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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안전 관리 외주화, 사회적 위험이 되고 있다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외주화 노동실태 토론회가 개최됐다.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외주화 노동실태 토론회가 개최됐다.ⓒ민중의소리

지난해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로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원자력발전소의 안전관리 외주화는 노동자의 위험을 넘어 국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므로, 외주화 금지를 통해 '위험의 내부화·안전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27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수·김종훈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환·우원식·위성곤·최인호·홍의락 의원 공동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외주화 노동실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가한 학자와 국회의원, 노동자, 정부 부처 인사 등은 원전의 외주화 현황과 실태를 공유하고, 이로 인한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주)(이하, 한수원) 공개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에는 비정규직 노동자 162명, 외주인력 6,743명이 방사선 안전관리, 설비유지보수, 계측 점검과 같은 안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노동은 근무 장소와 형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방사선 피폭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 상태때문에 더 위험한 작업에 노출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하청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다단계 하청구조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빛5호기 잠수부 사망사고, 월성3호기 잠수부 사망사고, 신고리원전 가스누출 질식사 사고 모두 하청업체의 재하청업체 노동자였다"며 "위험한 일은 하청의 재하청을 통해 싼 값에 맡기고 책임까지 떠넘기면서도 한수원은 산재 예방 보상으로 지난 5년 간 123 억원의 보험료를 감면받았다"고 꼬집었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일부 개정됐지만 근본적으로 현장의 조건이나 노동 환경이 달라졌냐고 현장에 물어보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현실"이라며 "내부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어서 이 질서를 어떻게 새롭게 바꿔낼 건가에 대해 여러 고민과 개혁 과제가 동시에 진전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용조 원자력 안전과 미래 한빛사무소장이 '방사능폐기물 관리로 본 외주화 실태'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
전용조 원자력 안전과 미래 한빛사무소장이 '방사능폐기물 관리로 본 외주화 실태'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는 모습.ⓒ민중의소리

전문가 "원전,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 있어"
"원전 안전 업무 외주화, 사회적 위험 된다"

전용조 원자력 안전과 미래 한빛사무소장은 '방사능폐기물 관리로 본 외주화 실태'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전 소장은 "원자력 산업은 천문학적 규모의 정부 발주사업이지만, 참여 기업이 제한적이고 소수 이해당사자가 폐쇄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며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원전 건설, 운영, 해체 과정에 정규직과 함께 참여하지만 차별과 위험 고용불안 및 상대적 저임금과 낮은 복지를 받고 있다"며 "위험 업무의 외주화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사고 피폭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전 소장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사고로 9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했고, 187명이 부상당했다"며 "이 중 90% 이상이 외주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설명했다. 또 "비정규직 연간 피폭량은 약 0.9mSv로 한수원 정규직 연간 피폭량(약 0.09mSv)에 비해 약 10배 이상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방사능 폐기물의 수거, 분류, 운반 드럼처리, 측정 등, 방사능에 직접 노출돼 피폭을 수반하는 위험한 업무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수행하고 있다.

전 소장은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 외주화의 문제점과 관련해 "자체 처분 대상 폐기물은 다른 방사성 폐기물이 혼입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2015년 이를 외부 반출 전 발전소 내 관리구역에서 임시 저장하다 폐수지 일부가 오염된 사실이 있다"며 "원자력발전소 안전의 외주화는 노동자의 위험을 넘어 사회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 안전업무 외주화 위험성의 사례로, 사고가 난 일본 후쿠시마의 경우를 들었다. 전 소장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후 피폭을 동반한 위험한 제염작업은 외주화로 수행하고 있다"며 "현재 제염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정부는 하청업체 제염 실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제염업체가 폐기물을 임시저장소로 운반하지 않고 땅속에 무단 투기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외주화 노동실태 토론회에 참석한 노조 대표자들.
2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외주화 노동실태 토론회에 참석한 노조 대표자들.ⓒ민중의소리

원전 비정규직 "계약해지 될까봐, 방사능에 노출돼 작업"
"고용관계는 안전에 큰 영향 미친다"

원자력발전소 방사선 관리·계측 정비·수처리 분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고용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희 한수원 방사선관리분야 정규직전환 노사전 협의회 노동자 대표는 "이전 정부에서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 하에 발전사업 중 상당부분을 용역으로 전환했다"며 "공기업인 한수원에서 원자력발전소 방사선관리 업무를 인력 용역업체들에게 계속해서 맡기려고 한다는 것은, 정부의 올바른 정책에 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 안전과도 직결된 업무를 무책임하게 방치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새로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설계수명만 60년이고, 폐로까지 감안하면 지금부터 원자력발전소가 완전히 사라지는데 100년이 족히 소요될 것"이라며 "향후 100년 동안의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안전에 대해서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모두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길섭 원자력발전정비분야비정규직 정규직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계약서 상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을 거부할 경우,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로 인해 발전소 가동 중에도 고방사능 피폭이 우려되는 격납 건물 및 작업장에서 무방비로 방사능에 노출돼 작업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관계는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또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 비정규직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한 사례를 들며, 사고률과 오작동률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나라 최대의 발전회사인 한수원 장영진 정비처장은 "한수원은 공기업으로서 정부정책 결정에 따라 원자력발전소 안전관리 관련 업무의 외주금지 정책을 성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소 안전 규제 전문기관인 원안위 손명선 안전정책국장은 "규제 관점에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좀 더 발전이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시기를 갖도록 하겠다"며 "국민들 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원전 사고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 신희동 원전산업정책관은 "외주화 금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며 "작업장의 안전 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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