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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완 선생 “이 썩어문드러진 구조를 뒤집어엎자는 거야”
10년 만에 자신의 삶과 철학, 민중예술과 사상을 녹여낸 신작 소설 버선발 이야기를 출간한 백기완통일문제연구소장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10년 만에 자신의 삶과 철학, 민중예술과 사상을 녹여낸 신작 소설 버선발 이야기를 출간한 백기완통일문제연구소장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김철수 기자

“내 것이라는 건 거짓이야. 내건 끊임없이 내거를 요구해. 이 책은 말뜸(문제제기)이야. 오늘의 자본주의 문명과 반생명적인 것에 던지는 말뜸이야. 꼭 그 말뜸을 알 수 있도록 전해줘.”

백기완 선생은 지난 13일 10년 만에 발표한 신작 ‘버선발 이야기’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죽으면, 이런 거 쓸 사람도, 핏대 세울 이도 없다”며 자신이 던진 말뜸을 새겨달라고 당부했다. ‘버선발 이야기’는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신도 못 신은 ‘버선발(벗은 발)’의 한바탕(서사)을 담고 있다. ‘버선발’은 영웅은 아니지만, 너 나 없이 함께 일하고, 너 나 없이 함께 잘사는 ‘노나메기’를 이루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간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 백기완 선생이 풀어내는 ‘버선발 이야기’는 마치 우리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듣는 듯 살아 꿈틀거리는 민중의 날 것 그대로의 언어와 민중들이 오랜 시간 살아가며 깨우쳐온 깨달음이 담겨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에 국어사전에 조차 안 나오는 단어가 있어서 ‘임꺽정 용어사전’이라는 책까지 나왔다. ‘버선발 이야기’에도 용어 해설이 나온다. 영어와 한자를 쓰지 않고 이렇게 순 우리말로 책을 엮으신 게 놀라웠다. 이런 언어를 어떻게 채득하신 건지 궁금할 정도”라며 “선생의 삶, 사상의 밑바탕에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에게서 전해진 민중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도 “무지렁이 민중의 이야기를, 아무도 말하지 못한 사상을 니나(민중)의 삶을 통해 풀어낸 책”이라며 “모두 같이 읽고 우리가 어떤 삶에 근거 하면서 살아왔고, 또 살아갈지 민중적 관점을 나누자. 목숨 걸고 책을 써주신 선생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것은 자그마치 여든 해가 넘도록 내 속에서 홀로 눈물 젖어온 것임을 털어놓고 싶다. 나는 이 버선발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니나(민중)를 알았다. 이어서 니나의 새름(정서)과 갈마(역사), 그리고 그것을 이끈 싸움과 든메(사상)와 하제(희망)를 깨우치면서 내 잔뼈가 굵어왔음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난해엔 더 달구름(세월)이 가기 앞서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글로 엮으려다가 그만 덜컹, 가슴탈(심장병)이 나빠져 아홉 때결(시간)도 더 칼을 댄 끝에 겨우 살아났다. 이어서 나는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몰래몰래 목숨을 걸고 글을 써 매듭을 지은 것이 이 버선발 이야기라.”
- 글쓴이의 한마디 중에서

백기완 선생 신간 ‘버선발 이야기’
백기완 선생 신간 ‘버선발 이야기’ⓒ오마이북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마무리한 책을 통해 백 선생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지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서 빨리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백 선생은 “나는 이 썩어문드러진 구조를 뒤집어엎자는 거야.. 자본주의를 향한 큰 소리, 자본주의를 향한 한바탕이 버선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백 선생은 “돈 좀 땅 좀 있다고 물려서 먹고 사는 놈 안 좋다. 이자놀이 해먹는 놈 안 좋다. 그럼 뭘해야 하나. 돈이 있던 없던 머슴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너나 없이 다 일하고, 모두 올바르게 잘살자는 것이다. 내가 속한 나라만 잘살면 안 된다. 사람사는 세상 고루 잘되야 한다는 걸 깨우쳐야 한다. 짐승을 죽이고 사람만 잘 살자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버선발 이야기’는 우리에게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른 세상을 만드는 것은 누구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바꾸고, 그렇게 함께 싸우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과정임을 깨닫게 한다.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린다. 돈(자본)이 사상(주의)이 되어 지배하는 사회는 피도 눈물도 없다. 피도 눈물도 없는 그 사회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지금 다른 세상, 노나메기 세상을 현란한 이론의 언어가 아니라 민중의 이야기를 통해 백 선생이 들려주고 있다.

“첫째 이 이야기는 아마도 니나(민중) 이야기로는 온이(인류)의 갈마(역사)에서 처음일 것 같다. 그러니 입때껏 여러분이 익혔던 앎이나 생각 같은 것을 얼짬(잠깐)만 접어두고 그냥 맨 사람으로 읽어주시면 어떨까요. 둘째, 이 이야기엔 한자어와 영어를 한마디도 안 쓴 까닭이 있다. 그 옛날 글을 모르던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니나들은 제 뜻을 내둘(표현)할 때 먼 나라 사람들의 낱말을 썼을까. 마땅쇠(결코) 안 썼으니 나도 그 뜻을 따른 것뿐이니 우리 낱말이라 어렵다고만 하지 마시고 찬찬히 한 글자 한 글자 빈 땅에 콩을 심듯 새겨서 읽어주시면 어떨까요.”
- 글쓴이의 한마디 중에서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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