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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만 한다고요? 국민과 함께 하는 전교조
조선일보의 최근 전교조 관련 기사
조선일보의 최근 전교조 관련 기사ⓒ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힘이 제일 세다는 신문이 최근 전교조를 다룬 기사들이다. 물론 이 신문 말고도 전교조를 힐난하는 보수언론의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기사에 따르면, 전교조는 학생들의 학력 신장에는 관심이 없고, 친일청산 등 이념투쟁에만 앞장서며, 법외노조 등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학생들을 볼모로 삼는 것도 불사한다. 어떤 노조가 이렇게 작심하고 나쁜 일만 골라서 하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위의 사진에 실린 기사 내용이 나쁜 일인지는 논외로 한다.)

전교조가 보수진영의 악마가 된 것은 대체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이 효순이 촛불과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수입개방에 맞선 광우병 촛불이 계기로 꼽힌다. 두 차례 대규모 촛불은 새로운 광장민주주의를 탄생시켰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한 집단지성의 출현을 알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고생 등 청소년과 젊은 세대의 참여와 지지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대학가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학생운동이 기세가 꺾인 것과는 달리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의식이 진보하는 것은 보수진영으로서는 암담한 일이었다. 자신들이 갈수록 비주류로 축소되고 집권도 어려워진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미신이 효순이 사망 사건 이후 2002년 12월 서울 도심에 타오른 촛불
미군 장갑차에 의한 미신이 효순이 사망 사건 이후 2002년 12월 서울 도심에 타오른 촛불ⓒ민중의소리

미선이효순이 촛불, 광우병 촛불 뒤
보수진영 전교조를 배후로 지목, 10여 년 간 집중 공세

당시 보수진영에서 진보적 청소년과 젊은 층의 배후로 전교조로 지목했고, 이후 줄기차게 파상공세가 이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물론 전교조도 사업방식 또는 국민과의 공감대 형성 등을 스스로 검토해봐야겠지만, 거대 언론과 보수야당을 정점으로 한 공세를 일개 노조가 막아내기 어려웠다는 점은 분명하다. 공세가 계속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전교조의 이미지는 초기와 비교해 많이 퇴색됐다. 그러나 전교조의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일과 더불어, 사회구조와 연결된 교육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온 30년이었다. 과연 전교조와 교사들은 교실 안과 밖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들어가기에 앞서 ‘학력’에 대한 이중적 인식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기성세대는 ‘학력’ 하면 곧 ‘점수’와 ‘등수’로 이해한다. 이어 명문대 입학 등을 떠올린다. 이런 과거 기준에 젖은 교육관료는 학력 저하 운운하며 일제고사로 변질이 우려되는 기초학력 평가를 추진하고, 지역 정치인들은 명문고를 유치해 고위직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모두가 ‘4차 산업혁명’, ‘학문 융복합시대’, ‘창의적 인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암기 위주의 획일적 교육으로는 안 된다”는 말도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다. 학력에 대한 낡은 인식과 제도가 창의적인 교육의 출현을 막고 있는 형국이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마지막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 전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마지막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 전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교육당국과 당사자 참여하는 대규모 국민토론과 심포지엄 구상
교사들이 주체가 된 교과과정 수립도 추진
참교육연구소에서 중장기적 교육정책 연구도

전교조는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는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출범한 권정오 집행부는 이 부분에 집중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집행부에서는 참교육실이라는 부서가 이를 맡고 있다.

전교조는 18년째 해마다 참교육실천대회라는 대규모 교육혁신행사를 열고 있다. 조합원들이 모여 새로운 교육경험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다. 전교조는 내년 초에 열리는 참교육실천대회를 이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교육당국과 당사자들이 모여 한국 교육의 전망을 논의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전교조 등 교원단체는 물론 교육부, 교육청, 학생, 학부모, 전문가 등이 머리를 맞대보자는 것이다.

장영인 참교육실장은 “올 하반기부터 각 시도교육청과 전교조가 함께 하는 국민대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참교육실천대회 기간에 교육쟁점 10여 개를 다루는 ‘대한민국 교육 심포지엄’을 개최하려 한다”고 구상을 밝혔다. 제안을 받은 교육감들도 전폭적인 환영과 지지의 뜻을 밝히고 있다고 전교조는 전했다.

참교육실이 교육혁신의 실천을 집행하는 기구라면 보다 중장기적 전망을 연구하는 기구가 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다. 지난 2000년 설립된 참교육연구소는 8명의 연구위원을 포함, 10여 명이 상근하면서 교육과정, 학교자치, 교육정책, 교원정책 등 주제별로 정책개발과 연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3월 28일에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대학입학제도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관련기사:[현장]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대학입학제도 토론회

28일 오후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대학입학제도 토론회가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프라임 홀에서 열렸다.
28일 오후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대학입학제도 토론회가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프라임 홀에서 열렸다.ⓒ민중의소리

5만여 명의 전교조 조합원은 모든 교과목에 다 포진돼 있다. 전교조는 교과별로 현장교사들이 참여해 교육과정을 만드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교육과정을 대학 교수와 학자들이 주도해 수립하다 보니 학교현실과 어긋나고 교사와 학생을 객체로 전락시키는 현실을 타개하자는 취지다.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수립, 고시한 교과과정을 비판하는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2022년에 고시되는 ‘2025 교육과정’ 수립에 선제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장영인 실장은 “전교조가 교육부에 브레이크만 잡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교육의 운전대를 잡고 엑셀을 밟자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시기마다 하는 계기수업도 보수언론의 표적이 되곤 하지만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교육행위일 뿐이다. 계기수업은 지역 또는 전국에서 함께 하는 공동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교조는 교사들이 수업에 참고하도록 자료를 만들어 보내는데 교과과정이나 교과서에 부합하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도 문제 삼지 않는다. 올해는 노동인권과 페미니즘이 연중 공동수업 주제로 제시돼 있고, 4월 16일 세월호 참사, 5월 18일 광주민중항쟁,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추모 등의 계기수업도 진행된다. 이 외에도 6월 17일은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 7월 17일은 우리 헌법 읽기, 11월 28일은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계기수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설치 논의 중인 대통령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참여
교육부, 교육청과의 정책협의도 활발
“법외노조’ 그대로지만, 교육 위한 노력 못 막아”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2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찾아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
유은혜(왼쪽) 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2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찾아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뉴시스

전교조는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기로 하고 입법 논의 중인 국가교육위원회에도 교총과 함께 교원단체 대표로 참여할 예정이다. 교총이 사실상 교장 등 관리직을 대변하는 데 반해 현장교사의 의견을 대표하는 조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10년 단위의 국가교육기본계획 수립 등 교육제도 전반의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라 전교조가 평소 연구하고 축적해온 정책역량을 발휘하고 교육제도 전반에 개입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박근혜 정권의 법외노조 조치는 그대로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전교조는 교육정책을 놓고 꾸준히 협의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2월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교조를 방문해 권정오 위원장과 면담을 했다. 유은혜 장관은 “(교육현안에 대한 전교조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학교현장을 잘 아는 전교조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면, 함께 하겠다”고 협력을 약속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교육청 중 14개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됐고 이 중 10명이 전교조 조합원 출신이다. 교육행정을 사실상 책임지는 전국 교육청도 대부분 전교조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적극적으로 정책을 협의 중이다. 전교조가 교육제도와 정책수립에 능동적인 자세로 적극 개입하겠다는 계획도 이런 조건을 반영한 것이다.

라디오 광고, 산불 피해 학생 장학금, 학교 내 친일청산 활동
“국민의 박수 받는 전교조 되겠다”

어느 사회나 그렇겠지만 특히 한국에서 교육은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이자 가히 전국민이 당사자여서 사회 현실과 별개로 존재할 수가 없다. 수십 년째 해결되지 않는 과도한 입시경쟁도 사회의 차별과 격차에서 기인한 것이다. 공정하고 평등하며 공동체적인 사회를 만들지 않은 채 입시제도만 바꾼다고 교육이 바로 설 수 없고, 학생들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사회 공통의 결론이다.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교육 내용 역시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담게 된다는 점에서 현실과 맞닿아 있다. 전교조의 30년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를 힘으로 참교육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역사라고 할 수 있다.

김현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오른쪽)과 안혜란 MBC라디오 본부장이 4월 29일 ‘전교조와 함께 하는 싱글벙글 장학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래는 업무협약서.
김현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오른쪽)과 안혜란 MBC라디오 본부장이 4월 29일 ‘전교조와 함께 하는 싱글벙글 장학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래는 업무협약서.ⓒ전교조 제공

스승의날 하루 전인 14일 낮 MBC 라디오 인기프로그램 ‘싱글벙글쇼’에는 청취자들이 보내온, 학창시절 선생님과의 추억을 담은 사연이 전파를 탔다. 이 코너는 5월 한 달간 매주 화·수·목요일에 방송된다. 전교조는 사연이 채택된 청취자의 이름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MBC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형편이 어려운 해고노동자와 사회단체 활동가의 자녀 등과 특별히 30년 전 전교조 창립 과정에서 연대하다 피해를 당했던 당시 학생의 자녀가 수혜 대상이 됐다.

학교를 마칠 즈음인 5시 30분 전후에는 전교조 홍보광고가 나간다.

“촌지·체벌 없는 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지로 교육과 세상을 바꿔 온 전교조, 결성 30주년을 맞아 국민들과 소통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교육행복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 숨, 쉼, 삶 전교조”

라디오 광고는 민주노총을 비롯한 일부 노조에서 몇 번 해본 사업이지만 청취자 사연을 뽑고 채택된 청취자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처음 시도됐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왼쪽에서 다섯번째)에게 강원도 산불 피해 학생 지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왼쪽에서 네번째)이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왼쪽에서 다섯번째)에게 강원도 산불 피해 학생 지원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전교조 제공

강원도에 대형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4월 18일 전교조는 강원도교육청을 방문해 민병희 교육감에게 3388만 5000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산불 피해를 당한 학생들에게 이 장학금을 지급한다. 장학금은 전교조의 장학기금에서 3000만 원을 지출하고 나머지 금액은 조합원들의 긴급모금으로 마련됐다. 전교조는 산불이 진화된 4월 5일 피해 국민을 위로하고 극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카드 논평을 이례적으로 내기도 했다.

사실 전교조의 장학금 지급은 매년 하던 사업이었다. 피해를 안타까워하며 이를 돕자는 내부 의견이 강원도 학생들에게 소중한 도움으로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빠른 의사소통과 시의적절한 결정 덕분이었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교육을 생각하고 사회와 함께 호흡하던 전교조로서는 당연한 일”이라며 “이전에도 했던 일인데 많이 알려지지 않다가 이번에 알려지면서 많은 칭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싱글벙글쇼’와 연계한 장학금 지급과 라디오 광고에 대해서도 “방송을 들은 조합원들이 뭉클했다, 아주 좋았다는 반응을 보내준다”고 전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이명박, 박근혜 시절을 지나며, 전교조가 정치투쟁만 하는 단체라는 잘못된 프레임이 씌워졌다”며 “법외노조 해결도 필요하지만, 또한 법외노조를 철회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전교조 제공

사족을 하나 덧붙이면, 장학기금의 상당액이 2010년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무단 공개한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 등에게 조합원들이 피해보상 집단승소를 하면서 받아낸 돈이라고 한다. 조 전 의원이 본인 뜻과는 달리 전교조 장학사업에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을 한 셈이다.

조선일보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비난했던 전교조 서울지부의 친일청산 활동도 언론과 대중의 평가는 매우 호의적이었다. 전교조 서울지부는 3.1독립운동 100년을 앞둔 2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 작사 혹은 작곡한 교가를 부르는 학교가 113개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7명의 동상·기념관이 있는 것도 확인됐다. 서울지역의 전체 초중고 1300여 곳과 일부 대학교를 조사한 결과였다. 이 발표는 일부 교육청에서 하고 있던 학교 내 친일청산운동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고, 적지 않은 곳에서 교가 교체와 동상 철거의 등의 논의를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7일 교실마다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텔레비전으로 함께 보고 평화와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계기수업이 진행됐다. 전교조가 앞장섰고 각 교육청도 공문을 발송하면서 협조했다. 전교조를 ‘이념교육’으로 공격하는 근거가 되는 통일교육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소강국면을 맞고 있지만 판문점선언으로 남북관계 및 한반도정세가 근본적으로 달라지면서 통일교육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다. 통일교육이 교육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전교조 광주지부와 경남지부는 상대적으로 보수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총과 통일교육 및 남북교류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조경선 전교조 통일위원장은 “판문점선언 당시, 시기에 맞는 통일교육 자료가 없었다. 당일 초등학교 교사 전문 포털사이트에 부산지부에서 만든 교육자료를 올렸더니 몇 시간 만에 수백 건이 클릭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는 평화와 통일이 더 진전된 시대일 터이니 이를 앞서 가르치는 것은 교육의 당연한 역할이기도 하다.

외국에선 이해하긴 힘든 법외노조, 정치기본권 제약
국제연대 통해 한국 현실 알리고 교육분야 협력도 강화
전교조 “그간 도움 많이 받았는데 이제 아시아 개도국 교사 돕겠다”

국제교직정상회의 모습
국제교직정상회의 모습ⓒ전교조 제공
국제교직정상회의에 참석한 김현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오른쪽)
국제교직정상회의에 참석한 김현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오른쪽)ⓒ전교조 제공

전교조를 향한 비이성적 공격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상태이고 교사이기 때문에 노동3권도, 정치기본권도 없다는 현실은 다른 나라 교사들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전교조는 국제연대를 통해 선진 교육제도와 정책을 배우고 한국의 교육현실을 알리면서 협력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지난 3월 14~15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세계 21개국의 정부 대표와 교원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국제교직정상회의(International Summit on the Teaching Profession, ISTP)가 개최됐다. ISTP는 교육 관련 국제회의 중 가장 권위 있고 비중있는 회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EI(국제교원단체총연맹)가 공동주최하는 이 회의는 각 나라 교육부와 교원노조가 함께 해야만 참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교육부 대표단과 함께 김현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들어 참석하지 못하다 7년 만에 정부와 함께 참석했다.

EI는 전 세계 172개국 401개의 교원단체(노조)가 가입되어 있으며, 유치원에서 대학교에 이르는 약 3000만 명의 교사 및 교직원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한국은 전교조와 교총이 가입돼있는데 EI에서도 전교조의 위상은 높다. 수잔 홉굿(Susan Hopgood) EI 회장은 국제교직정상회의 기간 전교조를 면담해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모든 국제 협약과 기준을 어긴 것이다. 노조의 구성원을 누구로 할지는 교사 본연의 권리로서 정부는 개입할 권리가 없다. EI 입장과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전교조는 합법 교원노조이며, 지금 당장 합법노조가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옥주 전임 수석부위원장에 이어 김현진 수석부위원장도 올해 열리는 총회에서 집행위원으로 선출돼 국제연대에 적극 참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등 한국의 현실을 알리는 것은 물론 창립 30년을 맞은 만큼 더 어려운 노조를 돕는 일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전교조가 창립되고 탄압받으며 전 세계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아시아 개도국의 교사와 교원노조를 지원해야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지부 차원에서 네팔 등과 자매결연을 하고 교육지원사업을 펼치는 곳도 있다고 김 수석부위원장은 소개했다.

일본 교원단체 및 양심적 시민단체와 함께 재일동포 민족학교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공정하게 지원하도록 촉구하는 활동도 전교조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진행해온 사업이다.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전교조의 발걸음은 계속 된다

취재를 마치고 김 수석부위원장에게 현장 교사 시절의 경험을 하나 들었다.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이 많은 전남의 초등학교 교사인 김 수석부위원장은 당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대부분 기본적인 문화생활도 경험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교육청에 학생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제안하고 약간의 재정도 지원받았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한 달에 한 번 문화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자신이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다니기도 했다. 어느 달에는 시내의 마트를 구경가기도 하고, 어느 달에는 미장원에 가서 머리를 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부모에게 ‘뭐 하는 짓이냐’며 항의를 받았다. 사회로부터 상처받아 마음이 닫힌 때문으로 김 수석부위원장은 생각할 뿐이다. 나중에 학생이 부모 대신 자신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고. 무언가 의욕을 갖고 나선 전교조 교사들이 숱하게 경험하는 이런 사례는 교실에서의 수업만으로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할 수 없는 현실의 높은 벽을 보여준다.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라는 드라마 대사에 빗댄다면 세상은 지옥인데 교실에서 아름다운 꿈을 가르쳐본들 얼마나 공허한가.

2013년 5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교조가 개최한 ‘협력·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수도권교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13년 5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전교조가 개최한 ‘협력·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수도권교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보수언론은 교과서 그대로의 판박이 수업이 교사의 본분이라고 강요한다. 시험에 나올 요점을 칠판에 쓰고 ‘밑줄 쫙’ 그어 요령껏 암기시키면 좋은 교사라고 한다. 그러나 19세기의 교실에서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실에서 교과서의 활자만으로는 창의적 능력을 키우는 교육도,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도 가능하지 않다.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교육시스템과 사회구조를 보다 더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전교조의 노력은 그래서 여전히 소중하다. 여기에 필수적인 것이 국민들의 공감과 지지일 것이다.

5월 28일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창립 30주년을 맞습니다. 민중의소리는 다섯 차례에 걸쳐 전교조 30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을 내보냈습니다.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1) 전교조 30년, 한국 교육이 변했다
2) 학교 현장이 바뀐다 ‘딥 체인지’
3)‘구의역 김군’도, ‘악질사장’도 없으려면..반드시 필요한 노동인권교육
4)특권과 승리가 아닌 삶과 행복을 위한 교육
5) 싸움만 한다구요? 국민과 함께 하는 전교조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
전교조 30년, 앞으로도 참교육ⓒ자료사진

고희철 기자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진실을 열심히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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