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색깔론 들이대며 독립유공자 서훈 반발하다가 ‘친일 낙인’ 자초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 정용기 정책위의장(오른쪽),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운데), 정용기 정책위의장(오른쪽),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친일 청산' 의지를 밝힌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정치공세를 연일 펼치고 있다. 해방 후 친일 행위를 조사했던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고 평가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친일 청산 작업에 마치 어깃장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가 자신들에게 자꾸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고 성토했다. 전날 '반민특위 국민 분열' 발언으로 친일 역사관 논란에 휘말린 데 대한 반응이다.

나 원내대표는 당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해방 후에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무척 분열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것"이라며 "또다시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해달라"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을 두고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 정당임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등의 비판이 정치권 안팎으로 대두됐다.

이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해방 이후에 친일 청산 잘 됐어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 반대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결국 그것이 국론 분열로 가져온 부분이 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민특위 재판기록' 풀이집 등을 펴낸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방 후 반민특위의 친일반민족 행위자 단죄는 당시 시대적 과제였으며, 조선민족 절대 다수가 공감한 보편적 국민정서이기도 했다"라며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서도 민족이 어려움에 처한 시기에 외세에 협력한 반민족 행위는 응당 단죄돼 왔다"라고 지적했다. 반민특위 활동이 국론 분열을 일으킨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제헌국회가 구성한 반민특위는 당초 2년간의 활동기한을 전제로 출범했으나, 이승만 정권의 방해로 8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로써 해방 후 친일파 청산은 좌절됐다. 문 대통령이 친일 청산을 국정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한 국민의 지지 여론도 높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월 1~8일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국민인식 여론조사' 결과(95% 신뢰 수준∙표본오차 ±3.1%포인트), 10명 중 8명 꼴인 80.1%가 '친일잔재가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비서실장은 "친일청산 문제는 현실의 정치적 논쟁거리가 아니라 역사청산의 문제"라며 "반신불수가 된 채 역사속에 내동댕이쳐진 반민특위의 역사가 처절한 반성은커녕 정쟁의 도마 위에 오르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이처럼 나 원내대표가 '친일 논란'을 자초한 건 국가보훈처가 독립유공자 중 친일행위자를 가려내는 동시에 숨겨진 독립유공자를 적극 찾아내기로 한 것을 해묵은 색깔론으로 비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국가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전수조사는 문재인 정부의 '친일 청산' 기조와 맞닿은 작업이다.

나 원내대표는 "피우진 보훈처장이 지금 독립유공자 중에서 친일 독립유공자는 가려내고, 그리고 좌파사회주의 운동을 한 사회주의운동 독립유공자를 다시 서훈하겠다고 했다"라며 "사회주의 독립유공자의 서훈을 우리가 반대하는 것 아니다. 그러나 그 사회주의 독립유공자가 해방 이후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부수립을 반대하고, 이 체제를 부정한 데 대해서는 우리가 인정할 수 없다"라고 강변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 문재인 정부가 다시 (친일 청산을) 들고 나오는 것은, 결국 체제 부정에 대한 면죄부"라며 "결국 좌파사회주의에 대한 저희의 비판을 두고 본인들의 면죄부를 가져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역사공정의 일환"이라며 "이건 또 다른 국론분열과 이념 갈라치기"라고 몰아붙였다. 또 "이념독재, 좌파독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 역시 나 원내대표가 문제 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식 연설의 내용과도 동떨어져 있다. 문 대통령은 나 원내대표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이념 갈라치기'를 더 이상 하지 말자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삼일절 기념식에서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되었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라며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현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