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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의 첫 번째 시선] 인사고과, 회사가 주는 대로 받는 것 아니다

연봉제가 흔해진 요즘 매년 3월이면 회사는 연봉협상을 진행한다. 직장인들에게 필자는 가끔 묻는다. ‘금년 연봉협상은 좀 어때요?’ 돌아오는 대답은 늘 비슷하다. ‘협상은요 그냥 연봉 통보지’ 회사는 보통 이처럼 말한다. 인사고과 평정에 따라 우리 회사는 당신에게 연봉을 이와 같이 통지합니다. 즉 인사고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하여 지급하겠다는 의사이다.

한편 인사고과는 연봉과 같은 임금협상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인사고과를 이유로 한 보직 변경, 배치전환, 권고사직, 저성과자 해고, 수습사원의 경우에는 수습평가를 통해 해고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입사부터 연봉협상, 배치전환, 퇴사까지 직장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

인사고과, 노동자 괴롭히는 수단

필자는 직장인들에게 있어 인사고과가 미치는 영향을 간접적으로 남아 체험하고 있다. 특히 중견기업 이상 회사의 정규직인 경우 인사고과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나름대로 해당 조직에 어렵게 입사하여 경력 경로를 그 회사에서 꾸리는 노동자에게 인사고과 결과는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 필자는 인사고과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노동자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한 노동자는 직장에서 나름 고 성과를 올리고 있는 직원이었다. 정량적 인사평가는 수치상 우수했다. 그러나 정성적 평가에 대해서 회사가 하위인사 고과를 측정하고 종합점수 역시 연속적으로 최하위 고과 ‘D’ 등급으로 측정했다. 현재 이 노동자는 보직강등, 배치전환의 어려움을 겪고 법적 구제를 모색 중이다. 또 하나의 경우는 공기업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특정한 상사와 마찰이 있고 난 뒤 연속하여 인사고과 등급이 ‘C’ 등급까지 떨어졌다. 이 노동자는 연속적으로 낮은 인사고과를 회피하기 위해 스스로 배치전환을 신청하여 노동 장소를 변경하고 심지어 정량적 평가만을 하는 부서로 옮겨 일을 계속했음에도 인사고과 등급이 계속하여 C 등급으로 평가되었다.(이에 대하여 현재 필자 대리인은 근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침묵 중이다.)

연속적 하위 인사고과는 이들 노동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어 정신질환 상병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인사고과의 평정관리는 평상시 직장에 문제없이 재직하고 있을 때는 모르지만, 사용자가 생각하기에 따라 노동자를 괴롭히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법원의 태도는 인사고과의 사용자 재량권을 매우 폭넓게 인정한다. 그러나 법원은 아무리 사용자의 인사권이 광범위하게 인정된다고 하여도 자의적, 편의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의 인사 평정기준이 합리적인지 또 다른 사정이 있는지 등을 종합하여 사용자의 인사 평정에 구속되지 않고 전체 사정을 보아 인사고과의 합리성을 판단하고 있다.

‘2017년도 주무관 근무평정 실시 알림’ 공문에 첨부된 무기계약근로자 등 근무성적 평정표
‘2017년도 주무관 근무평정 실시 알림’ 공문에 첨부된 무기계약근로자 등 근무성적 평정표ⓒ민중의소리

전권 가진 사용자에 대응하는 방법

그러나 인사고과에 대한 노동자 사용자 분쟁에 가장 큰 어려움은 처음부터 모든 정보를 사용자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을 통해 인사고과의 기준, 평정 내역에 대한 구체적 제출명령이 있게 되어도 사용자는 얼마든지 내용을 변조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문서로 주장하여 아무런 자료를 내놓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부당한 인사고과 다툼에 사용자는 버티기 전술을 사용할 것이고 노동자의 권리 주장은 어려움에 빠진다.

필자는 위와 같은 어려운 상황을 접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강구하였고, 실제 어느 정도 효력을 본 사례가 있었다. 이에 몇 가지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절대적·무조건적으로 분쟁에서 유리하다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용자가 전권을 가진 인사고과의 부당함을 입증하고 제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평소 일할 때부터 자신의 실적을 관리한다는 느낌으로 자료를 보존하고 평정을 수집해야 한다. 예컨대 정규 인사고과 시스템이 있는 회사는 통상 1년간 인사성과에 대한 목표를 사전에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영업사원이라면 금년 ‘계약 건 10건’, ‘목표금액 얼마’처럼 목표를 설정한다. 이때 여러분은 자신이 이 목표에 달성한 건수(관련 업무내역 포함), 목표금액에 달성했음을 입증할 자료를 모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가령 영업실적에 대한 총무부 보고를 한다면 이를 메일이나 인트라넷 등을 통해 보내어 해당 자료가 진실하다는 증빙까지 염려해 두어야 한다.

둘째 정성적 평가는 사용자의 주관적 평가영역이다. 예컨대 성실성, 직원들과 친화력, 발전 가능성처럼 수치화하기 어려운 평가지표의 영역이다. 실제로 사용자들은 이 영역만으로 노동자를 평가하여 부당한 인사고과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 회사에서는 이 영역만을 대상으로 인사고과를 실시하고 정량적 평가는 성과금을 위한 제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회사가 정하는 고과 기준은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정성적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주관적 평가이기 때문에 다소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대략적인 예측은 가능하다.

실무적으로 사용자가 주장하는 주관적 평가요소는 주로 리더쉽, 친화력과 같은 업무와 관련한 인간관계와 관련된 항목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평소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재직 중 유지한 사실을 입증하면 된다. 한 사례로 동료와 함께 간 출장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사진(ex 출장 간 관광지 방문), 평소 주고받은 메시지에서의 동료애(ex 고생 했다던지, 고마움의 표시) 등을 표시한 문건을 양산해 내거나 잘 보관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다. 그 밖에 회식, 사적인 대화의 빈도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사용자의 평가가 주관적인 만큼 추상적 수준에서 대인관계를 원만히 하였다는 정도만 입증해도 사용자의 평가는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다.

셋째 부당한 인사고과에 대한 침묵은 인사고과의 인정을 의미하고 이를 매개로 한 부당한 처분을 방어할 때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위 정량적, 정성적 평가에 대한 어느 정도 준비를 하는 것은 물론 부당한 고과에 대한 정식 이의제기가 필요하다. 먼저 인사고과 기준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자신이 금년 목표할 실적 또는 할당된 업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했음을 알린다. 필자의 경험으로 이러한 노동자의 질의에 회사는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괜찮다. 노동자는 이의제기하고 부당함을 알리는 정도면 충분하고 이후 다투어야 할 때 이는 사용자에 불리한 정황이 된다.

인사고과를 원인으로 한 각종 불이익 처분은 결국 인사고과의 정당성을 다투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분명 노동자에게 유리한 싸움은 아니다. 그러나 위 방편대로 준비한다면 나름의 방어는 가능할 것이라 본다. 인사고과는 주는 그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 확인하여 당부를 따져 물어야 하는 과정이다.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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