사안을 학교의 공식 교육과정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2013)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인구의 약 10%가 성소수자로 집계되고 있다.

“구마시로(Kumashiro, 2010) 연구가 강조하듯이, 성소수자들의 공평과 평등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공식적 교육과정의 일부로 포함되어야 한다는 대전제에서 시작해야(위 논문, 97쪽)” 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캐나다 대학의 교사교육 프로그램에서는 성소수자가 다뤄지고 있다. 아울러 동성애를 치유해야 할 대상으로서 본다는 것도 비정상적으로 보는 시선의 하나이기 때문에 모두가 정상이라는 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의 안이한 현실인식이 문제!

정부차원의 적극적이고도 제도적인 대응은 교사들이 예민한 성소수자 문제를 다룰 때 직면할 수 있는 보수 시민단체의 맹렬한 반발과 교권침해를 방어하는 기능도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안이한 현실인식과 태만함은 이미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그림:성 정체성의 다양성 즉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가 공존할 수 있음을 알리고 있음.
그림:성 정체성의 다양성 즉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가 공존할 수 있음을 알리고 있음.ⓒ위키백과 영문판, LGBT 포털>

지난달 28일 오전 10시 30분 ‘울타리가 되어주는 학부모 모임’, ‘전국 학부모단체 연합’ 외 37개 보수성향의 단체가 인천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교조 인천지부와 교육청간의 단체협약 파기를 주장했다.

이 단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전교조가 현행 교원노조법상 합법적인 단체가 아니라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실은 전교조 존재 자체를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집단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박근혜 정권이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편협성을 반복,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지부와 교육청간의 협약내용은 현행 교원노조법으로 협소하게 재단할 수 없을 만큼 교육과 미래를 위해 중요한 사안들이다. 그리고 전교조가 교육정책을 제안하는 성격이 짙다. 통일교육, 노동인권교육, 공공성을 강화한 유치원 운영 그리고 성 평등 교육이 그 내용들이다.

이에 따라 성 평등 교육의 일환으로 성 소수자 관련 교육의 길도 열릴 수 있었으나 그리 쉽지 않게 되었다. 교원노조를 재합법화시킬 이유가 더 이상 필요할까? (관련 기사:2019.2.28일자 인천뉴스).

신경희 교수도 언급하고 있듯이, 서울시 교육청을 비롯한 다른 시도 교육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을 포함하여 학생인권 조례를 공포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부차원의 대응은 답보상태이거나 오히려 퇴행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국가 인권정책 기본계획에서 ‘성 소수자’를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로 분류하는 항목에서 삭제한 것이다(관련 기사:2019.2.24일자 한겨레 신문).

성소수자들에게 평등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이들에 대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인권상황을 전반적으로 격상시키는데 피할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전국의 사회·역사 및 윤리·도덕교사들이 계기교육 등의 형태로 LGBT를 목록에 넣어 다룰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련 자료를 꾸준히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결국 기성 질서와 이 질서를 기반으로 하는 권력장치의 주변인들이었던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것은 장자(莊子)의 세계관인 만물제동(萬物齊同) 즉 ‘모든 존재에 대해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정치 및 교육철학의 실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다름아닌 삶 속에서 자유와 인간해방을 구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끝으로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는자료로서 '성소수자에 대한 12가지 질문' 관련 심도있는 연구물을 소개한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준) 제작 pdf 파일 다운로드]

신남호 교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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