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정해진 것 따라오라는 게 사회적대화?” 경사노위 작심비판 노동법률가들
이정미 의원실과 노동법률단체 등은 2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의 진실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정미 의원실과 노동법률단체 등은 2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의 진실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민중의소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가 최근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 과정에서 애초 기구 출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돼, 일부 노동계와 노동·법률단체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경사노위가 애초에 ‘합의’를 할 수 없는 기구인데,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제1조에는 경사노위를 설치하는 이유에 대해 “고용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경제·사회 정책 등을 ‘협의’하고”라고 명시돼 있다. 법 전체를 봐도 ‘합의’란 표현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과거 정부들이 노동정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를 들러리 삼아온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법 전부개정 당시 마련된 내용이다.

그런데 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 ‘합의’라는 표현이 경사노위 본위원회 첫 번째 의결 안건에서 나왔다. 또 청년·여성·비정규직 위원들이 반대해 본위원회에서 의결되지도 않은 건이 국회로 넘어갔고, 해당 내용을 토대로 한 법안이 여당 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이같은 '사회적 대화기구' 운영 양상이, 사실상 과거 정부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는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이하, 민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등은 20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의 진실' 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경사노위법
경사노위법ⓒ기타

‘협의’하는 기구인데, ‘노사정 합의문’ 발표?
의결도 안됐는데, 등장한 여당 법률개정안

“경사노위에서 ‘합의’란 표현을 써선 안 된다.” -민변 정병욱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정병욱 변호사는 경사노위법 조항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최근 경사노위가 발표한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문이 절차상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설명했다.

먼저 그는 “경사노위는 ‘합의’를 하려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사노위법에는 ‘협의’ 또는 ‘위원회의 의결’ 관련 규정은 있지만, ‘합의’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경사노위는 지난 2월19일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경사노위 노사정 합의문’을 발표했다. 언론들도 이를 노사정이 합의했다고 받아 썼다.

경사노위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회의록에서도, 각계의 입장을 주고받는 과정은 있으나, 어떻게 해당 합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선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게다가 해당 협의는 경사노위 본위원회가 아닌 산하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경사노위 본위원회 안이라 볼 수 없다. 이 건은 청년·여성·비정규직 위원들이 “미조직 노동자들을 보호할 방안 없이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반대해, 의결조차 되지 못했다.

또 2월 19일 합의문엔 10명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 중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용근 경총 부회장 등 2명의 이름만 적혀 있다. 이것도 정 변호사가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경사노위법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탄력근로제 관련 협의는 단순 대통령 보고사항에 그친다. 그런데, 한 여당 의원이 해당 ‘합의문’을 토대로 한 근로기준법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달 8일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것이다.

정 변호사는 “의결도 안 됐는데, 한정애 의원안이 덜컥 나왔다”며 “이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대화를 위한 기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이미 정해진 것이 있고, 따라오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사회적 대화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합의’란 표현은 위법 부당한 용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한정애 의원안 자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사무금융노조 법률원 김태욱 변호사는 “한국노총은 탄력근로제 논의 중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몇 가지 장치를 요구했다”며 “그런데 한정애 의원안에는 그중 가장 효과가 미미한 ‘11시간 일간 연속휴식시간 보장안’만 들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변호사는 “한정애 의원안에서 1일 최대 근로시간은 10시간이다. 4시간당 30분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휴게시간과 근로시간 합친다고 하더라도, 11시간”이라며 “그렇다면 어차피 13시간(24시간-11시간)의 휴식시간은 보장할 수밖에 없는데, 왜 이를 넣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승훈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