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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4세 건설노동자 김태규씨는 왜 죽었나
김태규 씨는 지난 10일 수원시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
김태규 씨는 지난 10일 수원시 한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추락해 사망했다.ⓒ일하는2030 제공

지난 10일 오전 8시 20분경 5층 화물용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병원에 옮겨졌으나 사고 발생 35분 만에 숨을 거두었다. 사망자는 26세 특성화고 졸업생 청년노동자 김태규씨이다. 고 김태규씨는 은하종합건설에 소속된 용역 노동자로, 투입 당시에는 5층 건축 폐기물을 1층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탑승이 금지되어있는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김태규씨가 탑승한 채로 폐기물을 옮겼으며, 엘리베이터 문이 전면 개방되어 있었고, 안전모 및 안전벨트, 안전화 등 장비 없이 20m 높이에서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고인이 근무했던 현장을 유가족 및 시민단체에서 조사 한 결과, 안전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1.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본래 사람의 탑승이 금지되어 있으며, 엘리베이터 문은 반드시 닫고 운행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엘리베이터에 김태규씨가 탑승했던 것과 엘리베이터 문이 전면 개방되어 있었던 점이 드러났으며, 함께 일했던 동료의 진술로 미루어 볼 때 화물용 엘리베이터 관련 안전 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건설현장에서 지급받아야 할 안전화, 안전모, 안전벨트 등의 안전장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했으며, 안전교육 또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김태규씨가 착용하고 있던 안전모는 따로 지급된 것이 아닌 현장에 남아있던 것을 착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도 고층 작업을 위한 안전대, 안전망 등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3. 건설사 측과 계약한 업무 내용은 조적작업이었으나, 현장에 도착하자 조적작업이 아닌 폐기물 처리 작업을 지시했으며, 이에 대한 안전교육을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밝혀진 진실만 가지고 사건을 바라보더라도 계약상의 내용과 다른 업무 지시 및 안전교육 미이행, 안전장비 미지급, 현장 안전시설물 미설치 및 화물 엘리베이터 안전수칙 위배 등 사건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노동환경이다. 김태규씨의 추락사고는 업체가 조성한 환경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가족과 특성화고졸업생노조 등이 19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김태규씨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유가족과 특성화고졸업생노조 등이 19일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김태규씨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특성화고졸업생 노조

그러나 은하종합건설은 사죄와 보상, 그리고 환경의 개선이 아니라 현장 훼손, 유가족 합의 종용, 증언 번복 등으로 어떻게든 사건을 덮고 건설작업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유가족 및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소 김태규씨는 엘리베이터가 지상에 멈춰있을 때조차 안에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의 안전을 무엇보다도 신경 썼던 사람이라고 한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주변에 지속적으로 알려왔다고도 했다. 그런 김태규씨의 사인이 현장의 위험 때문이 아닌 단순 실족사라고 주장하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위 사건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의 주체를 확실히 밝혀 처벌해야 한다.

건설업은 업무상 사망재해가 일 년 중 가장 많이 발행하는 곳이다. 현장에서 여러 위험들에 노출되기 매우 쉽다는 의미이다. 그런 만큼 안전교육 및 시설, 장비의 보급 및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데, 원청업체의 공사비용절감과 책임 떠넘기기를 위한 불법 다단계 도급으로 인해 최하위 업체에선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줄이려 하다 보니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경력이 짧은 청년 노동자들을 일용직으로 사용하며 저임금의 불안정한 노동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일하는 일용직 청년들의 경우 업무 숙련도 등의 부족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교육 및 안전수칙을 더 철저히 진행해야 함에도 이번 사건처럼 오히려 안전의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일용직, 임시직, 비정규직, 하청업체 등의 불안정한 근무환경에 노출되기 쉽고 고위험, 저임금의 노동환경에 내몰리게 된다. 공업계열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계속 일을 해왔던 김태규씨처럼, 특성화고를 졸업할 경우 일찍부터 산업현장에 뛰어들게 되어 특성화고 졸업생들에게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구의역 김군 사고를 비롯한 제주 삼다수, 안양 모 공장, 이마트 등의 지난 사건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매년 현장실습, 비정규직, 하청업체 등의 문제로 청년 노동자들의 수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슈가 되고 있음에도 이런 사고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에서는 이 문제를 단순 현장의 위험으로 여기지 않는다. 특성화고 출신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에 대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문제이며, 당사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기업들의 실태를 보고도 모른 척하는 정부의 문제이기도 하다. 청년들을 돈과 맞바꾼 사회에 미래가 있을까?

안전은 비용이 아니다. 이제는 더 이상 청년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일할 만큼 위험한 노동환경에 놓이게 할 수 없다.

전국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위원장 이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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