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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단단한 생각, 아찔하게 다른 음악
아마도이자람밴드 2집 'Face'.
아마도이자람밴드 2집 'Face'.ⓒ제공 = Your Summer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은 노랫말을 읽으며 들어야 한다. 노랫말이 절반, 아니 그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6년만에 내놓은 정규 2집 [Face]에 실은 11곡의 노랫말은 재기발랄하고 자유로우며 깊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노랫말은 가사를 쓴 이자람의 기록과 발언으로 곡마다 다른 이야기를 두툼하게 펼친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청자는 새로운 이야기와 충돌한다.

첫 곡 ‘유머’는 “목이 마를 땐 유머나무 아래로 달려라”고 부추긴다. “유머 하나를 따서 아삭아삭 먹자”는 거다. 느닷없거나 생뚱맞게 느껴질 수 있는 노랫말은 첫 곡부터 짧은 가사를 반복하면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이 다른 뮤지션들과 다르다고 예고한다.

사랑과 이별을 노래할 때도 정제된 언어로 극화하는 아마도이자람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은 대중음악에서 가장 빈번한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들뜨거나 슬픔에 잠겨 노래하지 않는다. 아마도이자람밴드는 사랑과 이별을 노래할 때에도 더 정제한 언어로 극화한다. 음반의 두 번째 곡 ‘Face’는 사랑의 과정을 노래했는데, “매일 아침 눈을 뜨는 나의 세계가/매일 아침 눈을 뜨는 너의 세계와 만났다”고 표현한다. 끌린다거나 상대가 매력적이어서 반했다고 이야기 하는 대신, 각자의 세계를 가진 다른 존재의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노랫말은 사랑을 한다고 개별 존재의 차이가 사라지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니가 가꿔온 아름다운 세계/그곳에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묻고, “나의 폐허가 돼버린 세계/누추해도 들어와 줄래요”라고 묻는 질문은 어떤 사랑노래보다 사려 깊어 한없이 로맨틱하다.

이자람은 “각기 다른 눈과 마음이 달려온 두 개의 세계는 서로를 마주치고는 시작과 끝을 잇는 끝없는 원주만큼 강하게 진동한다”고 만남과 설렘을 기록한다. 추상적이어도 정확하고 지적인 표현은 사랑의 본질을 온전히 옮긴다. 특히 “두 세계의 진동”이라는 노랫말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일방적으로 매혹당하거나 굴종하지 않는 평등한 관계와 교감의 표현이다. 보편적인 두근거림의 기록이라는 점에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반면 짧은 거부와 부정의 언어를 제목으로 삼은 ‘아니’는 자유로움에 대한 갈망과 의지를 노래한다. “원해야 하는 것 말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 말고/배우며 자란 것 말고 남이 알려준 거 말고”라는 노랫말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자신의 생각과 욕망과 의지로 살아가려는 마음이다. 그 일이 쉽지 않음에도 포기하거나 멈출 생각은 없다. 순간적이거나 즉흥적으로 터트리는 고민이 아님을 드러내는 노랫말은 평등한 관계 맺음과 공존하는 주체성을 이어 노래함으로써 이자람이 창조한 여성 주체의 사유를 대변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은 생각들이 연달아 단단한 노래가 된다.

살가운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 ‘I Will’의 표현도 적극적이고 생생하다. “너의 귀에서 나는 살 냄새/너의 코에서 나는 숨 냄새/빼앗듯이 맡을 거야 떨어지지 않도록/내가 다 마실거야 하나도 남김없이”라는 노랫말에 망설임이나 주저함은 없다. 자신의 욕망과 확신대로 사랑하겠다는 생각을 살 냄새와 숨 냄새로 표현한 노랫말은 개성 있고 솔직하다. 이제는 보편적이라고 해도 좋을 여성의 마음을 노래하는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노래는 지금 걸크러쉬한 노래들과 함께 자연스럽고 매혹적이다.

아마도이자람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제공 = Your Summer

존재의 열망과 부재의 고독을 노래하다

반면 ‘Going To’는 인간이 도달할 수밖에 없는 소멸과 부재, 망각을 노래하면서 이자람의 시선이 깊고 풍부함을 드러낸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 버리고 우리는 모두 잊혀질 거야”라는 서술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나, 모든 예술이 허무와 영원을 향해 시선을 던지지는 않는다. 존재의 열망과 부재의 고독을 함께 노래함으로써 아마도이자람밴드는 자신의 음악을 스스로 구별한다.

그리고 ‘기억한다’는 간명하고 시적인 언어로 지워지지 않는 찰나의 순간을 호출한다. 구체적인 지명과 사물은 기억을 온전히 복원하면서, 기억하는 시공간과 그 때의 자신, 과거의 기억을 재생하는 현재의 자신을 동시에 아우른다. 이 노래는 과거에 대한 노래이며, 기억이라는 행위에 대한 노래이다.
짐짓 자유에 대한 열망을 담은 노래처럼 보이는 ‘신이 나타나서 물었다’는 자유가 스스로에게 고통이며 불편일 수 있음을 노래한다. 그러면서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음으로써 자유에 대한 사유의 온도와 열망의 속도를 함께 끌어올린다.

이번 음반에서 가장 깊은 사유를 담은 ‘하나비’는 불꽃처럼 찬란하지만 잡을 수 없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인간의 욕망을 주시한다. “바라는 것은 언제나 세상에 없는 것이다/세상에 없는 것들은 늘 그리운 것들이다”라는 진술은 아포리즘에 가까운 간명함과 적확함으로 눈부시다. 먼저 발표한 싱글 ‘귀뚜라미’와 ‘산다’, 그리고 ‘빈집’은 사소하거나 막막한 순간, 그리고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삶의 진실을 노래한다. 그 결과 이 음반은 세상의 수많은 얼굴만큼 다르지만 제각각 깊은 삶의 기록이자 표현으로 완성되었다.

포크 록 사운드를 구사하는 아마도이자람밴드는 격렬하거나 풍성한 사운드를 연주하지 않는다. 한국적인 리듬감을 자주 활용하는 음악의 사운드는 단순해도 매순간 분명하게 연주를 앞세우거나 빼면서 음악의 차이를 만든다. 명확한 리듬과 보컬의 이중주 사이를 잠식하는 기타와 신디사이저 연주는 몽환적이거나 경쾌하거나 따뜻한 질감을 불어넣어 노랫말을 소리로 구현한다. 꽉꽉 채워넣기보다는 비우는 편인 연주는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을 부담없이 듣게 하면서 노랫말에 집중하게 돕는다. 그리고 연주가 등장하는 순간은 늘 분명한 이유와 의도 속에서 관성적이지 않은 음악으로 마무리 한다. 노랫말을 반복하는 노래가 많지만 아마도이자람밴드는 반복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지루함을 음악의 변화로 해소한다. 이 음반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연주를 들려주는 ‘하나비’에서는 영롱하고 강렬한 연주와 사운드로 밴드의 고심을 보여준다.

팝 음악처럼 강력하고 진한 멜로디와 사운드로 유혹하는 음악은 아니지만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은 여느 뮤지션의 음악과 다른 어법과 진지한 메시지로 독자적이다. 특히 곡마다 다른 어조의 차이는 음반을 듣는 재미를 안기며 끝까지 흥미롭게 들을 수 있게 한다. 이 봄, 멀리서도 또렷한 향기를 날리는 라일락처럼 아찔하게 다른 음악이 피었다.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음악은 하나뿐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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