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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파괴 9년’ 유성기업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29일 새벽에 뇌출혈로 숨진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 박문열 조합원의 빈소의 모습.
지난 29일 새벽에 뇌출혈로 숨진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 박문열 조합원의 빈소의 모습.ⓒ유성기업 지회 제공

긴 시간 노조탄압으로 고통받았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박문열 조합원이 뇌출혈로 지난 29일 사망했다. 향년 43세.

30일 유성기업 지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진 박 조합원은 자택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이후 단국대 천안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뇌압이 너무 높아 수술이 어려운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결국 29일 오전 3시 40분께 숨을 거뒀다.

고 박문열 조합원은 1999년 10월 유성기업에 입사했고, 2009년 12월 남동공장으로 전출됐다. 2011년 5월 노조 파괴 후부터 남동공장은 폐쇄 압박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현장은 민주노조 조합원과 또 다른 노조 조합원으로 갈라져 있었다고 한다. 당시 박 조합원은 사측의 감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성기업지회는 박 조합원의 죽음을 "2011년부터 9년째 이어져 온 노조탄압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금속노조는 29일 성명을 내고 "고인은 노조에서 대의원을 맡아 투쟁의 선두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며 "과거 인천공장에서 근무할 때는 현장에서 민주노조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사를 쓰러뜨린 것은 회사의 극악한 탄압이다. 일어서면 일어섰다고 징계하고, 앉으면 앉았다고 해고하는, 숨도 못 쉬게 만드는 공장 분위기는 건장한 조합원들의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해쳤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사측이 지난 9년 간 지속적으로 민주노조인 유성기업지회를 탄압해왔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유성기업지회의 파업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2011년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맺고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실행했다.

노조탄압이 진행되자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들은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유성기업은 노조파괴 매뉴얼인 '교섭거부-단협해지-직장폐쇄-어용노조 설립-민주노조 조합원 징계 및 해고-고소 고발'을 진행했다"며 "이에 따라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어용노조와의 임금 및 성과급, 승진 차별, 일상적 감시, 폭력과 폭언, 폭력유발과 징계 및 해고, 고소고발 등을 당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2016년 3월엔 기나긴 노조탄압을 견디다 못한 한광호 조합원이 회사 징계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했다. 당시 박 조합원은 한 조합원의 죽음에 분노하며 조합원들과 함께 상경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2017년 2월, 마침내 대법원은 유시형 유성기업 회장에게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했다.

인권네트워크 바람 활동가인 명숙 유성범대위 집행위원장은 "아직도 사측에서는 어용노조 가입과 민주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며 "노조탄압이 끝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계속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정신적인 위험이 신체의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불과 한 달 사이에 3명의 조합원이 쓰러졌다. 노조파괴 이후 2012년부터 올해 4월까지 9명의 조합원들에게 구안와사, 뇌출혈, 심정지 등 뇌심혈관 질환이 발생했다. 이들 중 산재인정은 1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조 간부들은 노조탄압 이후 위축된 노조활동으로 인해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 조합원은 지난해 10월, 2년차 대의원에 당선돼 노조활동을 해왔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또 한 명의 동료를 떠나보내며 다시 한번 상처를 받고 있다.

유성기업 지회 김성민 사무장은 "불특정 다수가, 나이에 상관없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동료들이 황망해하고 있다"며 "왜냐하면 박 조합원이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건강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싸움이 오래 되면서 조합원들이 스트레스를 계속 받고 있는데, 속병이 겉병이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가해자 위치에 있음에도 일체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6년 '유성기업 괴롭힘 및 인권침해 사회적 진상조사단(유성괴롭힘조사단)'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참여자의 67.6%가 사측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유성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에도 전체 응답자 중 62%가 일상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느꼈으며, 이중 민주노조 소속 유성지회 조합원은 72%로, 매우 많이 정신건강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다. 유성기업 지회 조합원 중 우울증 징후는 43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25명에 달했다.

금속노조는 "인권위가 문제의 근본 원인인 유성사태 해결을 위한 교섭과 조합원에 대한 심리치료를 권고했으나, 수용할 의사가 없는 회사와 강제할 의지가 없는 관계 당국의 무책임 속에 버려져 있었다"며 "3월에도, 4월에도 보다 못한 노조가 권고 이행을 호소하며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결국 야속한 시간은 박문열 동지가 버틸 힘을 빼앗아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족은 노조 측에 고인의 장례를 위임했다. 노조는 회사에 노조파괴에 의한 죽음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과 치료비·장례비용 일체를 지급할 것, 산재 승인에 협조할 것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노조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고인에 대한 발인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반론보도 - ‘노조파괴 9년 유성기업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관련

본지는 2019년 4월 30일자 사회면에 [‘노조파괴 9년’ 유성기업에서 또 한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성기업측은 “유성기업은 2012년 이후의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은 바 없으며, 남동공장 노동자들을 감시한 사실도 없다. 또한 고인의 사망과 업무 관련성 여부는 회사나 노조가 아닌 근로복지공단이 판단할 사항이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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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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