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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북한은 한반도에서 ‘핵무장 국가’” 발언... 금기 깨고 핵보유국 지위 인정?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자료 사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자료 사진)ⓒ뉴시스/AP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을 한반도에서 ‘핵무장 국가(nuclear weapon state)’라고 칭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에 비추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건 특별대표의 이러한 언급은 지난 11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이 주최한 핵정책 콘퍼런스 좌담회에 참석해 미국의 과거 대북정책 실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우리는 1990년대 초 북한과 이러한 외교를 시작했다”면서 “왜 이러한 (당시) 연이은 조치(initiative)들이 실패했는지, 누가 잘못했는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결과는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1994년, 더 이르게는 1992년 남북한 간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기로 합의한 이후 오늘까지 27년간 논쟁(racing)이 있었다”면서 “우리는 (이제) 한반도에서 핵무장 국가를 갖게 됐다(We have a nuclear weapon state on the Korean Peninsula)”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그동안 미국의 대북) 정책은 실패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모든 면에서 매우 강하게 압박할 것(push very hard across all fronts)”이라고 설명했다.

비건 특별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과거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함에 따라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state)’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그동안 공식·비공식적으로도 북한을 핵무장 혹은 핵보유 국가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 국가로 공식 인정할 경우, 이에 따른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북한과도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군축 협상에 나서야 하고, 한국이나 일본 등 여타 다른 국가의 핵무장에도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은 물론 1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의 교착상태가 지속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인정하고 단계적인 핵감축이나 동결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은 물론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 지위 인정도 금기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정책 실무를 총괄하는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의 입에서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state)’가 됐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비건 특별대표의 이러한 언급은 그가 최근 ‘단계적(step by step)’ 접근에서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접근 방식으로 대북정책을 돌변하면서 나온 중대한 실수로 풀이된다. 북한에 압박을 강화하기 그동안 모호한 이중적인 자세를 잠시 잃고 실제로 북한을 핵무기 보유 국가로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미국 국무부는 13일, 비건 특별대표의 이 같은 언급에 관해 ‘비건 대표가 북한(DPRK)을 한반도에서 핵무장 국가(state) 인정한 것인지, 아니면 ’사실상(de facto) 핵보유 국가로 인정한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미 국무부 공보실 관계자는 다만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해 외교적인 개입(engage)을 지속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대신했다.

미 국무부는 기자가 거듭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비건 대표의 이러한 언급은 매우 중요한(critical) 이슈’라며 이에 관한 해명(clarify)을 재차 요구했지만, 아직 별다른 해명이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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