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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15년간 세탁 공부한 세탁전문가 부부 “세탁은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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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세탁소 가면 물세탁 아니면 드라이클리닝하고 다림질해서 다시 돌려주죠. 이거 잘못된 겁니다. 옷감이 받는 데미지는 없는지 섬유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안 돼요. 세탁은 과학입니다.”

올해로 30년째 강북구 수유동에서 세탁하기좋은날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기문 대표의 말이다. 아내인 한현숙 대표와 박 대표는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탁소 사장님이 아니다. 세탁에 대해 15년째 공부하면서 ‘고객만족 100%’를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세탁하기좋은날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기문 대표(왼쪽)와 한현숙 대표(오른쪽)
세탁하기좋은날 세탁소를 운영하는 박기문 대표(왼쪽)와 한현숙 대표(오른쪽)ⓒ민중의소리

1989년 이들 부부가 세탁하기좋은날을 처음 열 때만 해도 지금처럼 세탁에 대해 대단한 지식이나 기술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세탁소처럼 물세탁 해주거나 드라이클리닝 해서 손님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세탁에 대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당시 중학생이었던 아들 때문이었다.

“우리 아들 중학생 때 과외를 시켰었어요. 아들이 열심히 공부하는데 부모라는 사람들이 집에서 TV나 보고 있고 그러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세탁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한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피식 웃었다.

“섬유 공부도 하고 염색 공부를 했어요. 이어서 기초 화공도 따로 공부했습니다. 옷감에 약품을 쓸 때 알칼리성을 써야 하는지, 아니면 산성을 써야 하는지도 알아야 하고 특정 약품을 쓰고 옷감이 받을 데미지를 고려해 중화작용을 시켜야 할지 등을 알아야 해요. 그래야 제대로 세탁을 해서 손님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한 대표의 말을 듣던 박 대표는 “세탁은 과학입니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박기문 대표와 한현숙 대표가 15년간 공부한 책들
박기문 대표와 한현숙 대표가 15년간 공부한 책들ⓒ민중의소리

지금은 조금 상황이 좋아졌지만, 이때만 해도 국내에서 세탁 관련 서적은 거의 없었고 일본에서 번역된 것뿐이었다. 번역본을 구해 읽어보기도 하고 일본인 전문가를 찾아가 직접 배우기도 했다. 그렇게 세탁 전문가가 되어갈수록 좋은 설비에 욕심이 생겼다.

박기문 대표는 “이 정도 설비 갖추는데 몇억은 쓴거 같네요. 이런 동네 세탁소에 누가 이 정도로 돈을 쓰겠습니까? 몇천만원짜리 차를 사지 이런 얼룩빼는 장비를 천만원이나 주고 사겠어요. 다들 저보고 제정신이 아니라고들 했죠.”(웃음) 라고 말했다. 옆에서 듣던 한현숙 대표는 “저희는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는 고객에게 만족한 기분을 느끼며 즐기는 마음으로 일을 해왔어요.” 라고 거들었다.

이 덕분일까 이미 세탁하기좋은날은 세탁 잘하는 집으로 꽤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터넷 블로그들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고 해외 교민들이나 전국 각지에서 세탁 택배들이 늘 끊이지 않을 정도다. “멀리서 직접 오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이분들 하시는 푸념이 ‘왜 이렇게 먼데 있느냐’고. 교통도 불편한 수유동까지 와주시는 분들한테 너무 죄송하고 감사해요.”

“10년 전쯤인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 사장님의 사모님을 모신 기사분이 오신 적이 있습니다. 잘하는 데라는 소문을 듣고 오신 듯했는데 문 앞에서 기사분이 사모님에게 여기가 아닌거 같다고 하시는 거 같았어요. 한참을 고민하다 옷을 맡기고 나중에 세탁이 잘된 걸 확인하시고 좋아하셨죠. 그 사모님은 지금도 저희 저희 단골이세요.” 라고 말했다.

잘 알지도 못했던 유튜브에 도전하다

박기문 대표와 한현숙 대표는 유튜브에서 ‘TV세탁하기좋은날’을 운영하는 유튜버이기도 하다. 사실 유튜브를 잘 알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유튜버가 되었을까?

박 대표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다소 의외였다. “세탁 잘하는 곳이라고 소문이 나서 세탁에 대해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스스로 세탁업을 해보고 싶어서 오기도 하고 자신의 세탁소를 물려받을 자식들을 보내기도 해요. 그런데 배우러 와서 많이 어려워하더라고요. 쉽게 이해시킬 방법을 고민하다 동영상으로 보여주려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려고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일반인들도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조회 수도 구독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서 알고 세탁소를 찾아오는 사람도 생겼고 영상들을 보고 흉 내 내는 세탁업자들도 생겼다.

“유튜브에서 자기 채널 구독자를 끌어모으려고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핫한 것만 골라 올리는 채널이 많다고 들었어요. 유튜브에 어떤 사람이 드라이클리닝 하는 걸 봤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였어요. 저희는 절대 그런 거 없고 정확한 팩트에 기초해서 영상을 만듭니다.” 박 대표의 말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TV세탁하기좋은날’ 채널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제자들이 다른 세탁소들이 영상을 보고 그대로 흉내를 내면 매출이 줄지 않겠냐고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표와 한 대표의 뜻은 확고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세탁소들에 올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목표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면 안되요”

이미 10년 넘게 공부를 해왔고 여기에 30년의 경험이라는 무시 못 할 능력이 더해졌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공부는 충분히 했다며 더는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들 부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옷에 대해 더 공부하려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해 다니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책 위주로만 공부했어요. 선생님이나 교수님에게 배우지는 못했어요. 우리가 배운 것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기도 하고 더 깊이 알아보기 위해 의류와 패션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요. 세상은 계속 변해요. 시대의 흐름을 놓치면 장사하기 어렵습니다. 계속 공부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라고 한현숙 대표가 말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뭔지 물었더니 강남이라는 벽을 깨고 싶다는 말이 나왔다.

“가끔 강남 사시는 분들이 전화해서 위치를 물어볼 때가 있어요. ‘강북’이라고만 하면 ‘여기 강남이에요’ 하고 무시하는 분들이 있어요. 단골 손님들 중 몇몇 분이 주변에 우리 세탁소 얘기를 하면 ‘강남에도 좋은데 많은데 뭐하러 강북까지 가냐’ 하는 이야기를 들으신데요. 강남이라는 벽을 좀 깨보고 싶습니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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