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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폐경기 전후의 자궁 질환 관리

다양한 질환으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진료 전 설문지를 통해 건강 상태를 물어보면, 자신이 내원하게 된 목적 이외에 평소 자신에게 있었던 다양한 증상들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30대 이후 여성에게서는 자궁, 난소계통의 질환들에 대한 언급을 많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여 병원을 찾아 확인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별 증상이 없어서 특별히 진료받지 않고 지내다가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하고 인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자궁에서 발생하는 종양 중 양성종양인 자궁근종(자료사진)
자궁에서 발생하는 종양 중 양성종양인 자궁근종(자료사진)ⓒ자료사진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

대표적으로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을 들 수 있는데, 자궁근종은 30대 이상 여성의 약 20%에게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중 20~50%는 자각하는 증상이 없어서 모르다가 검진할 때 알게 되기도 합니다. 자궁선근증은 만성적인 골반통을 겪는 여성의 15~20%, 통증이 없는 여성까지 포함하면 약 66%까지도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 질환들은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 가임기 때부터 폐경기까지 임신, 출산 등의 과정을 통해 주기적인 호르몬 영향을 받아서 증상이 점차 발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40대 이후 폐경 전후의 시기가 이러한 병변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 질환들은 증상을 느끼지 못할 만큼 경미한 사람도 있지만, 심각한 사람은 극심한 통증이나 과도한 출혈이 발생하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대부분 자궁근종은 평활근층에서 생기지만 일부 자궁점막층에 발생한 자궁근종이나 근육 층 내에 광범위하게 침윤된 자궁선근증의 경우는 통증의 정도가 매우 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으로 인해 커진 자궁은 인접한 장기인 방광에 영향을 주어 소변에 불편함을 초래하거나 대장에 영향을 주어 배변에 장애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또한 허리 통증, 골반의 울혈 증상, 하지 순환 문제 등의 증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폐경기까지 증상이 악화되다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줄어들게 되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줄어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증상이 경미하거나 폐경을 앞두고 있는 여성에게서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폐경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한 통증이나 출혈이 동반되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을 정도가 되면, 폐경까지 얼마 남지 않더라도 안타깝지만 근종에 대한 부분적인 수술 또는 전체 자궁 적출이 가장 현실적인 치료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궁선근증은 어떠한 원인에 의해 자궁 근육층에 자궁 내막 조직이 들어가게 되어,월경주기에 따라 근육층 내부에서 증식되면서 통증을 출혈을 일으킵니다. 자궁처럼 피가 빠져나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근육 안에서 생리주기마다 부어오르고 피를 흘리게 되니 무척 통증이 심하지요.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심해서 모든 사람이 출혈이나 통증으로 고생하는 것은 아니고,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건강검진 상에서 확인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궁선근증은 자궁근종과 달리 근육층과 병변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서 수술적 요법으로 해당부위만을 절제해서 해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병변 제거보다는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프로게스테론 제제를 복용하거나 자궁 내 삽입장치(미레나) 같은 것을 사용하게 됩니다. 또는 자궁동맥을 차단하는 색전술을 통해서 조직의 증식을 억제하기도 합니다. 자궁선근증 역시 자궁근종처럼 여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지는 폐경기 이후에는 증상이 완화되기도 합니다.

폐경기 여성의 딜레마와 명확하지 않은 인과관계

하지만 폐경기에 동반되는 여러 신체적 증상이 심각하여 다시 여성호르몬을 조절하는 처방을 복용하게 될 경우, 이러한 증상은 악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질환이 있는 분들은 폐경기에 여성호르몬 처방을 복용하기도 어렵고 안 먹기도 어려운 딜레마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참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많은 전 세계 여성들이 자궁계통의 질환들, 예를 들어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식증 등의 질환들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도 그것이 왜 생기는지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병변이 여성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알려져 있지만 똑같이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 다른 여성에게는 문제가 없는 것이 왜 어떤 사람에게는 문제가 되는지 잘 설명되지 않습니다. 결국 치료라는 것이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호르몬제제를 쓰거나 심하면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전부라니 좀 허무합니다.

자궁근종의 경우 가족력이 있거나, 40대 이상이거나, 비만하거나, 임신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하지만, 또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자궁선근증의 경우도 자궁에 손상을 유발하는 자극, 예를 들어 유산(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제왕절개, 여러 차례 출산하는 경우 등이 자궁선근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런 경험이 없는 젊은 가임기 여성에서도 증상은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쳐 발현되는 질환인데다 다양한 생활 요인들이 작용하고, 개체마다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여성 생식기계통의 질환은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생활 상에서 식이습관, 환경호르몬의 노출문제, 운동 여부나 순환 문제 등도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려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요인은 스트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생생여성노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요구사항을 담은 손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생생여성노동행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요구사항을 담은 손피켓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불안감, 자궁 질환 일으키는 조건

난소를 자극하여 여성호르몬을 형성을 도와주는 성선자극호르몬은 뇌의 시상하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데, 심리적 스트레스는 이러한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심리적 긴장은 자율신경계통에 영향을 미쳐 말초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하복부를 긴장시켜 정상적인 월경의 진행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원활하지 못한 생리가 지속되면 어혈이 형성되기도 하고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이 형성되는 조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공식적인 의학의 안경을 벗으면 질병의 원인에 대해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안 노스롭은 의사였지만 대체 의학적 시각을 도입하여 여성의 여러 신체적 질환들의 원인을 심리적이거나 영적인 차원의 에너지 문제로 보려했고, 그러한 시각으로 여성건강 센터를 설립하고 수많은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임상적 경험을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라는 책으로 출간했습니다. 그의 책에서 자궁계통의 문제는 삶의 물질적인 기초인 경제적인 면, 가족 또는 친족 관계, 조직 내 소속감에서 얻어지는 안정감, 본능적인 차원의 충족감, 성적 에너지의 표출, 자기표현의 욕구 등 매우 다양하지만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차원의 에너지가 해소되지 못할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보았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3만 달러 시대를 살면서도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박탈감이 함께 존재하는 우리 사회 모두가 겪고 있는 구조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대가족은 해체되고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 관계가 소원하고 파편화된 관계, 미투의 문제제기가 여전히 유효한 여성에게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문화, 이 모든 것이 유발하는 불안감은 여성에게 자궁 질환을 일으키는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자궁 계통의 문제가 이토록 광범위한 이유이기도 하며, 사회적 차원의 변화가 치유의 선행 조건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현승은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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