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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준영 사건 피해자를 알려는, 알려주려는 행위는 범죄다

정준영 불법영상촬영·유포 사건이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고 있다. 정 씨가 찍은 불법영상에 연예인이 등장한다는 소문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는 피해자를 향한 명백한 2차가해이며 범죄행위다. 사법기관과 정부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해야 하며 엄벌 의지를 밝혀야 한다.

정 씨는 빅뱅 멤버 승리와 함께 있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에 불법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한 혐의로 12일 경찰에 입건됐다. 정 씨와 함께 대화방에 들어있던 빅뱅 멤버 승리는 성매매 알선 혐의까지 받아 입건된 상태며 그들과 함께 대화방에 있던 FT아일랜드 멤버 최종훈은 소속그룹에서 탈퇴, 연예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정 씨에게 1대 1 대화방을 통해 동영상을 공유받아 보고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하이라이트 멤버 용준형 역시 소속 그룹을 탈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2차 가해자로 명백한 범죄자다.

이들만 문제가 아니다. 소식이 알려지자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메신저를 통해 ‘피해여성이 누구냐’는 질문이 삽시간에 퍼졌고 온갖 추측성 글들이 생산됐다. 인터넷을 통해 피해자의 ‘신상털이’에 나서는 것은 물론 피해영상을 찾아보려는 시도 자체도 2차 가해에 해당한다. 이 같은 행위로 피해자는 물론 아무 연관이 없는 이들까지 피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피해자를 추측할 수 있는 정보를 보도했고 심지어 피해자의 피해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까지 했다. 사회적으로 대규모의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절 ‘연예인 불법촬영 동영상’은 피해여성의 이름을 달아 사건명이 불려졌다. 사건이 알려지면 어김없이 해당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됐다. 불법촬영 자체로 인한 피해도 심각한데 동영상을 수백만명이 돌려보며 피해자에 가해를 했던 것이다. 해당 연예인들은 오랜기간 고통에 시달려왔고 그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예인들로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하루에도 수백수천건의 불법촬영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며 피해여성들은 아무 잘못없이 고통 속에 내던져있다. ‘불법영상 촬영·유포’에 대한 엄벌과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대규모로 일어나는 것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사회적 제어장치가 너무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정준영 사건은 그들이 극악무도해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불법촬영물을 다운로드받고 메신저를 통해 돌려보는 행위는 일부 연예인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 대화방에서 버젓이 행해져왔다. 범죄를 저지르며서도 죄의식이 없었던 사회적 정서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온 사회가 2차 가해에 동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건은 정준영을 비롯한 일부 연예인들의 드러난 범죄 뿐 아니라 2차 가해 근절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은 물론 2차 가해를 제어할 수 있는 사법당국, 정부, 관련 업계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 경찰과 여성가족부가 엄벌의지와 대책수립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관련 업계와 협력해 급속도로 퍼지는 허위사실 유포물을 삭제하고 유포자를 처벌하는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실제 조치가 없으면 2차 가해를 막기는 어렵다.

법제도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형법상 사이버명예훼손,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등 2차 가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다. 하지만 이런 법조항이 2차 가해까지 처벌하는 경우는 드물다. 2차 가해까지 제대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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