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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원들이 전면파업에 나서게 된 이유
정의당 여영국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이 9일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원들의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과 민주노총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이 9일 국회 정론관에서 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원들의 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삼성화재 애니카 사고조사원들이 오는 11일 1차 전면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 전국사무연대노동조합 삼성화재애니카지부는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27일부터 2일간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전국 조합원 90%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빼돌린 일감 돌려 달라”

사고조사원들이 이같이 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사측이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6차례의 교섭과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노조의 요구 중 어떤 것도 들어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한다.

노조의 주된 요구는 ‘회사 임의대로 없앤 업무우선배정을 돌려달라는 것’과 ‘10년간 동결됐던 건당 수수료를 인상해 달라는 것’이다.

사고조사원들은 1년마다 계약을 맺는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의 관리를 받지만, 임금은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의 모기업인 삼성화재로부터 받는다. 월급 중에 기본급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임금은 ‘사고처리 건당 수수료 형태’로 받는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일감 배정 순위가 밀려나면 ‘건 수’가 줄어들면서 임금이 크게 깎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회사는 이들에게 부여했던 업무우선배정권을 지난해 1월부로 완전히 없앴다. 사고조사원들이 하던 일을 외주업체에게 주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업무우선배정을 없애면서, 임금이 절반으로 깎인 상태”라며 “이에 지난해 10월 노조를 결성하고 이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수료 인상’ 요구와 관련해선 “지난 10년간 수수료가 한 푼도 인상된 적이 없어,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인상이 가능할지 협의 가능하다고 말했음에도, 사측은 단 10원도 올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측의 태도와 관련해, 노조 관계자는 “형식적으론 교섭에 나왔지만, 사실상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삼성화재ⓒ이승빈 기자

“사측은 우릴 노동자로 보지 않았다”

노조는 회사가 애초에 사고조사원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다가, 최근 들어서야 형식적으로나마 이를 받아들이고 교섭에 응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법원은 2017년 퇴직자들이 제기한 퇴직금 지급 소송에 대해, “(사고조사원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봐야한다”며 퇴직금 지급을 명령했다. 또 노조가 제기한 정규직·비정규직 교섭단위(삼성화재애니카지부) 분리신청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가 “노동자로 인정되고, 분리교섭에 임하라”고 판정하자, 어쩔 수 없이 교섭에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6차례 교섭을 진행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간 교섭에 임원급 결정권자는 나온 적이 없고, 모두 부장·차장·과장이 참석해 교섭을 진행해 왔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교섭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결국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27·28일 이틀 동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90%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

현재 노조는 ▲ 삼성화재는 애니카 자동차 보험의 현장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사고조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할 것 ▲ 강제로 빼앗아 간 업무를 다시 원상회복할 것 ▲ 사고조사 노동자들이 사용하는 출동 차량, 유류비, 보험료, 통신비 등을 지급할 것 ▲ 10년 간 동결됐던 수수료를 인상할 것 등을 요구하며 삼성그룹 건물 앞(강남역 8번 출구)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농성 중이다. 오는 11일엔 전면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측, 불법 대체인력 모집 중단하라”

파업은 쉽게 끝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사측이 파업 시 투입할 대체인력을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노조도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현재 삼성화재손해사정은 타 보험사 출동 기사를 모집하여 예비채널을 두는 식으로 대체인력 투입을 노골화하고 있다”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파업권을 방해하고 조합원들의 일감을 빼앗는 행위는 우리 법이 정한 부당노동행위임이 명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고객만족을 최우선 가치로 둔 삼성화재가 타 보험사 기사를 출동시키는 행위는 고객기만”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박주영 노무사는 “2013년 공개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을 통해 삼성의 노조와해 시나리오가 드러난 바 있다”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조합 활동을 시작했을 때도 교섭을 지연시키고, 일감을 줄여서 조합원들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쟁의행위를 시작하면 대체근무를 통해 일감을 빼돌리는 일을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상황도 비슷하다”며 “교섭에 형식적으로만 응하며 지연 전략을 펼치고, 건당 수수료 형태로 지급하고 있는 임금문제를 이용해 사고조사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도록 일감을 빼돌리고, 예비채널이란 걸 만들어 (파업에 대비한) 대체인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무가 중단 됐을 때 대체인력으로 중단된 업무를 해결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일”이라며 “이건 형사상 1년 이하의 징역 및 1천만 원 이하의 처벌에 처할 수 있는 혐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 노조와 함께 부당노동행위 및 노조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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