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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화장실 가고 싶다”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 인권위 진정
22일 오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조 연대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인간의 기본권 보장도, 노동부 권고도 무시하는 유통재벌 규탄 및 국가인권위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2일 오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조 연대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인간의 기본권 보장도, 노동부 권고도 무시하는 유통재벌 규탄 및 국가인권위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민중의소리

"매장에서 가장 가까운 화장실은 고객용 화장실이라는 이유로 직원들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은 대부분 멀리 있어 이용하기가 무척 불편합니다. 그로 인해 저희는 방광염에 걸리고, 심지어 생리대를 교체 못해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임산부들 또한 멀리있는 직원용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화장실을 다닙니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한국시세이도 노동조합 김연우 위원장)

"더 심각한 문제는, 직원용 화장실의 갯수가 근무하는 노동자 수에 대비하여 현저하게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면세점 각 층마다 수십 개의 매장이 있는데, 직원용 화장실은 층별로 남녀 각각 한 칸 뿐인 곳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즉 매장별 직원 수를 한 명씩으로만 가정해도 수십명이 한 칸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심지어 어떤 면세점은 휴게실과 화장실이 맞붙어 있어 맘 편히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고 지하 5층까지 내려가 물류창고 옆 화장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면세점에서 일하는 부루벨코리아 노동조합 박가영 사무국장)

"알려드립니다. 직원분들께서는 고객 화장실 사용이 절대 금지 되어 있습니다. 고객님을 위해 배려해주세요." 한 백화점이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붙여놓은 지침 문구다.

현재 백화점과 면세점 화장실은 '남녀'로만 구분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고객용'과 '직원용'으로도 구분돼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 측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공중화장실'을 '고객용 화장실'이라고 이름 붙여 서비스 노동자들의 '기본권 제한', '건강권 침해'를 일으키고 있다.

22일 오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동조합 연대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인간의 기본권 보장도, 노동부 권고도 무시하는 유통재벌 규탄 및 국가인권위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도 화장실에 좀 가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인간의 기본권리인 화장실 이용할 권리 보장하라", "백화점 면세점 측은 화장실 이용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비스연맹 강병찬 조직국장은 실제 매장에서 고객용 화장실까지의 거리 대비, 직원용 화장실까지의 거리가 2~2.5배 가량 더 멀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백화점 등 평면도에서 직원용 화장실은 드러나지 않는 외진 곳에 있으며, 전체를 통틀어 제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이 지난해 백화점,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및 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사측으로부터 '고객용 화장실 이용 금지 교육'을 받은 사례가 77%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화장실 이용의 어려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인 방광염이 같은 나이 대 여성 노동자에 비해 3.2배 이상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비스연맹에는 '고객용 화장실 이용제한'을 당하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의 판매직 노동자는 입점 업체 소속 이지만, 노동장소인 백화점 및 면세점의 영업 방침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심지어 백화점 직원이 입점업체 직원에게 '고객 화장실 쓰지 말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레알코리아노동조합 구미나 사무국장은 "고객용 화장실에서 백화점 담당자와 직원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백화점 담당자도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라고 한다"며 "직원이 명찰을 떼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손을 닦고 있으니, 백화점 담당자가 '넌 어디 직원이니?'라고 물어보며 고객용 화장실은 직원이 이용하면 안 되는 거 모르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22일 오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조 연대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인간의 기본권 보장도, 노동부 권고도 무시하는 유통재벌 규탄 및 국가인권위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2일 오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하, 서비스연맹) 화장품 노조 연대는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인간의 기본권 보장도, 노동부 권고도 무시하는 유통재벌 규탄 및 국가인권위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민중의소리

서비스 노동자들은 고객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는 요구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합법적이고, 상식적인 요구라고 입모아 말했다.

서비스연맹 김광창 사무처장은 2017년 개봉작인 '히든 피겨스'를 언급하며 "1950년대 미국 나사(NASA)에 근무하는 흑인 수학자가 백인 화장실을 쓰지 못하고 멀리 있는 유색인종 화장실을 가기 위해 뛰어다니는 장면이 연상되는 건, 불편하지만 우리의 현실인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백화점과 면세점은 고객이 싫어한다며 공용화장실 이용을 막고 있다"면서, "(그러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직원의 기본권은 적대적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의 무례한 행태에 대한 감정 노동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이 문제도 고객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해서 풀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도 좀 화장실 가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여기에 계신 화장품 판매직 노동자뿐이 아니다. 백화점과 면세점에 있는 수천 수백 여개 하청노동자들이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는 백화점 및 면세점 측에 판매직 노동자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제한하지 말라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서비스연맹은 백화점과 면세점 측에 고객용 화장실 사용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한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 노동자들은 백화점 화장실을 고객용과 직원용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 제출을 하며 구체적 조치를 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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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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