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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삶따라 가치있게 살게요” 김복동 장학생들의 다짐
17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성인권 평화운동가 김복동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피해 참상을 알리고 여성·평화 운동을 위해 헌신한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고자 마련된 장학금은 전국 각지의 여성·인권·평화·노동 분야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 25명에게 전달됐다. 2019.04.17
17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성인권 평화운동가 김복동 장학금 전달식이 열렸다.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피해 참상을 알리고 여성·평화 운동을 위해 헌신한 김복동 할머니를 기억하고자 마련된 장학금은 전국 각지의 여성·인권·평화·노동 분야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 25명에게 전달됐다. 2019.04.17ⓒ사진 = 뉴시스

“나는 전쟁 때, 공부를 하고 싶어도 공부를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공부가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여성인권운동가 고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발언)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여성인권운동가이자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의 유지가 담긴 ‘김복동 장학금 전달식: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 나를 따라’가 열렸다.

‘김복동 장학금’은 지난 1월 28일 세상을 뜨신 김 할머니를 위해 시민들이 낸 조의금이 바탕이 돼 만들어졌다. 지난 2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 장례위원회(이하, 시민장례위원회) 측은 “한평생 평화인권운동과 나눔을 실천한 할머니의 유지를 받드는 실천”으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민장례위원회 측은 ‘부모의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대한 긍지와 자긍심이 있고 김복동의 뜻을 이어갈 의지와 열정을 가진 대학생’이라는 선정 기준을 가지고 10인을 선정해 1인당 200만원씩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접수된 서류를 검토해 본 후, 추가로 5인을 더 선정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상임장례위원장인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 등이 참여한 심사위원회에서 장학생을 선정했고, 지난달 28일 총 15인의 ‘김복동 장학생’을 선정 발표했다.

이후 지난 4일 시민장례위원회는 “활동가로서 삶을 사는 부모님을 자녀들이 지극히 존경하는 마음이 한결같아서, 부족한 재원으로 인해 선정되지 못한 분들이 마음이 아렸다”며, 김 할머니가 생전에 설립하신 장학재단 ‘김복동의 희망’ 운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추가로 10인의 대학생들에게 더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장상욱 휴매니지먼트 대표가 2천만원을 지정 기부했다. 최종적으로 총 25명의 장학생이 선정됐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인권 평화운동가 김복동(92) 할머니의 생전 모습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여성인권 평화운동가 김복동(92) 할머니의 생전 모습ⓒ김철수 기자

장학금 전달식이 열린 17일은 김 할머니가 영면하신 후 처음으로 맞는 생신이었다. 김 할머니의 뜻을 기리고, 장학금 전달식을 통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과 그 자녀들을 격려하고 응원하기 위해 수백여명의 시민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장학금을 받은 구산하 씨는 “김복동 할머니께서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셨지만, 역사와 시대의 증언자가 되셨고 인권 평화 운동가로 한 평생 살아오셨다. 후대들에게 삶의 지표이자 선생님이 되셨다”며 “앞으로 남은 시간들을 할머님의 삶을 따라 가치있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김이정 씨는 “이 장학금을 많은 분들 앞에서 받았다는 사실은, 김복동 할머니께서 생전에 이어가려고 했던 정신을 저도 이어가라는 책임감을 부여받은 것으로 생각한다”며,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이자 운동가이신 할머님들과 저희 부모님이 걸어오신 평화와 인권을 위한 걸음을 기억하고 행동하는, 이 시대의 지성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말했다.

이 자리엔 자녀들을 대신해 장학생의 부모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우현서 학생의 어머니 장훈희 씨는 “그간 아이가 제 활동에 대해 지지하고 저를 사랑한 것은 맞다고 하더라. 하지만 실제로 엄마를 ‘존경’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번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쓰며 부모의 삶을 돌아봤고, 그 과정에서 제가 김 할머니처럼 존경스러운 인물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이 측면에서 보면 제가 가장 큰 수혜자”라며 활짝 웃었다.

전수빈 학생의 어머니 류은숙 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 함께 수요시위 참석하면 할머님들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기억이 난다”며 “이번에 아이가 장학생으로 선정되면서 나름 열심히 살아왔지만 ‘자격이 있나’하는 민망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장학증서가)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양심과 정의를 지키고 할머님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지표가 될 것 같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김복동 장학금 전달식'에서 장학증서를 받은 대학생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04.17.
17일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김복동 장학금 전달식'에서 장학증서를 받은 대학생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9.04.17.ⓒ사진 = 뉴시스

이들이 받아든 장학증서에는 “여성·인권과 평화·통일 단체 활동가로 살며 김복동 할머니의 희망을 실천하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활동가의 자녀들이 부모의 활동을 존경하고 지지하며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응원하는 마음으로 귀하를 김복동 장학생으로 선정해 장학금을 수여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장학증서를 든 학생들을 바라보며 “오늘이 김복동 할머니 생신인데, 누구보다 할머니가 가장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학금 수여의 의미에 대해 “할머니를 잊지 않고 평생 활동하셨던 삶과 그 정신을 이어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학재단 ‘김복동의 희망’ 명예회장이신 길원옥 할머니는 단상에 올라 청년들에게 장학증서를 수여하고 격려의 뜻을 전했다. 길 할머니는 이날 “세상에서 (해야)할 노릇을 다 하고 간 사람”이라며 김 할머니를 그리워하기도 했다.

한편, 장학금 수여식 이후엔 같은 장소에서 제1383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렸다. (사)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선 가정폭력·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생들이 중심이 돼 발언과 문화 공연을 했다. 또 서울 원당초등학교, 경북 상주중학교 학생들이 참석해 뜻을 함께 했다.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올바르게 배상하라”, “일본 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에 대한 왜곡된 역사교육을 바로잡아라”, “한일 정부는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피해자 중심의 문제 해결을 신속히 추진하라”는 등 요구를 담은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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