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낙태죄 위헌’ 결정에 환호한 시민단체들 “역사는 진보한다”
낙태죄 헌법소원 심판 선고일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찬성측과 반대측 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각각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낙태죄 헌법소원 심판 선고일인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찬성측과 반대측 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각각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11일 오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 시점 전후로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낙태죄 위헌 입장 시민단체와 합헌 입장 시민단체들이 각각 기자회견을 가지며, 해당 사안에 대한 치열한 의견 대립을 보여주었다.

판결 전, 위헌 vs 합헌 입장 시민단체들 기자회견
여성의 결정권 존중 vs 태아의 생명권 존중

낙태죄 '위헌' 입장을 가진 단체들은 헌법재판소 정문 우측에서 오전 9시부터 연이어 릴레이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청년학생, 종교계, 청소년, 연구자, 장애계, 의료계, 정당들이 판결이 열리는 오후 2시 즈음까지 기자회견을 계속했다. 참석자들은 "여성의 몸은 불법이 아니다", "여성의 건강은 불법이 아니다", "낙태가 불법이라면 범인은 국가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녹색당 신지예 대표는 "낙태죄로 60년 넘게 여성들은 눈물속에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숨어서 받아야 했다"며, "지금 얼마나 많은 여성이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고 있는지 국가에 제대로 된 통계도, 보건시스템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오늘 낙태죄를 위헌으로 정확하게 선고하여, 여성과 태아를 위한 바른 정책들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동하는간호사회 최원영 간호사 역시 "낙태를 처벌하기 때문에 낙태를 적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본질을 빗겨간 생각"이라고 지적하며, "낙태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낙태를 불법화 하니, 몰래 수술받다 생명을 위협받는 여성들이 많다. 쉬쉬하지 말고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들에게 시술받게 해야, 모성사망률도 감소한다"며, "원치않는 임신을 하는 것이 어린 학생이나 미혼의 여성, 혼외임신의 경우라고 단정지으면 안 된다. 기혼여성들의 낙태율도 높다. 현실이 다양해졌다"고 낙태가 더이상 불법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짚었다.

이들은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과 젊은 남성들이 지지의사를 표하며 목소리를 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측 단체 회원들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피켓을 들고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측 단체 회원들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피켓을 들고 참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김철수 기자

낙태죄 합헌 입장의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도 오후 1시경부터 헌법재판소 정문 좌측에서 '낙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석자들은 "여성의 성적결정권보다는 태아의 생명권이 더 중요하다", "낙태는 살인이다",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30~40대 남성, 여성 들이 주로 참석했고, 일부 참석자들은 어린아이를 동반하기도 했다. 이들은 낙태 반대라는 구호가 쓰인 피켓에 태아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붙여놓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한 인간의 생명 존엄성은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이 함부로 자의적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 할 수 없는 것"이라며 "태아의 생명권이 존중되지 않는 곳에서는 여성의 건강권도 보장받을 수 없다. 낙태는 비단 태아의 생명권 문제뿐만 아니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서도 반드시 존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태 문제가 헌법 원칙과 생명윤리에 의거하여 결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기자회견 역시 헌법재판소 판결이 내려지는 내내 이어졌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김철수 기자

오후 2시 50분 쯤 "현행 낙태죄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 내용이 기자회견 장소에 전해졌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사건(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에 대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동의낙태죄),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270조 제1항(자기낙태죄)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고했다.

헌법재판소,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찬반단체들 극명하게 희비 갈려

이때부터 헌법재판소 앞은 희비가 갈렸다. 낙태죄 '위헌' 입장의 시민단체들은 환호와 박수, 미소를 보였다. 반대로 낙태죄 '합헌' 입장의 시민단체들은 침통한 분위기를 보였다.

낙태죄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합헌' 입장 단체 모임)들은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도덕이나 윤리가 아니다. 실정법적으로 인정 안 되도 절대 정당성이 없다"며 "우리나라가 태아살인을 합법화하는 나라가 된 것에 대해 울분을 참을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또 "헌재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생명운동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 결정으로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도 생명 수호 운동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인공임신중절 이른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인공임신중절 이른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위헌' 입장 단체 모임)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가지며 "우리는 승리했다 위헌결정 환영한다" ,"역사는 진보한다 새로운 세계 지금 당장"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쁨을 표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문설희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 그동안 치욕의 역사의 종지부 찍었다. 우리가 승리했다"며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함께 해온 활동가들과 기쁨을 나눴다.

문 공동집행위원장은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고 우생학적 목적에 따라 생명을 선별하며, 그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해 온 역사가 낙태죄의 역사임이 폭로됐다"고 이날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이어 "우리는 수년 간 낙태죄 폐지를 외쳤다"며, "집과 학교, 직장에서 침묵하지 않고 거리, 광장으로 나선 여성들의 행동이 없었다면 오늘 판결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오늘 판결로 역사적 변화를 확인했다. 이제 형법과 모자보건법 전면 개정은 미룰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후 낙태에 대한 어떤 처벌도 우리는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정부와 국회는 이 흐름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인공임신중절 이른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인공임신중절 이른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낙태죄 '위헌' 단체들의 소송 대리인단을 대표해 김수정 변호사도 이날 입장을 밝혔다. 김 변호사는 "오늘은 낙태죄 폐지를 위해 힘써온 모든 분들과, 이땅의 여성들과 연대해준 모든 이들이 주목을 받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벅찬 심경을 전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판결은 현행 자기 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라는 결정이다. 태아의 생명보호권도 국가가 보장해야 하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태아의 생명보호권도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3명의 재판관이 낙태죄 조항의 단순 위헌결정을 해 위헌판결에 강한 힘을 실어줬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국회 입법 과정이 남아있다. 헌재 판결을 보면, 국회에서 어떤 취지로 입법하라고 충분히 나와있다. 더이상 여성을 의심하고 규제하고 출산을 강요하지 말라고 나와있다. 임신, 출산, 양육의 1차 주체인 여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하라는 게 오늘 헌재 판결의 의미다. 이에 걸맞게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입장 발표를 마치며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머리위로 '낙태죄 위헌'이라고 쓴 검은색 손피켓을 던져 올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형법에 낙태죄가 도입된 지 66년만에, 2012년 헌법재판소 합헌 판결 이후 7년만에, 마침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획득했다는 해원(解冤)의 표시처럼 느껴졌다.

이소희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