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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폐지단체 “정의당 발의안, 헌재 결정보다 한참 후퇴해”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인공임신중절 이른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
낙태죄 위헌을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인공임신중절 이른바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 이후 처음 발의된 정의당의 개정안에 대해 “헌재의 결정 취지에서 한참이나 퇴보한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운동’(이하 모낙폐)은 16일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대표 발의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비판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 등은 전일 헌재 결정 이후 처음으로 낙태죄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낙태한 모든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와 낙태 시술을 도운 의사 등을 처벌하는 제270조를 폐기하는 방안이 담겼다.

또 낙태를 허용하는 예외기준을 명시한 모자보건법은 임신 14주까지는 여성의 요청만으로 인공임신중절을 가능하도록 했다. 임신 14주부터 22주까지는 기존 허용 사유에서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 부분을 삭제하고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했다. 임신 22주 이후부터는 모체의 건강을 침해하는 우려에 한해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모낙폐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서 한참이나 후퇴한다”라며 “‘최초발의’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또다시 제약하는 법안을 발의한 정의당의 행보를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모낙폐는 가장 큰 문제로 “여전히 임신 중지를 법의 틀에 따라 제한하고 징벌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임신 14주가 지난 임신 중지의 경우 그 사유를 또다시 증명하고 허락받아야 한다”라며 “임신 22주 이후에는 임신 당사자에게 미친 개인적·사회적 맥락을 전혀 고려할 수 없도록 제약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의 임신중지에는 어떤 허락도 처벌도 필요 없다”라며 “특정한 주 수를 우선적 기준으로 검토하고 구시대적 프레임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해 왔다”라고 말했다.

모낙폐는 ‘임신중지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가 아니라 ‘여성의 건강과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입법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임신중지에 대한 법적 규제를 유지하면서 제한적 허용사건에 사회·경제적 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른 재생산 권리의 보장을 제약한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필요한 것은 개인의 곤란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차별의 해소, 여건의 보장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향이 고려되지 않으면 임신 중지의 결정 시기를 놓치고, 더 열악하거나 위험한 조건에 놓이게 되는 이들은 가장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계층일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모낙폐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임신 중지를 한 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닌 여성의 기본권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보장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는 시대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단순위헌 결정한 3인 재판관들은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예외적 기준을 둬 임신 22주 이후에도 임신 중지가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입법 방향을 요청했다”라며 “여성이 자신의 몸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임신 전 기간에 걸쳐 보장돼야 함을 적시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헌법불합치 결정한 4인 재판관들은 임신 22주 내에서는 특정한 사유를 국가가 지정하거나 선별하지 않고 여성의 자기 결정과 요청에 기반해 임신 중지가 이뤄지는 것이 헌법상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향후 법안 개정은 여성의 현실을 바탕으로 성과 재생산의 권리를 사회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숙고하고 토론하는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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