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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탓에 증거인부 못한다”는 양승태 어깃장에 재판부 “굉장히 당황”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의 최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사법농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자료들을 인정하는지 여부를 밝히는 ‘증거인부’를 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데 대해 재판부가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1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 고영한 전 대법관 등 3명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재판 진행 등에 대해 소송 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절차다.

그러나 이날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이 앞서 지난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명령했던 증거인부에 대한 의견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공판준비 절차가 사실상 공전됐다.

재판부는 “지난 공판기일에 이 사건 관련 증인이 확정될 수 있을 정도로 (증거 인부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촉구 드렸고, 이후 피고인 의견서가 제출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피고인 의견서를 보면 제 예상과 너무 달라서 제가 계획했던 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의견서를 받고 굉장히 당황을 했다. 재판부 예상과 너무 다른 게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은 박 전 대법관이 낸 증거 인부 의견서가 극히 일부에 대한 의견만을 밝혔고, 핵심 증인에 대한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양 전 대법원장이 낸 각 공소사실에 대해 어떤 법리적 쟁점을 다툴 것인지에 대한 의견서 내용도 구체적이지 않아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가 명령한) 의견 제출 기한도 지키지 않는 피고인들의 태도에 신속히 재판을 진행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며 “검찰이 재판을 제대로 준비하는 데 상당한 지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에 “신속한 재판을 위해 피고인 측에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인부의견, 증거에 대한 인부의견을 밝힐 것을 명령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같은 지적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측 변호인은 “우선 증거 인부에 대한 의견만 간략하게 밝히겠다”며 입장을 피력했다.

변호인은 “검찰은 재판 지연 목적이 아니냐고 하지만, (검찰에 요구한) 최종 수사 기록 목록을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규진 업무수첩 등에 대한 열람등사도 (검찰이) 거부했다. 이런 자료들이 확보가 안 되면 저희로서는 절차 진행하는데 애로가 있는 상황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검찰은 “사실과 다른 말씀을 하신다”며 수사기록 목록을 이미 제공했다고 반박했다.

변호사는 “계속 확인하고 있는데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재차 수사기록 목록을 받지 못해 증거인부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변호인이 ‘원본으로 달라’, ‘파일로 달라’는 등의 요청은 들어줄 수 없어 불허했을 뿐 이미 필요한 만큼의 자료는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제공했다고 하고 변호인은 제공받지 않았다고 하는 상황이 다음 기일에도 계속되면 안된다며 중재에 나섰다.

재판부는 “이런 문제는 사소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에도 재판부가 나서야 한다면 그게 맞겠다”며 “양승태 피고인 뿐만 아니라 다른 피고인들도 증거인부 의견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는 책임이 검찰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검찰은 그런 원인이 있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라”고 말했다.

아울러 박 전 대법관 측에 검찰 증거의 순번을 특정해, 해당 증거에 대해서는 특정 이유 때문에 인부를 할 수 없다는 식의 서면 의견서를 오는 17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47개 범죄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유형별로 따지면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조직의 이익을 불법적으로 도모 △법원 내 사법부 비판세력 탄압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등이다.

이중 핵심은 재판 개입 의혹이다.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에 개입해 청와대의 환심을 사려 했다는 내용이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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