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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치기본권, 언론인은 허용하면서 공무원은 왜 막나요?

노동3권은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단체행동권이 없으면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다. 온전한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이 없으면 형식만 노동조합이지 내용은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공무원노조는 반쪽짜리 노동조합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MBC 노조는 투표율 95.9%, 찬성률 93.2%로 파업을 진행하여 고영주 이사장, 김장겸 사장을 쫓아내고 해직기자 최승호를 사장으로 세웠다. 핵심 조합원들을 비제작 부서로 전보시키고 가혹하게 징계하며 공정방송을 망가뜨렸지만 MBC 노조는 의연히 살아있었다. KBS 노조도 141일 간의 파업을 통해 고대영 사장, 이인호 이사장을 쫓아내고 공정방송의 길로 들어섰다. 이런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방송사 노조에게 단체행동권을 포함해 온전한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이 보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처럼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이 제약되고 설립신고필증 만 있는 노동조합이었더라면 엄두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1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희망을 현실로 공무원119 연가투쟁’ 결의대회에서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기자

언론인 정치기본권 보장돼서 중립성 문제 생겼나
ILO·OECD 등 국제사회, 한국의 기본권 유린 이해 못해

공무원보다도 한층 엄격하게 정치적 중립성(공정성)이 요구되는 언론인에게는 정당 가입과 정치자금 후원 등 정치기본권이 허용돼 있다. 역사를 살펴보면 1993년 이전까지의 정당법에서는 언론인 역시 공무원처럼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이 금지되어 있었다. 1993년 12월에 정당법이 개정되면서 언론인의 정치활동이 전면 허용되었던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정치기본권을 금지 당하고 있는 유일한 집단은 공무원이다.

공무원은 SNS에서 ‘좋아요’를 눌러서도 안 되었으며, 4대강사업이나 국정역사교과서처럼 나라 망치는 정책을 비판해도 어김없이 공무원행동강령 복종의 의무 위반이라고 구시대적인 처벌조항으로 징계를 당했다. 또한 정당에 월 1만원 후원했다는 이유로 1,830명의 공무원과 교원이 징계를 당했다. 공무원·교원에 대한 기본권 유린은 한국사회의 오랜 적폐이며 이를 청산하는 것은 현 시기의 역사적인 과제다.

상상을 해보았다. 이명박-박근혜의 국정농단은 공무원들이 상부의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무원들에게 가장 기초적인 정치기본권, 곧 국가의 간섭이나 통제를 받지 않고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더라면 국가권력의 사유화나 국정농단 사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ILO긴급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9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우선 비준·노동법 개악 중단·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ILO긴급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9일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우선 비준·노동법 개악 중단·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국제적으로 살펴보면 한국 정부의 ILO 가입은 김영삼 정부가 OECD에 가입하기 위한 의무조항의 하나였으며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할 때 부속조항의 하나였다. 지난 2월 ILO 협약·권고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는 교사·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일체 금지하는 한국의 국가공무원법 65조는 정치적 견해에 기초를 둔 차별을 금지하는 ILO 111호 협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제사회에서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는 국내 상황에 대해 의아해 한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보편적 인권 문제로서 한국 정부가 더 이상 비준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이에 국가인권위는 29일 “공무원과 교원이 시민으로서 정치적 기본권과 같은 기본권의 주체가 되는 것은 헌법과 국제규약, 판례 등에 비추어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공무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일본을 제외한 미국 등 주요 OECD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치적 표현행위의 주체가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제한은 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은 직무상의 의무일 뿐
국민으로서 공무원 기본권 막을 수 없어

공무원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 정당가입 및 정치활동이 가능해야 함을 인권위는 재확인했다. 인권위는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도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지 않는 한 정치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선관위 등은 공무원·교원의 정치적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률을 즉시 개정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란 ‘신분상의 의무’가 아닌 ‘직무상의 의무’이며, 공무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는 공무원도 국민의 권리인 정치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법 개정과 국회의 조속한 법안통과를 위해 조직의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 최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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