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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2의 박삼구 퇴출시키지 못하면 한국경제 미래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사실상 해체된다. 의심의 여지 없이 박삼구라는 재벌총수 2세의 전횡을 못 막은 결과다. 이번 사태는 한국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견제 받지 않는 2세, 3세 황제경영을 근절해야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매각사유는 그룹전체의 유동성 위기다. 주력사인 아시아나 항공은 열흘 뒤인 25일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는 물론 올 한해 갚아야할 돈이 무려 1조3200억원이라고 한다. 지난해 이 회사 부채비율은 814%에 이르렀다. 아무리 벌어도 이자 갚기에도 부족했다고 한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이 이렇게 된 이유는 아시아나 내부에 있지 않았다. 박삼구 회장이 자신의 주특기인 무모한 기업 인수전에 나서면서 회삿돈을 마구 퍼부었기 때문이다. 이러니 황제경영이 문제라고 하는 것이다.

박삼구 회장이 매각을 순순히 결정한 것은 물론 아니었다. 지난 10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항공자회사 매각 조건으로 5천억원을 지원받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기업보다 더 지독한 은행들이 원금 회수 가능성이 위태로워지자 매달 1600억원씩 이자를 내야하는 부실기업에 더 이상 질질 끌려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박삼구 회장은 재계에서는 마이더스의 손으로도, 마이너스의 손으로도 불렸다.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박인천 전 회장 밑에서는 형제들이 힘을 합해 재계서열 10위까지 올렸지만 그가 독자적으로 경영권을 쥔 이후 그룹 전체를 워크아웃 상태에 빠트렸다. 자산과 현금이 풍부한 기업을 물려받고도 막대한 차입으로 대우건설 등 무리한 인수전에 뛰어들어 몸집만 불린 결과다. 2006년 대우건설 인수 당시 가격이 6조4천억원이었는데 이 금액은 물가인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현재 아시아나항공 자산가치와 같은 수준이다. 얼마나 공격적인 인수전이었는지 실감나는 대목이다.

2세, 3세 총수는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최고 경영자가 된 것이 아니라 오직 아버지의 후광을 통해서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이사회 견제도, 주주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독립된 왕국을 건설해 황제놀음에 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아시아나항공 스튜어디스를 상대로 벌인 엽기적인 갑질 횡포도 이런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문제는 이런 수준의 제2의 박삼구가 우리나라 재계서열 30위 안에 꽉 들어차 있다는 것이다. 박삼구와 박삼구류를 시장에서 퇴출시키지 못하면 한국경제는 기형적 성장 끝에 좌초하고 말 것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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