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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거제도 개혁에 딴지 거는 자유한국당 정신차려라

‘선거제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마감시한’을 앞둔 지난 10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원 정수 10% 축소-비례대표 폐지안’을 당론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지역구 의석 축소-연동형 비례제 도입안’과 정반대되는 것이다. 또한 불과 3개월 전 여야 원내대표간 회동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기로 한 합의 내용을 뒤엎는 행태이다. 당시 합의문에는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함께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비례대표제는 단 한 표라도 앞선 사람에게 의석수를 몰아주는 승자독식의 배타성을 완화하는 기능이 있어서 우리나라는 1963년부터 헌법으로 명문화해온 제도이다. 또한 청년·여성·노인 등 ‘직능 대표성’을 가진 인물들과 ‘소외계층’ 출신의 인물들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소수 정당의 의회진출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정당정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OECD 가입국 가운데 비례대표제가 없는 나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불과하다. 또한 프랑스는 비례대표제 도입이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며 지난 해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영미권 일부를 제외하면 비례대표제 도입이 국제 추세이다. 오히려 비례대표만으로 의회를 구성하거나 지역구와 비례대표 방식을 병용하는 나라가 스웨덴, 오스트리아, 독일 등 32개 국으로 훨씬 많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선진국 대부분은 비례대표제가 없다는 둥 사실 확인도 안된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이 현실화될 경우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하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국회 협상용으로 되풀이되는 ‘총사퇴 불사’ 엄포에 겁을 먹을 국민은 없다. 나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의 마음은 의원 수를 줄여라, 그리고 내 손으로 뽑을 수 없는 국회의원보다는 내 손으로 직접 뽑는 국회의원의 유지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국민들의 정치혐오증을 자초하고 부추긴 대부분의 원인제공처인 자유한국당이 할 말은 아니다. 최근에도 유치원3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등 민생·개혁 입법은 내팽개치고, 5.18 망언을 부추기거나 한유총의 억지를 비호하는 등 극우보수세력에 기대어 당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에 정신을 팔아 온 자유한국당이 아닌가.

합의도 뒤엎고, 헌법에 명시된 선거제도의 근본정신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야4당 선거제 공조를 불붙게 한 자충수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자유한국당이 이런 몽니를 계속 부리는 저의는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전국 단위 연동형 비례대표제’ 권고안과 2016년 20대 총선 득표율을 토대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자유한국당의 의석 수가 전체 122석(지역구 105석, 비례 17석)에서 105석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비례대표 선거가 개편, 확대될 경우 자신들의 의석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연동형 비례제 도입 추진 초반부터 제기돼왔다.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를 불신하는 여론을 확대 조장하는 억지주장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 국민들의 바램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민주적 정치제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것이다. 당리당략을 앞세워 민심을 배반하는 정당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아왔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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