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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자연씨 죽음 은폐한 검은 권력, 이번에는 도려내야

폭행 시비로 시작된 '클럽 버닝썬' 수사가 가수 승리의 성매매 알선 사건으로 옮겨붙더니 이제는 연예인들이 집단으로 얽힌 대형 성범죄 사건까지 들추어내고 있다. 초기만 하더라도 몇몇 개인의 일탈 문제로 다루어지던 것이 수사가 진척되면 될수록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 점점 막장으로 치닫는 추세다. 도색 잡지에나 등장할 소설 같은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현실로 적나라하게 등장하면서 국민들이 받은 충격과 분노도 이만 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대중의 사랑을 자양분으로 재산과 명예를 축적해 간 자들이 일상적으로 여성에 대한 혐오스런 발언을 즐기며 죄의식 없이 성폭행을 행사해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불법으로 촬영된 동영상을 돌려보며 피해자를 이중 삼중의 고통으로 몰아넣은 파렴치에 이르러선 더 말할 것도 없다.

누가 더 흉측한 막장인지 가증스럽게 경쟁하는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는 것은 기본적인 과제다. 그런데 더 심각하게 볼 문제는 이들이 대놓고 벌인 범죄 행각의 대담함에 도대체 어떤 배경이 작용했을까 하는 것이다. 수사가 더 진척되어야 진상이 드러날 테지만 경찰이 성범죄 사건의 피해를 무마시키고 가해자를 비호한 게 사실이라는 정황과 증거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2016년 정준영씨가 여성을 불법 촬영한 사건으로 조사받을 때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폰을 '복구 불가'로 해달라는 디지털포렌식 업체와의 당시 대화가 공개되었다. 물론 이러한 부당 거래의 주체는 경찰이었다. 결국 정씨는 무혐의로 살아났는데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덜미를 잡힌 것이다. 문제가 된 '단톡방'의 또 다른 등장인물이 음주 단속에 걸렸으나 외부에 사건화하지 않기로 경찰 관계자가 협조해주었다는 발언이 새로 주목 받고 있다. 이미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버닝썬과의 유착이 드러나 구속된 전직 경찰관도 있다. 여성을 한낱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 다룬 그들의 되먹지 못한 인성이 일차적 원인이겠지만 지속적이고 대담하게 성범죄를 저질러온 배경에는 이 같은 권력의 비호가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박근혜 정권 초기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김학의 성접대' 사건도 당시 권력의 윗선에 의해 상당 부분 그 진실이 은폐되었다고 보는 게 지배적인 시선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사건 발생 10년째가 되도록 아직도 죽음의 진실과 가해자를 알 길이 없는 장자연씨 사건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고인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국회의원과 언론인 등을 고발하는 글을 남겼으나 경찰과 검찰은 단 하나도 밝혀내지 않았다. 

결국 장자연씨의 죽음을 뒤덮은 부패권력의 카르텔이 오늘날의 막장 드라마를 불러온 뿌리와 다름 없다.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과 아울러 그를 비호한 권력의 추악한 그림자까지 도려내 중죄로 다스려야 마땅한 일이다. 경찰청장이 그런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이번에 최대의 수사팀을 꾸렸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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