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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회담 파괴하는 ‘연쇄 암살자’ 볼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입지 강화하나
28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 확대정상회담에서 노란 봉투를 앞에 놓고 등장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모습
28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북미 확대정상회담에서 노란 봉투를 앞에 놓고 등장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모습ⓒ뉴시스/AP

“볼턴이 거기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지난 20여 년의 경험으로 볼 때 부정적인(negative)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볼턴은 군축 합의를 파기한 ‘연쇄 암살자(serial assassin)입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 대담 프로에서 사회자가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정상 확대회담에서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참석한 사진을 보여 주자, 토머스 컨트리맨 미 군축협회(ACA) 이사장이 말한 내용이다.

그는 “미국이 지난 2002년 북한과 맺었던 ‘제네바 합의’를 파괴한 것도 볼턴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음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keep in mind)”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물론 북한도 합의를 위반하고 있었지만, 당시 플루토늄 생산도 멈춘 상태였다”면서 “볼턴이 부시 행정부에 북한과의 합의를 끝내라고 설득한 후에 (북미 합의는 파괴되었고) 북한은 첫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협상 과정에서 볼턴이 비건(대북특별대표)보다 더 강력한 발언권(hand)을 가졌다면 의심을 해야만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기자는 이미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 언론 최초로 확대회담에 갑작스럽게 볼턴 보좌관이 노란 봉투를 들고 참석한 것이 회담 결렬의 도화선이 됐을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관련기사:갑자기 등장한 볼턴의 ‘노란 봉투’...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도화선 됐나)

이후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을 유도한 주체로 볼턴 보좌관을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무서운 사실은 그는 증거는 남기지만 사라지지는(처벌받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NSC 보좌관으로 발탁되기 며칠 전까지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북한 선제공격의 국제법적 타당성을 주장한 사람이 볼턴이다. 1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직전에도 이른바 ‘리비아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을 언급해 판을 깨려고 했던 인물이다.

그가 얼마나 교활한 인물인지는 최근 다시 미국의 대북정책 전면에 나서면서, 잇단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일, CNN방송에 출연한 그에게 사회자는 “당신은 김정은의 말을 믿느냐?”는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당시 기자회견에서 북한에서 송환된 후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질문하자, “김정은 위원장은 몰랐던 것 같다”면서 “나는 그(김정은)의 말은 믿는다”고 말해 파문이 일어난 것을 빗댄 질문이었다.

볼턴 보좌관이 “대통령이 그의 말을 믿는다고 했다”라는 답변으로 피해 나가자, 사회자는 재차 “아니다. 그건 나도 안다. 당신 의견을 묻는 것이다”라고 재차 질문했다. 하지만 그는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다시 답변을 피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국가 안보 정책 결정권자(decision-maker)가 아니다. 그것은 대통령의 시각(view)”이라고 아첨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임명권자이자 정책 결정권자인 대통령처럼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믿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발언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존 볼턴 국가안보희의(NSC) 보좌관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발언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존 볼턴 국가안보희의(NSC) 보좌관 (자료 사진)ⓒ뉴시스/AP

미 보수 매체, “아첨 가면 쓰고 대통령 교활하게 강경 라인으로 떠미는 인물”

미국 보수 매체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4일, 이에 관해 “항상 무대 뒤에 숨어 있는 볼턴은 아첨(obsequiousness)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면서 “그는 교활하게(subtly) 주저하고 있는 대통령을 더욱 강경파 라인(tough-minded line)으로 살짝 밀어 넣는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북한에 관해 볼턴은 그가 보좌관에 취임한 이후 공개적으로 밝혔던 ‘리비아 모델’을 계속 추구하고 있다”면서 “대다수(widely) 외교 정책 전문가들은 볼턴이 2018년에 이뤄진 (북·미) 데땅트(화해) 분위기의 파괴를 시도했었다고 의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라크와 리비아 붕괴 사태 등을 언급한 뒤, 전문가를 인용해 “볼턴의 계획은 북한에 있어서도 이와 유사하게 야심적”이라면서 “거의 1년 전에 북한 타격의 법적 타당성을 주창했던 그는 이미 북한이 억제돼 있고 그 이웃도 약화하고 있어서 북미협상이 되든 안 되든 잃을 것이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대북 초강경파인 그가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을 계기로 다시 세를 확보하면서, 전면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도 4일, “볼턴은 백악관 핵심 참모들의 사임 속에 입지를 강화했으며, NSC의 핵심 기능인 부처 간 정책 조율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긴 보고서를 읽거나 전문가들과 상의하는 것을 내키지 않아 하는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볼턴 보좌관이 각 부처 내 다양한 의견이 아니라 대통령이 청취해야 할 의견을 결정하면서 어마어마한(vast) 권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볼턴은 자신의 롤모델은 제럴드 포드 및 조지 H.W. 부시 대통령 시절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대통령에게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 여야 할 것 없이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브렌트 스코크로프트지이라지만, 정작 그의 행보는 정반대(antithesis)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5일에도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우리(미국)는 제재를 강화하는 것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특히, 폭스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북한이 자신들이 과거 미국 행정부에 써먹던 같은 각본(playbook)이 통하지 않아 놀랐을 것”이라면서 “그들은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그리고 하노이에서 두 번이나 문을 열어 놓았지만, 들어오지 않았다”고 정상회담 결렬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며 자신의 대북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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