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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과 중국 그리고 한국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회담 사전 준비과정부터 회담 종료시까지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수많은 국가들의 이목이 모두 베트남 하노이로 쏠리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준비과정부터 요란했던 북미 양 정상의 두 번째 만남은 아무런 공식적인 합의 없이 종료됐다.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깊은 대부분의 국가기관과 전문가들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심지어 회담 당사국인 북한마저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인듯 하다. 실무회담을 거치고 난 후 개최되는 정상회담 당일 공동합의문 채택 무산이라는 외교사에 큰 족적을 남긴 사건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회담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회담하고 있다.ⓒ뉴시스

희망을 가지며 결과를 기다렸으나, 아쉬운 합의 무산. 중국의 속내는?

물론 북한과 미국 두 당사국이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클 것이다. 그러나 양국 못지않게 큰 아쉬움이 남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미 양측의 진전된 입장들이 발표되면 때에 맞춰 지지와 환영의 뜻을 밝혀왔다. 이것은 중국 역시 이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진전과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중국이 내심 기대해 왔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1년 중 가장 운행량이 많은 춘절 특수 기간에 중국 대륙을 종단하는 철로를 내준 것에 비하면 매우 큰 아쉬움이 남는 결과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비록 북미 양측이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합의서 채택에는 실패 했지만, 1차 정상회담에 비해 회담의 의제가 더욱 구체적이었다는 평가를 하면서 향후에도 양측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직접적인 당사국이 아니라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이번 하노이 회담 종료 직후 발표한 중국의 입장 역시 아주 중국다운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북미 대화 진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일까?

국공 내전과 국가 건설 과정에서 피를 나눈 혈맹이어서? 선대부터 이어온 전통적인 우호관계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에 위협을 느껴서? 정답은 아주 간단하다. 북미 대화가 좋은 방향으로 진전이 되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이 된다면 중국은 자국의 발전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초기부터 자신의 최대 과제인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두 개의 백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주변국 외교 안보가 최우선시 되는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해왔다. 한반도는 딱 그런 위치에 있는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주변지역의 안정된 정세하에서 자국의 발전에 주력할 수 있는 전략적인 이해관계 때문이라도 북미 양측이 어렵게 조성된 대화와 협상의 국면에서 벗어나 과거 첨예한 대결 구도로 돌아가지 않는 것을 당사국만큼이나 바라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의 첨예한 무역갈등으로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진핑 정권 2기의 성공과 두 개의 백년 중 첫 번째 백년을 코 앞에 두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이 국면의 돌파를 위해 중국은 이전과는 다른 적극적인 행보들을 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주장해 왔던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인’ 역할을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어린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해 어린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뉴시스/신화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열린 중국의 공간

그럼 중국이 적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건설적인 행동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정치적인 측면에서 유엔안보리 제재 조치 해제를 촉구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이 크다. 하노이 회담 종료 직후인 3월 1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루캉은 정례 기자회견 자리에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문제에 대해 북미 양측 이견을 보이지만 양측 모두 제재해제 문제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고 이것은 마땅히 함께 고려하고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은 “유엔안보리는 제재 결의의 규정과 한반도 정세의 긍정적인 진전, 특히 북한이 취해온 비핵화 방면 조치들에 근거해서 가역적인 조항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고, 대등한 원칙에 따라 제재조치에 대한 조정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외교부가 주장하는 유엔안보리 제재 결의의 규정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언론들이 고의든 타의든 간과하고 있지만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전문의 마지막 부분에는 항상 다음과 같은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한반도 및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상황의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을 증진하기 위한 안보리 이사국들과 여타 국가들의 노력을 환영하며, 한반도 및 지역 긴장 완화를 위한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가장 최근인 2017년 12월 22일 통과된 유엔안보리 결의 2397호에도 그 이전 결의안인 2375호에도, 2371호에도 그리고 그 이전 모든 결의안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이다. 즉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의 목적과 취지는 중국의 주장대로 제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달성하는 것에 있으며, 이를 위한 유엔 회원국들의 노력을 중시하며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중국이 주장하고 있는 대북제재 해제 요구는 나름 건설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할 수 있으며,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매우 유의미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어렵게 조성된 북미 대화 국면이 깨지고 다시 첨예한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중국외교부는 하노이 회담 결과에 대해 한반도 문제는 매우 복잡하고 북미 사이의 대립은 전쟁이후 지금까지 수 십년에 걸쳐 쌓여온 것으로 짧은 시간에 해결 할 수 없는 문제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이제 양측의 입장을 듣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미 양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중재자 역할을 자처할 수 있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파푸아뉴기니 스텐리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파푸아뉴기니 스텐리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주목받는 중국의 중재자 역할과 한국 정부의 선택

하노이 회담 종료 이후 한 달여의 시간동안 북미 양측의 공식적인 대화는 중단되어 있는 상황이며, 도리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화가 단절되고 이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서로가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서로에 대한 오해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시기일수록 양측의 대화를 적극 중재할 수 있는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 하노이 회담 직후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자 혹은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그러나 현재 북미 관계에서 쌍방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존재는 한국이 아니라 중국이 더 가깝다고 하겠다. 대화와 화해를 추진하는데 있어 중재자는 쌍방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제3자가 적합하다. 중국은 북한, 미국 양국과 모두 정상적인 수교 관계를 맺고 있고, 양측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 있다. 또한 자국의 발전을 위한 주변의 안정이라는 국내적 명분 또한 충분하다.

반면 한국은 어떠한가? 비록 작년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신뢰 관계 회복을 위한 발판은 마련했다고 할 수 있지만 현실은 아직까지 자유로운 왕래조차 할 수 없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 관계이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닌 듯 하다. 이런 상황과 현실을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지난주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수이다. 너무나도 안타깝고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이것이 딱 한국의 현실과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말처럼 한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재자가 아닌 직접적인 플레이어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독자적인 행보를 취할 수 없다면 독자적인 행보 말고 중국의 행보속에서 현재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중국은 당장 4월 말에 예정되어 있는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북한의 고위급 대표를 초청해 국제사회에 북한의 진출을 도모할 것이며, 5월에 평양에서 예정되어 있는 국제 상품 전시회에 중국 기업의 대규모 참여를 추진할 것이다. 또한 최근 중국 다롄과 북한 남포, 중국 옌타이와 북한 남포 사이의 해상 항로 개통에 대한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으며, 5월부터는 중국 옌지와 평양 사이의 항공노선이 재개통 된다. 이는 물론 중국에게 이득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 크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국제사회로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행보이다. 그리고 올해 시진핑 주석의 남·북한 방문과 정상회담이 준비되고 있다. 우연인지 몰라도 올해 한반도 문제의 핵심고리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 없다면 최소한 중국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을 얹는 건 어떨까 싶다. 중국에서 열리는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한국 정부 역시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여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의 만남을 진행하고, 평양에서 개최되는 국제 상품 전시회에 국내 기업들의 대규모 참가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참에 한강 하구 공동이용수역에 유람선을 띄우고 유엔안보리 제재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꾀하는건 어떨까?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에서는 오늘도 매일 출발하는 금강산 관광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 유엔안보리 제재 사항에 전혀 위반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눈치 보느라 못하고 있다면 슬그머니 남들 하는거 따라해 보는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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