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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극우②] “우파의 분열”…서울역서 광화문까지 ‘태극기 집회’ 계파분류
주말마다 서울 도심서 열리는 극우집회
주말마다 서울 도심서 열리는 극우집회ⓒ민중의소리

“우파는 분열로 망한다.”

2010년 5월 조선일보에 실린 ‘극우논객’ 변희재 씨의 기고 글 내용이다. 한때 좌·우파를 평가하며 두루 쓰였던 “좌파는 분열해서 망하고, 우파는 부패해서 망한다”는 말을 뒤집은 것이다.

이 이상한 주장은 나름 3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짜낸 내용이다. “우파는 부패해서 망한다”는 인식을 깨면서, “좌파도 부패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우파는 좌파처럼 분열해선 안 된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 씨의 말 중 일부는 우습게도 ‘경고가 아닌 예언’이 되어버렸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이후, 우파는 분열했다. ‘비교적 온건한 보수’와 ‘극우’로 갈라졌고, ‘극우’라고 불리는 세력 또한 뿔뿔이 흩어졌다.

극우집회에선 “위장보수로 잠입해서 우파를 분열시킨 역적 하태경 그 입을 당장 찢어라”,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출당시키고 자한당을 말아먹은 특수역적 홍방자(홍준표)는 당장 지구를 떠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한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인정하는 정치세력을 “배신자”라고 칭하며, 강하게 밀어내고 있다.

같은 주제로 열린 집회라 하더라도 보신각, 동아면세점, 교보빌딩, 대한문, 서울역 등지에서 따로따로 진행된다. 참가자들 중 일부는 대한애국당이나 기독자유당에 가입하지 않고 자유한국당에 가입했다고 같은 집회 참가자를 비난하고, 본인은 성조기를 흔들고 있으면서 다른 참가자들이 이스라엘기를 왜 갖고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멸시한다.

이런 분위기만 봐서는 극우도 분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9년 전 변희재는 지금의 상황을 예상이라도 했던 것일까?

정말 변 씨의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면, 다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수차례 열렸던 다양한 극우집회와 극우인사들의 활동을 취재해본 결과, 100% 그의 말대로 흘러가고 있진 않았다. ‘온건적 보수우파’와 ‘극우’가 나뉜 것은 분명하지만, 극우는 분열이 아닌 더욱 강한 유대감으로 뭉치고 있었다. 몇 가지 갈등과 혼란이 있었어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통일된 이유와 목적으로 결집하고 있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창준위공동위원장이 2017년 8월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및 홍준표와 친박 기회주의패 퇴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창준위공동위원장이 2017년 8월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무죄석방 및 홍준표와 친박 기회주의패 퇴출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 분열의 시작, 극우정당의 탄생

우파가 분열한 계기는 탄핵이었고, 극우가 쪼개져서 집회를 열기 시작한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탄핵 이후, 2017년 4월8일 새누리당이 주최하는 ‘제5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에 참석한 조원진 의원은 자유한국당 탈당을 선언한다. 여기서 대회를 주최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그 새누리당이 아니다. 기존의 새누리당은 그해 2월8일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꾼 상태였고, 그 틈을 타 탄기국(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을 이끌던 정광택·정광용 등이 ‘새누리당’이란 이름으로 정당을 설립한 상황이었다.

조 의원이 탈당 선언을 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사선 교감 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조 의원의 탈당 결정은 ‘탄핵 불복 운동’을 펼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때 사실상 우파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을, 인정한 자와 인정하지 않는 자’로 쪼개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자유한국당 내에서 극우성향을 가진 김진태 의원 등이 조 의원과 함께 밖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긴 건 조 의원뿐이었다.

자유한국당을 박차고 나온 조 의원은 탄기국 측과 손을 잡았다. 탄기국이 세우다시피한 새누리당에 들어가 대통령 후보자로 나선 것이다.

득표율 0.13%. 그의 대선 성적은 참담했다.

진짜 문제는 득표율이 아니었다. 불법정치자금 의혹이 일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탄기국은 2016년 11월경부터 2017년 3월10일 헌재가 탄핵을 인용할 때까지 탄핵 반대 집회를 수십 차례 주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신문광고와 집회모금함 등을 통해 25억5천만 원 상당의 기부금을 거둬들였다. 연간 모금액 10억 원이 넘으면 행정안전부에 ‘기부금 모금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탄기국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불법 모금이었던 셈이다.

또 이렇게 모금된 금액 중 6억6천만 원 상당은 새누리당 창당비용에 사용됐다. 이 돈 또한 선관위를 거치지 않았기에 불법정치자금이었다. 당시 이들은 불법정치자금인 것을 숨기기 위해 허위차용증을 작성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혐의가 드러나면서 내부적으로 기부 목적과 상관없이 기부금을 임의대로 유용했다는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탄핵반대 집회가 뿔뿔이 흩어지게 된 시작이다.

조 의원은 이들과 선을 그으며,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밀어준 정당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대한애국당을 직접 세웠다. 이에 탄기국과 대한애국당은 지금도 따로따로 집회를 열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이 서울역에 도착한 지난해 1월22일 오전 서울역에서 보수단체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을 불태우는 퍼포먼스 도중 경찰과 마찰을 빚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이 서울역에 도착한 지난해 1월22일 오전 서울역에서 보수단체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을 불태우는 퍼포먼스 도중 경찰과 마찰을 빚고 있다.ⓒ임화영 기자

◆ 아홉 곳으로 쪼개진 극우집회

올해 1월부터 2월까지의 경찰 ‘일일 집회·행사’(日日集會·行事) 문서를 살펴보면, 탄핵 반대를 외쳤던 세력들은 약 9개 정도로 쪼개져서 매주 토요일 또는 공휴일마다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 집회 참가자들은 항상 성조기와 함께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데, 이런 이유로 간편하게는 그냥 ‘태극기 집회’라고 칭한다. 다만, 극우의 성격을 띠는 집회 이름에 태극기가 들어간다는 점과 관련해 “태극기의 의미가 훼손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집회는 대한애국당과 ‘박근혜대통령1000만석방운동본부’(줄여서, 석방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있는 ‘○○○차 태극기집회’다. 이 집회는 곧 112차에 이를 예정이며, 한번 열릴 때마다 서울 도심 극우집회 중 가장 많은 참가자(5천여 명)가 모인다. 올해 3.1절 때에는 전국 각지의 대한애국당 당원들이 총집결하여 8천여 명이 결집했다.

규모가 큰 만큼, 논란의 극우인사들도 많다. 또 활발한 정당 활동을 부추기고 인물을 발굴하기 위해 집회가 열릴 때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친 이에게 ‘이달의 당원 상’을 수여한다.

그 다음으로 규모가 있는 집회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다. 마찬가지로 주말마다 열리는 이 집회는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줄여서, 국본)가 주최한다. 국본은 탄기국의 몸통이다. 2016년 11월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던 탄기국은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이후, ‘대통령탄핵무효국민저항총궐기운동본부’(줄여서, 국민저항본부)로 이름을 바꿔 활동했다. 그러다가 불법대선자금 논란으로 조원진 의원이 빠져나가면서 지금의 국본으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이때부터 국본은 주말마다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집회 참가인원은 매주 1천명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부터 한국기독교총연합이 합류하면서 더욱 규모가 커졌다. 한때 국본의 대표는 현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씨였다. 최 씨가 대한의사협회 회장직을 맡게 되면서, 지금은 탄기국 사무총장을 지낸 민중홍 국본 사무총장과 국본 공동대표인 도태우 변호사 등이 국본을 이끌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으로도 활동했던 도 변호사는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형법 제93조를 위반했다”며 형사고발한 바 있다. 형법 93조는 여적 죄에 대한 것으로 형법에서 유일하게 사형만을 법정형으로 하는 규정이다.

동아면세점 앞에서 열리는 집회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까지 동아면세점 앞 집회는 ‘일파만파애국자총연합’(줄여서, 일파만파)가 주최해 왔다. 일파만파 대표는 김수열 씨로, 육군사관학교 33기 출신이다.

이 집회가 다른 극우집회와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참가자 중 다수가 군 장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광화문 동아면세점 앞엔 수많은 구국동지회 깃발이 나부낀다. 깃발엔 육군·해군·공군 ‘사관학교 ○○기’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적혀, 군 조직 같은 위압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 집회에 자주 등장해 ‘5.18 왜곡 강연’을 진행했던 극우논객 지만원 씨도 육군사관학교 22기 출신이다.

이 외에도 극우단체들의 집회는 보신각(구명총), 파이낸스빌딩(태극기행동본부), 교보빌딩(자유대연합), 일민미술관(문재인퇴진을위한대한민국국민정부) 앞에서 주말마다 열리고 있다. 또 광화문 채널A 건물 앞에선 멸공진리운동본부와 승리새일교회가 천막을 쳐 놓고 매일같이 반공이데올로기에 입각한 기도문을 외운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이 서울역에 도착한 지난해 1월22일 오전 서울역에서 보수단체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을 태우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이 서울역에 도착한 지난해 1월22일 오전 서울역에서 보수단체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을 태우고 있다.ⓒ임화영 기자

◆ 오로지 ‘반공’…“헤쳐모여”

“광화문 우익집회가 통합되었습니다.”

7일 ‘극우논객’ 지만원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지 씨에 따르면, 지난 6일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주최해온 극우단체 수장들이 모두 모여 그동안 가졌던 감정적 앙금을 모두 풀고 서로 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또 각 단체들이 지키고 있던 기존의 장소에서 1부 집회를 마치곤, 한 곳으로 집결하여 2부 집회를 공동으로 진행키로 결의를 모았다고 한다.

같은 주장을 펼치면서도, 주도권 싸움 등으로 집회장소를 달리했던 이들이 예전 탄기국의 모습처럼 다시 한 곳으로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3·1절 날을 기점으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3·1절 100주년 행사로 광화문 일대에 집회허가가 나지 않자, 인근 주요거점 지역에서 함께 연대라도 하듯 집회를 개최하는 차선책을 택하면서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역 집회에서도 관측된다. “5.18은 북한 게릴라 군이 일으킨 폭동이다”와 같은 극단적이고 파시즘적인 주장은 일파만파 쪽에서나 제기됐었지만, 최근엔 서울역 집회에서도 “이 주장이 맞다”는 적극적인 연대발언을 내놓기도 한다.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와 같은 주장도 마찬가지다. 극우 유튜버들의 방송을 서로 돌려보면서 각 집회에서 제기되는 내용들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뿔뿔이 흩어졌던 단체들이 공통된 전선을 만들고 있다.

쪼개졌지만, 이들 단체들은 공통적으로 매우 강한 ‘반공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더욱 견고하게 결집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이들은 남북 서로가 군사적 긴장감을 낮추기 위해 진행하는 쌍방의 조치를 “군사해체”, “국가포기” 등의 극단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대로 사람들을 선전·선동한다. 또 이런 주장을 단체들 사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듯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이 서울역에 도착한 지난해 1월22일 오전 서울역에서 보수단체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을 태우고 있다.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단이 서울역에 도착한 지난해 1월22일 오전 서울역에서 보수단체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인공기와 김정은 사진을 태우고 있다.ⓒ임화영 기자

편집자주ㅣ탄핵 이후 잦아들 것이라 예상했던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50·60·70대 노년층의 집회라 불리던 ‘태극기 집회’는 그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의 구독자 수는 주요 방송사를 앞질렀다. 철지난 색깔론을 내뱉으며 안보장사를 한다. 대다수의 대중이 이를 애써 무시하는 듯해도, 이들은 멈추지 않고 같은 주장을 펼친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오히려 극우가 더욱 활개치고 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증 또한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학술지에 실릴 논문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에 ‘민중의소리’는 보다 자세히 관련 현상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폭주하는 극우’라는 주제로 몇 차례에 걸쳐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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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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