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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게임으로 읽는 한 편의 고전명작 –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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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명작들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작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옮겨졌을 뿐 아니라 여러 작품의 모티브가 돼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카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또한 뮤지컬과 영화로도 재현됐으며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삐뚤어진 사랑이라는 모티브는 여러 스릴러물에 영감을 줬다.

고전명작은 이미 줄거리가 알려진 이야기지만,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전개는 다른 미디어로 옮겨져도 감동을 그대로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작품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게임으로 옮겨진 고전명작은 어떨까?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등장인물과 대화하고 ‘오페라의 유령’의 비밀을 풀기 위해 직접 단서를 찾아다니는 경험은 원작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한 편의 명작을 봤을 때의 감동을 그대로 전하는 게임. ‘MazM(맺음)’ 시리즈를 제작한 ‘자라나는 씨앗’의 김효택 대표를 만났다.

김효택 '자라나는 씨앗' 대표
김효택 '자라나는 씨앗' 대표ⓒ민중의소리

한 편의 명작을 봤을 때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게임

자라나는 씨앗의 게임 ‘MazM:오페라의 유령’은 프랑스의 작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가 집필한 ‘오페라의 유령’을 원작으로 한 게임이다.

원작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 극장을 지배하는 ‘유령’이 무명의 아름다운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 다에를 향해 삐뚤어진 애정을 보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다. 현재도 드라마, 영화, 연극 등에 영감을 주며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원작이 추리소설로 탄탄한 전개를 가진 만큼 이를 바탕으로 한 ‘MazM:오페라의 유령’ 또한 추리게임으로 보아도 손색없을 정도다.

게임으로 고전명작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게임에 반드시 필요한 ‘재미’라는 요소 덕분에 원작을 제대로 담은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고전 서유기를 원작으로 한 캡콤의 ‘SONSON’이나 ‘서유항마록’은 명작 액션 게임이지만, 서유기 캐릭터 외에는 원작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닌텐도 패미컴용 게임으로 출시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는 원작을 특이한 시스템으로 반영한 난해한 플레이로 대표적인 ‘망한 게임’ 중에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MazM:오페라의 유령
MazM:오페라의 유령ⓒ자라나는 씨앗

‘MazM:오페라의 유령’은 원작을 그대로 담기 위해 노력한 작품이다. 유저는 오페라 극장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유령을 추적하기 위해 직접 단서를 찾고 비밀을 풀어가야 한다.

“저희 게임이 가진 목표가 그 스토리의 세계에 들어가서 그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는 거에요.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밖에서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들어가서 보는 거죠.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하면서 마치 스토리 세계에 실제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유저가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결말이 알려져 있는 원작을 단순히 옮기는 것만으로 그치지는 않았다. ‘MazM:오페라의 유령’은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를 현대 감각에 맞게 재해석하고 원작과 다른 엔딩 분기 등 오리지널 요소를 첨가해 유저들을 끌어들인다.

“저희가 좀 강조한 것은 스토리텔링을 텍스트로만 하지 않고 약간 영화 같은 연출을 넣으려고 노력했죠. 뛰어난 그래픽은 아니지만 음악이나 연출을 장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표현하려고 신경 썼어요.”

덕분에 ‘MazM:오페라의 유령’을 끝까지 플레이해보면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오는 6월 글로벌출시를 앞두고 있는 ‘MazM:오페라의 유령’은 지난해 출시 이후 국내에서만 2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구글플레이 ‘올해를 빛낸 게임 Best Innovative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게임성도 인정받았다.

MazM:오페라의 유령
MazM:오페라의 유령ⓒ자라나는 씨앗

“책에 있는 내용을 옮기는 것만으로는 안 돼더라구요”

‘자라나는 씨앗’이 처음부터 고전명작 스토리텔링 게임으로 호평을 받은 것은 아니다. 넥슨의 인사팀장 출신인 김효택 대표는 2013년에 ‘자라나는 씨앗’으로 독립하고 교육용 게임을 먼저 내놓았으나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단순히 교육을 집어넣은 게임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김효택 대표의 다음 도전은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한 게임 ‘옐로브릭스’였다.

“고전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도 재미있으니까 이걸로 게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했죠. 잘될지 확신은 없었죠. 주변에서 다 뭐라고 했어요. ‘어른은 물론 아이도 안 읽는 고전으로 게임을 만들면 누가 하겠니’ 그런 걱정들을 주변에서 많이 했죠.”

무료게임이 대부분인 모바일 앱스토어에서 유료로 출시한 ‘옐로브릭스’는 유저들에게 관심받지 못했다. 그러나 김효택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옐로브릭스’가 정말 잘 안됐어요.(웃음) 그래도 확인하고 싶었던 게 ‘유료라서 안 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하트리스’라는 외전격의 조그만 무료게임을 내봤는데 출시 당시에 5만 다운로드까지 갑자기 훅 오르더라구요.”

김효택 대표가 생각한대로 두 게임의 차이는 무료ㆍ유료의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스토리텔링의 질의 차이가 유저들을 끌어 모았다.

“‘옐로브릭스’는 스토리를 제가 썼고 ‘하트리스’는 저희 직원이 썼어요. 유저들에게 맞게 스토리텔링을 잘할 수 있는 게 큰 차이였죠. 저는 처음에 ‘책에 있는 내용을 잘 옮기면 되겠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죠.”

몇 번의 실패 끝에 얻은 교훈을 밑거름으로 제작된 ‘MazM:지킬 앤 하이드’는 지금까지 200만 가까운 다운로드 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반응을 불러왔다. 2018년 콘텐츠진흥원이 선정하는 이달의 우수게임 ‘인디게임’ 부문에 꼽힌 것을 시작으로 MWU Awards 베스트 인디, 구글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3, 대한민국 게임대상 ‘인디게임상’에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으면서 ‘MazM:오페라의 유령’이 탄생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MazM:지킬 앤 하이드
MazM:지킬 앤 하이드ⓒ자라나는 씨앗

“스토리텔링만으로도 게임이 된다고 믿었죠”

‘MazM’ 시리즈는 고전 명작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게임을 표방한다.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스토리에 중점을 둔 것이다.

“스토리텔링을 정말 잘 살린 게임으로 벤치마킹한 게임이 ‘투 더 문’이었어요. ‘RPG쯔꾸르(만들기)’로 만든 게임인데 도트 그래픽이 화려하지 않지만 스토리텔링이 훌륭하니까 통한다는 게 증명된 거잖아요. 그래픽적인 요소가 아주 뛰어나지 않아도 스토리텔링만으로 게임이 된다는 데 확신을 가졌고 그게 저희가 ‘MazM’ 시리즈를 시작한 이유죠.”

최근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게임이 등장하고 게임처럼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영화가 등장하면서 게임과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게임 같은 영화, 영화 같은 게임으로 미디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영화ㆍ드라마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서비스된 `당신과 자연의 대결`, `블랙 미러:밴더 스내치`와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 서비스된 `레이트 시프트`나 `허 스토리`가 대표적이다. 이들 작품들은 비주얼노벨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선택지를 통해 유저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외에도 플레이스테이션4로 출시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뛰어난 그래픽을 내세워 유저들의 선택에 의한 다양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인터렉티브 드라마로 큰 반응을 일으켰다. 인디게임에서는 ‘언더테일’, ‘투 더 문’으로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링으로 호평을 받았다.

김효택 대표는 ‘MazM’ 시리즈가 영화와 게임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영화와 게임은 중간에서 만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는 게임화하고 있고 게임은 영화화 하고 있으니까요. 저희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죠. 중간 쯤 겹치는 부분에서 만날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이길 거라고 생각해요.(웃음).”

'자라나는 씨앗'
'자라나는 씨앗'ⓒ민중의소리

“사회에 좋은 임팩트를 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김효택 대표는 ‘MazM’ 시리즈가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임팩트게임’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쟁을 다른 관점에서 보여주는 ‘디스 워 오브 마인’이나 대만의 과거 계엄정치의 실상을 알린 ‘반교’ 등의 게임이 ‘임팩트게임’으로 불린다.

“게임은 계속 논란이 되고 있죠. 중독이나 질병코드 등록이라는 이슈도 있구요. 그러나 게임은 훌륭한 컨텐츠라고 생각해요. 이 컨텐츠를 통해서 청소년ㆍ청년층에게 삶의 의미를 주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MazM’ 시리즈의 다음 작품은 일제강점기를 바탕으로 한 역사물도 고민하고 있다고 김효택 대표는 전했다. ‘자라나는 씨앗’이 보여줄 역사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은 어떨지 기대된다.

물론 고전명작을 원작으로 한 차기작도 고려중이다. 게임의 모티브가 될 원작은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등 암울한 작품들이 후보에 올라있다. 전작과 더불어 어두운 분위기를 이어가는 ‘괴물 3부작’을 완성시키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MazM’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웹툰 등 2차 컨텐츠를 통해 팬들에게 게임에서 다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선사할 예정이다.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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