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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아시나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한국 원폭피해자 단체와 지원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특별법 개정과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한국 원폭피해자 단체와 지원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정부의 특별법 개정과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소외된 사각지대에서, 어둠에서 허덕이다가 제대로 된 빛 한 번, 제대로 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이 안타까운 사연들을 여러분들은 아십니까? 우리가 왜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아픈 국민이든 아프지 않은 국민이든, 피해자든 피해자가 아니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죽는 그날까지 병원비를 걱정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 원폭2세 환우회의 실상입니다. 아픔은 저희가 안고 가더라도 치료라도 받을 수 있도록 하루속히 특별법이 개정이 되어서, 안전하게 제대로 치료를 받으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십시오. 특별법을 개정해 우리 원폭피해자들을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한정숙. 한국원폭2세환우회 부회장.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원폭피해자단체와 지원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원폭피해자들은 거의 다 일본의 식민지배로 강제 징용된 노동자들이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은 전쟁과 핵 학살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 비참한 사건이었다. 여기에 강제 징용되었던 한국인 노동자들 7만 명 이상이 피폭되었으며, 4만 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1945년 전체 원폭피해자와 한국인 원폭피해자
1945년 전체 원폭피해자와 한국인 원폭피해자ⓒ필자 제공

일본, 미국, 한국에서 모두 외면당한 원폭피해자들

그러나 이 비참하고 죄 없는 핵 피해자들이 외치는 호소는, 전쟁과 제국주의의 원흉이자 유일피폭국 코스프레 일본에서도, 원폭투하와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을 맞은 자국(自國)에서도, 원폭 가해국인 미국에서도 외면되었다. 이들은 4만 3천명(최대)이 살아 한국으로 귀국하였지만, 그 이후로도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현재 약 2,350명이 생존, 그 평균연령은 84세라고 한다.

2018년 8월 9일, 나가사키 원폭투하 73년이 되는 해 ‘나가사키 원폭희생자 위령 평화기념식’이 나가사키에서 열렸다. 여기에서 아베 총리는 또다시 ‘일본이 세계 유일의 피폭국’이라고 언급하며, 식민지배와 전범국임을 망각한 채 피해자 코스프레로 그 본질을 가렸다.

식민지배로 강제징용을 당한 것도 모자라서, 한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피폭을 당한 나라가 되었다. 원자폭탄을 개발하고 투하한 미국, 식민지배와 전범국가 일본 모두 한국인원폭피해자에게 어떠한 사죄와 배상도 하지 않았다. 그 한국인 피폭자의 60%가 경남 합천(한국의 히로시마) 출신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그 2세 후손들은 고스란히 그 피폭의 형벌을 물려받았다. 피폭 2세의 유병률은 비피폭자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 남성은 빈혈이 88배, 심근경색·협심증이 81배, 우울증 발병률이 65배 높았으며, 여성은 심근경색·협심증이 89배, 우울증이 71배, 유방 양성종양은 64배나 높게 나왔다(국가인권위원회, 2005).

전쟁, 핵무기는 건강과 절대 양립할 수 없다.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난 뒤 죽거나 이미 방사능에 노출되는 현장에서 의료인의 사명은 밟힌 휴지조각처럼 무기력하다. 진정 건강한 세상이 되려면, 평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인원폭피해자들의 정의 회복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 차원의 추모·진상규명 진행돼야

한국인원폭피해자에 대해 앞으로도 사회적 외면을 자행한다면, 그것은 의료인 사명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건강이라는 가치의 극단에 서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올해 2019년 8월 6일, 한국의 히로시마인 합천에서 74주기 원폭 희생자 추모제가 열린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과 추모를 바란다. 그래서 국가적 차원의 추모와 진상규명 사업이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다. 그야말로 자주독립, 자주평화 정신이 절실한 한 해다. 그리고 전례 없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회담이 평화와 통일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동안 외면 받아왔던 한국인 원폭피해자의 아픔이 이 거대한 흐름에 힘입어, 미·일 정부의 진정어린 사죄와 배상으로 치유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동시 실현되어 평화의 정의가 회복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허명석 길벗 한의사,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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