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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유튜브에서 만나는 권인하와 주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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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다들 소셜미디어를 한다. 50대 이하의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소셜미디어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카카오페이지, 트위터, 페이스북 중 하나는 한다. 부지런히 소셜미디어를 운영하지 않더라도 다른 이들의 소셜미디어를 구독한다. 세대마다 다른 소셜미디어를 더 선호할 정도로 소셜미디어의 스펙트럼은 넓다.

요즘에는 유튜브가 강세다. 컨텐츠 플랫폼인 유튜브의 컨텐츠 생산자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왠지 다들 채널을 만들고 뭔가 올려야할 것 같은 분위기이다. 박막례 할머니를 비롯한 유튜브 스타들은 삶이 바뀌었고, 앞으로 유튜브의 영향력은 더욱 커진다는 의견이 정설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대중예술인들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외면할 수 없다. 최소한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중 하나는 해야 한다. 공연 소식을 올리고, 자신의 일상을 드러내며 캐릭터를 관리해야 한다. 팬들과 친근하게 교감해야 한다. 대형 연예기획사의 아이돌은 브이라이브나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다양한 컨텐츠를 생산하고 축적한지 이미 오래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엑소 같은 케이팝 스타들의 활동에서 소셜미디어는 전세계를 포괄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기본적인 매체로 한 몸이나 마찬가지이다.

권인하의 재능이 뒤늦게 널리 인정받도록 도와준 유튜브

케이팝 스타들처럼 전문적으로 소셜미디어를 관리하기 어려운 뮤지션들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사는 이야기를 올리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린다. 재즈 뮤지션 서수진은 자신이 드럼 연습하는 모습을 자주 올리고, 싱어송라이터 루빈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이브를 공개한다. 특별한 장비가 없더라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젊은 세대의 뮤지션들에게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익숙하다.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이제 장년 세대와 노년 세대들도 소셜미디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추세이다. 카카오톡만 쓰는 게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들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다. 50대 이상의 뮤지션들 중에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이 늘어간다. 장필순은 인스타그램에 반려동물 보호 운동 이야기를 알린다. 각종 기계에 두루 능한 송홍섭도 페이스북을 쓰고 있다. 김종진, 이정선, 전인권, 정원영 등도 페이스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단연 돋보이는 뮤지션은 권인하이다. 1985년 이광조의 명곡 ‘사랑을 잃어버린 나’를 작사/작곡하면서 데뷔한 권인하는 밴드 우리를 거쳐, 솔로로 독립했다. 1988년부터 2014년까지 여섯 장의 솔로 음반을 발표한 권인하는 풍부한 성량으로 시원시원하게 내지르는 보컬이 일품이다. 하지만 권인하는 창작력과 보컬 실력만큼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김현식이나 전인권과 흡사한 질감 때문일 수도 있고, 이런 저런 부침 때문일수도 있지만, 권인하의 가장 큰 히트곡이 ‘비오는 날 수채화’라는 점은 늘 아쉬웠다. 하지만 권인하는 TV를 통해 압도적인 보컬 카리스마를 계속 보여주었다. 특히 「복면가왕」에 출연한 권인하는 태연의 ‘만약에’를 다시 부르며 자신의 건재를 확인시켰다.

권인하는 2016년부터 12월부터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바로가기)을 만들고, 라이브 클립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콘서트 영상을 올리던 권인하는 2017년부터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한 노래를 커버했다. 김범수의 ‘보고싶다’, 멜로망스의 ‘선물’, 윤종신의 ‘좋니’를 커버하면서 반응은 폭발적으로 달라졌다. 8090세대들만 아는 노래만 불렀을 때는 20,000뷰 내외였던 조회수는 순식간에 500,000뷰를 넘어섰다. 윤종신의 ‘좋니’는 백만뷰를 넘었고, 닐로의 ‘지나오다’는 삼백만뷰를 넘겼다. 녹음실과 공연장을 벗어나 자신의 차 안에서 운전하면서 거뜬히 고음을 뽑아내는 권인하의 모습은 그의 캐릭터와 보컬 실력을 더 드라마틱하게 드러냈다.

평소 권인하를 몰랐을 젊은 세대들이 몰려와 감탄을 연발하는 댓글을 남겼다. “진짜 이런 부장님이 순대국밥에 소주반병씩 까고 노래방가자 그럼 간다 진짜”라는 코믹한 댓글을 비롯해 수천개의 댓글이 이어졌다. 권인하는 네티즌이 부탁한 노라조의 ‘형’을 커버하면서 친절하게 소통했다. 유튜브의 인기 덕분에 3월 22일부터 3일간 열린 권인하의 콘서트는 젊은 팬들이 몰리며 금세 매진되어 버렸다. 다수의 언론에서 콘서트 소식을 다뤘음은 물론이다. 자신의 곡만으로 재조명 받지는 못했지만, 탁월한 보컬리스트 권인하의 재능이 뒤늦게 널리 인정받는 데 유튜브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튜브에서도 여전히 능숙하고 산뜻한 주현미의 목소리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활동을 이어가는 또 다른 뮤지션은 주현미이다. 1980년대 한국 트로트의 정점이었던 주현미는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으로 감칠맛 나는 목소리를 들려주며 사랑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쉽게 볼 수 없게 된 주현미는 최근 유튜브에 주현미 TV 채널(바로가기)을 열었다.

주현미 TV의 컨셉트는 한국 트로트 음악의 명곡들을 다시 부르는 컨셉트이다. 원곡에 가깝게 옛 노래를 다시 부르면서, 팬들의 신청곡도 받는다. 2018년 11월 25일 인사말을 올리고 시작한 주현미 TV는 그동안 ‘홍도야 우지마라’, ‘눈물 젖은 두만강’, ‘울고 넘는 박달재’를 비롯한 주옥같은 옛 노래와 자신의 히트곡을 시대별로 꾸준히 올리고 있다. 아코디언 김태호와 기타 이반석 편성으로 노래하는 주현미의 목소리는 여전히 능숙하고 산뜻하다. 조회수는 60,000뷰 정도에 구독자수는 27,000명 규모로 많지 않지만 팬들의 댓글이 꾸준히 달리면서 순항중이다.

거의 동시대에 활동했던 권인하가 젊은 팬들과 만났다면, 주현미는 자신의 노래를 좋아했으나 어느새 멀어졌던 과거의 팬들을 다시 불러 모은다. 중장년과 노년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이 드문 현실에서 권인하와 주현미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이 또한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TV매체에서 자주 찾지 않는 이들에게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고 활동하는 기반이 되는 현실은 충분히 주목할만하다. 송은이가 2015년 팟캐스트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를 시작한 후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기억한다면, 권인하와 주현미의 시도 역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 이제는 모든 이들을 포섭하는 보편적인 프로그램보다 분명한 취향을 타깃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더 화제가 되는 시대이다. 아직 자신의 취향을 대변하는 음악과 프로그램을 만나지 못한 이들은 무수히 많다. 뮤지션이라면, 기획자라면 반면교사하고 고민할 때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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