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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미룬 ILO협약 비준 ‘시기상조’라는 환노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 위원장(가운데)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학용 위원장(가운데)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정의철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비준되면 해직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되고, 전교조가 합법화 됩니다. 공무원과 교사 파업이 가능해지고, 해직자가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임금 협상에 관여할 수 있게 돼 ‘정치 파업’이 일상화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 ‘ILO 핵심협약 경사노위 공익위원 최종안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입장문’ 중에서

이는 지난 15일 발표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ILO 핵심협약 공익위원 최종안’에 대해,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매우 실망스럽다”며 밝힌 입장이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은 노사가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큰 아쉬움을 표하며, 공익위원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20일 발표한 공익위원안에, 이후 경영계의 요구로 추가 논의된 내용을 덧붙여 발표한 것이다.

해당 안에 따르면, 경영계 추천 공익위원을 포함한 모든 공익위원들이 공무원·교원의 노조 설립 및 가입을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퇴직자 또는 해직자의 노조 조합원 자격은 노조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그간 ILO가 우리나라 정부에 수차례 권고한 내용을 따른 것으로, ILO에 가입된 187개국 중 대다수 국가들이 비준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노동관련 입법을 책임지는 환노위 위원장이 이같은 사실을 개의치 않는다는 듯,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을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20년 넘게 미뤄온 “ILO 핵심협약 비준은 시기상조”라며, 후진적인 노동인식을 당당하게 드러냈다.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학용 위원장(왼쪽부터)과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학용 위원장(왼쪽부터)과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이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정의철 기자

이와 관련해 환노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도 김 위원장에 못지않게 노동계에 당혹감을 주고 있다. 한 의원이 김 위원장의 입장문에 반박한다는 취지로 발표한 입장 역시 ILO 핵심협약의 내용을 제대로 포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래는 한정애 의원이 16일 ‘ILO 기본 협약을 비준한다고 공무원, 교원에게 파업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입장문의 내용이다.

“김학용 환노위 위원장의 우려는 사실을 오해한 지나친 억측입니다. ILO 기본 협약을 비준하더라도 공무원·교원의 경우, 특별법에 의해 단체행동권이 제한되므로 파업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지난 1월 대표 발의한 공무원·교원 노조법 개정안을 비롯해 현재까지 다른 의원들이 제출한 공무원, 교원 노조법 개정안 어디에도 공무원·교사의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공무원·교원의 단체행동권(파업)을 금지하고 있는 기존의 공무원·교원 노조법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당연히 개정되어야 할 후진적 법안이다. ILO는 우리 정부에 공무원·교원의 쟁의행위 및 정치활동 금지 규정을 폐지하고,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몇 차례에 걸쳐 권고(1992년 ILO 1629호 사건, 2007년 ILO 2569호 사건 등)한 바 있다. 이는 ILO가 정한 8개의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에 관한 제87호·제98호 협약’에 반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물론 ILO도 ‘경찰과 군인’ 또는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장·차관급 고위)공무원’ 등에 관해서는 파업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에서 ‘노조 할 권리’를 박탈당한 교원노조, 공무원노조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해당 노조 조합원에 경찰이나 군인, 국가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장·차관급 고위공무원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면, 한 의원이야말로 협약 비준 후 벌어질 상황에 대해 억측하고 있는 셈이다.

ILO 국제노동기준국이 지난 3월20일 양대노총이 공문을 통해 문의한 내용에 대해 4월11일 이같이 회신했다.
ILO 국제노동기준국이 지난 3월20일 양대노총이 공문을 통해 문의한 내용에 대해 4월11일 이같이 회신했다.ⓒ민주노총

앞서 한 의원은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노동계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최근 ILO에서 한 의원 법안이 국제노동기준에 많이 미흡하다는 내용의 실무조언(Technical Memorandum)을 우리나라 정부와 양대 노총, 경총 등에 보내왔다. 이는 지난달 20일 양대노총이 ILO에 공문을 통해 질의한 내용에 대한 답변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달 11일 회신이 왔다. 이례적으로 빨리 답변을 보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의원이 경사노위 공익위원 권고안의 취지를 담아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보면, 실업자·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면서도 이들의 노조 활동에 제한을 두고 있다. 종사자가 아니면 노조 임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사업장 출입 시엔 사용자에게 사전 통보토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ILO 국제노동기준국은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해고자와 실업자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을 부정하거나 비조합원이 노조 간부를 역임할 수 없도록 하는 법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 간부의 자격조건은 노조 규약으로 재량에 따라 결정할 사항으로, 행정기관은 노조가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는 어떠한 개입도 삼가야 한다 밝힌 바 있다”고 이미 권고했던 내용을 재차 설명했다.

또 한 의원안에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처럼 일하지만 개인사업자(자영업자)로 취급받는 특수고용직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문구가 담기지 않았다.

국제노동기준국은 이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결사의 자유 원칙에 따라 군인과 경찰만을 예외로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분명히 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자영(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단체를 설립할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한 결사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전적으로 누리도록 보장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답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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