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이해찬이 나경원 두고 “국가원수 모독죄”라며 ‘버럭’한 이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3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장면1. 자유한국당의 이른바 '5·18 망언' 토론회를 두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1일 "묵과할 수 없다"라며 자유한국당에 문제의 '3인방' 출당 등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당 대표로서 공식 요구했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3당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한 자유한국당 의원 '3인방'을 실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을 뿐만 아니라 의원직 제명까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례적인 초강수를 두고 있는 셈입니다.

장면2. 그로부터 한달 여 흐른 12일, 이번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지칭하는 등 태극기집회 연설을 방불케하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서면서 여야가 또 한번 격돌했습니다. 이를 본회의장에서 나란히 앉아 듣고 있던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는 곧바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강경대응에 나섰습니다. 이 대표는 "이건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라고 격노하며 법률 검토를 통해 즉각 국회 윤리위에 회부할 것을 주문했고, 민주당 의원 전원은 곧바로 이를 시행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제3차 임시회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7회 제3차 임시회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김슬찬 기자

이해찬의 '베를린 발언' 데자뷰

이처럼 자유한국당의 망언 파동에 강한 어조로 정면 대응하는 이해찬 대표의 모습은 과거 참여정부 국무총리 시절 별명인 '버럭 총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야가 서로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윤리위에 제소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초강경 대응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특히 이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두고 "저런 의식과 저런 망언을 하는 사람들이 집권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작심 비판한 것은 과거 유명했던 이른바 '베를린 발언'을 연상시킵니다.

이 대표는 총리 시절인 2004년 10월 유럽 방문 당시 베를린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보수언론이 참여정부를 근거 없이 좌파로 몰아붙이는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역사의 반역자"라고 비판했고,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 집권하면 역사는 퇴보한다"라고 말해 한나라당의 강한 반발을 산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평소 소회를 말한 것"이라며 사과를 거부했습니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맞불로 자신을 윤리위에 제소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국가원수 모독죄" 등 발언에 대해서도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나 원내대표 연설 이튿날인 13일에도 자유한국당을 향해 "정권을 놓친 뒤에 거의 자포자기 하는 발언", "정말로 앞길이 없는 사람들"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이 대표의 "국가원수 모독죄" 발언을 두고 '폐지된 형법을 일컫는 것으로 군사독재 시절의 용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모르고 한 말은 아닐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치적 발언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발언을 미리 준비할 시간도 없었고, 즉흥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원내대표 광주민주유공자증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원내대표 광주민주유공자증ⓒ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실

이해찬이 5·18 망언에 특히 격분할 수밖에 없는 이유

'버럭'이라는 건 듣는 이에 따라 부정적으로 또는 긍정적으로 해석됩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해 "'버럭' 하는 게 아니라 망언이나 망동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말 취임한 이래 '통합'을 강조하며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을 자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예전엔 아닌 건 아니라고 하며 큰소리를 내던 모습이 있었는데 요즘 들어 덜한 것 같다'는 평가에 "그때는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한테 버럭한 것"이라며 "지금 당대표라는 자리는 축구장의 골키퍼나 마찬가지다. 골키퍼가 함부로 흥분하면 힘들어서 공을 못 잡는다"라고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5·18 망언과 나 원내대표 연설에 그 무엇보다도 '발끈'하고 나선 건, 그의 정치 이력과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표는 청년시절인 1970년 초반부터 대학과 재야에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특히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11개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2년 반 동안 옥살이도 했습니다.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이 대표는 훗날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공자가 됐습니다.

이후 그는 재야 활동을 하다가 평화민주통일연구회를 거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민주당에 들어가 정계에 입문했습니다. 그는 초선 의원 시절부터 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1988년 '5·18 및 5공 비리 청문회'에서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많은 국민들의 시선을 모으며 당시 국회의원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문회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5·18을 진상규명 하자는 광주 청문회를 했던 분 아니냐"라며 "그런 청문회에서 밝혀진 진실을 왜곡하고 자신들이 배출한 대통령도 인정한 내용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정치, 평화통일에 반하는 극우적인 발언을 보니 더 황당하고 낙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문제는 당리당략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집권여당으로서는 가만히 있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야당의 정부 비판은 당연하지만 그렇더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건데, 이를 넘을 경우에는 문제 삼을 수밖에 없다. 그건 자유한국당이 여당일 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동료 의원들에게 격려를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동료 의원들에게 격려를 받고 있다.ⓒ김슬찬 기자

개혁입법 가로막힌 국회,
총선 앞두고 여야 본격 대치

하지만 이 대표의 강경대응은 내년 4월 총선의 전초전이라는 해석도 정치권 안팎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잇따른 막말을 지렛대 삼아 극우세력을 비롯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의도적인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민주당 역시 강경한 대응으로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권의 입장에서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성공, 그리고 재집권과 직결돼 있기도 합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개혁 입법 과제가 자유한국당에 의해 사실상 원천봉쇄된 상태인 만큼, 총선에서 압도적인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여당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입니다.

이러한 국회의 상황은 이 대표가 과거 '베를린 발언'으로 한나라당의 반발을 샀을 때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과거 이 대표가 총리하던 시절 정기국회에서 '4대 개혁 입법' 처리가 한나라당에 가로 막혀 있었습니다. 당시 이 대표가 한나라당을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건 국회 차원의 절충보다는 일대 사회적 논쟁을 통해 '끝장 토론'을 해보자는 의도로 풀이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 평가를 정면에서 받자는 것입니다.

총선을 1년 가량 앞둔 가운데 당을 진두지휘할 이 대표의 행보에 앞으로 더욱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대표가 들어오면서 당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하다. 당·정·청 회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앞으로 당이 해야 할 건 총선 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공약을 정비하고 전략을 새로 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정치톡’은 정치팀 기자들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슈의 전말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기사입니다.

최지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