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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생산라인 유일한 ‘여성노동자’의 외침 “우린 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개최한 3.8 세계 여성의 날 정신 계승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여성 노동자.
민주노총이 개최한 3.8 세계 여성의 날 정신 계승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여성 노동자.ⓒ뉴시스

1985년 3월18일 한국지엠 조립2부에 입사한 이노이 씨. 그는 한국지엠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유일한 ‘여성 노동자’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두 자녀를 키웠다. 2000년 구조조정 당시엔 수 년간 복직투쟁을 했다. 그 결과, 2004년 4월에 다시 조립1부로 돌아왔다.

기쁨도 잠시, 이 씨는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배정받은 곳에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기본급이 적은 공장 노동자에게 생명인 잔업과 특근조차 받을 수 없었다. 이런 차별에 그는 굴하지 않고 싸웠다. “여성도 작업장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는 외로운 싸움이었다.

2006년, 그는 컨베이어를 타는 품질확인 1부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차별은 여전했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남녀 간 임금격차가 존재했다. 그는 노동조합에 이 사실을 알렸고, 또 다시 싸움을 시작했다. 8천여 명의 생산직 조합원 중 여성 조합원은 고작 32명. 생산라인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는 그가 유일했기에 외롭고 긴 싸움일 수밖에 없었다.

그의 투쟁 덕분에 2017년 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에도 여성부가 신설됐다. 동료 조합원들과 함께 남녀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여갔다. 그리고 정년을 1년 앞둔 2018년, 실무협의를 통해 임금격차 문제를 해소시켰다. 드디어 지난해 5월부터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받게 됐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민주노총이 주최한 ‘2019년 3.8 세계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을 받은 이 씨는 다음과 같이 수상소감을 밝혔다.

“저는 남편을 일찍 잃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가장이 되었습니다. 혼자서 딸과 아들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남들에겐 칭찬도 잘 하는 편이지만, 내 자식에겐 칭찬을 아꼈어요. 아빠 없는 자식이라 어떻게든 삐뚤게 크면 안 된다고. 이 자리에서 엄마로서, 여자로서 아들·딸에게 고맙다 말하고 싶어요. 내 자식이 되어주어서 고맙다고. 건강히 자라준 아들·딸, 항상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리고 사랑한다. 여성은 약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엄마가 된 뒤엔 엄청 강해집니다. 여성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투쟁!”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3.8 여성의 날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3.8 여성의 날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김철수 기자

노동현장서 “성 평등” 외친 노동자들

민주노총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서울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서 민주노총은 그동안 성 평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조직과 개인에게 ‘성평등 모범 조직상’과 ‘성평등 모범 조합원상’을 수여했다.

조합원상은 ▲ 온라인상으로만 진행하던 성희롱 예방교육을 오프라인 형태로 바꾸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단협을 체결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교보증권지부 김현정 조합원 ▲ 예술 감독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어렵고 긴 싸움을 진행했던 공공운수노조 충남문화예술지부 천안시립예술단지회 박화신 조합원 ▲ 한국지엠 공장 생산라인에서 유일한 여성노동자로 각종 차별문제를 개선하해 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이노이 조합원 ▲ ‘스쿨미투’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 학교에서 벌어지는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박선영·이초롱 조합원 등 7명이 받았다.

조직상은 ▲ 사업장 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처로 피해자 보호와 엄중한 가해자 처벌을 이끌어 낸 ‘사무금융연맹 전국협동조합노조 홍천농협지회’ ▲ 조직 내외 활동을 통해 성 평등 인식을 높인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 여성탈의실 CCTV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동반한 노조탄압에 맞서온 ‘금속노조 서울지부 동부지역지회 레이테크코리아분회’ ▲ 남성중심 건설현장을 성 평등한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건설산업연맹 경기중서부건설지부’ 등 7개 조직이 받았다.

상을 받은 조합원들의 동료와 가족, 지인도 대회를 찾았다. 이들은 상을 받은 조합원들에게 꽃다발을 전해주며, 그간 활동을 격려하고 응원했다. 이노이 조합원도 손자로 보이는 아이들로부터 꽃다발을 전달 받고 눈물을 보였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모범상을 받게 된 조합원이 지난 수년 동안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 민주노총은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민주노총이 청년, 여성 노동자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여성노동자들이 앞장서서 싸우는 투쟁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주요한 투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조직문화도 여성 대표를 늘리는 등 여성조합원들의 참여가 더욱 더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촉구하는 대회가 열렸다. 서울 광화문에선 ‘3시STOP 공동행동’이 주최하는 ‘3.8 세계여성의 날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제 3회 3시 STOP 조기퇴근시위’가 개최됐다. 또 인천과 경산, 대구, 경주, 부산에서도 3시 STOP 조기퇴근 시위가 전개됐다.

민주노총과 녹색당, 한국여성민우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3시STOP 공동행동’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남녀 성별임금격차는 ‘100:64’이다. OECD 가입국 중 부동의 1위다. 이들 단체들이 3시 STOP 조기퇴근시위에 나선 이유다. 이날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채용, 승진, 임금 등 고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해소하라고 촉구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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