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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퇴출되는 마당에 은퇴라니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빅뱅 멤버 승리가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빅뱅 멤버 승리가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하루에 한 명씩 연예인들이 활동 중단 선언을 한다. 본인 인스타그램에 검은 그림 올리고 이유를 줄줄이 쓴다. 죄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경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한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으로 그 자리에 올라갔으면 처분도 그 이후에 맡길 일인데 처분도 저 알아서 한다. 사실상 연예인 인생 끝난 셈이니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꼭 은퇴한다고 한다.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은퇴하는 게 아니라 퇴출당하는 거라고. 큰 결단과 자기 희생인마냥 은퇴라니. ‘승리 게이트’ 1호 은퇴 연예인의 선언문을 보자마자 의아함이 들었다. 퇴출되는 마당에 은퇴라니.

불명예 은퇴도 있고, 은퇴 이후의 삶도 장밋빛이 아닌 현실이지만, 은퇴라는 말 자체는 꽤 아름답게 사용한다. 공직자 또는 공무원에게 은퇴란 사고 안 치고 평생을 살아야 맞이할 수 있는 영광이다. 팀에 공헌한 프로 스포츠 선수 은퇴식도 안 열어 주면 “근본 없는 팀, 의리 없는 놈들”이라고 욕 먹는다. 사기업에서의 은퇴도 흑막은 있지만 대체로 본인이 결정하거나 정년이 되어 맞이하는 것이다. 은퇴라는 말은 아무나 못 쓴다. 양심적 삶 까진 아니라도 최소한 평범하게는 살아야 은퇴한다.

‘승리 게이트’에서 갖가지 단어의 오염을 본다. ‘강경대응’과 ‘공식입장’이 그렇다.

연예인들에게 행해지는 각종 루머, 악성 댓글에 내리는 거의 유일한 철퇴였던 ‘강경대응’은 입다물게 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카더라’에 취약한 연예인을 보호하라고 사기업임에도 암묵적으로 허용된 ‘공식’이라는 말도 빛이 바랬다. 시달리는 연예인들,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팬들의 간절한 마음과 바람이 담긴 단어가 강경대응과 공식입장이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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