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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여성 건강 위협하는 생리대 속 내분비교란물질, 독소 없애려면

2년 전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는 자체 실험을 통해 여성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에 휘발성유기화학물질들(VOCs)을 포함한 여러 화학물질이 검출되며, 많은 여성들이 생리불순 등의 피해사례가 있으므로 생리대 안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국내에 유통되는 생리대를 전수조사하며 휘발성유기화학물질이 검출되나 그것이 ‘기준치 이하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는 또 다시 큰 반발을 일으켰습니다. 해당 물질들은 아주 적은 양에서도 내분비교란호르몬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데도 그러한 영향에 대한 고려가 되어 있지 않고, 점막에 직접 닿는 생리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식품처럼 경구독성을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지요.

당시에 일회용 생리대 사용 후 생리불순 등 건강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러한 물질에 대한 전수조사와 역학조사를 진행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그 후 정부의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결론은 역시 일회용 생리대 사용으로 인한 건강피해 확인을 위해서는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1년이 지나도록 생리대의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사실 이러한 연구는 매우 까다롭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어려운 분야입니다. 현대 사회는 생활의 편의를 위해 수만 가지의 화학물질들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만, 그 안전성에 대해서 평가된 것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그러한 화학물질의 복합적으로 사용될 때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이나, 이것이 환경호르몬으로서 내분비계에 작용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잘 평가되지 않고 있습니다. 발암물질과 내분비계교란물질에 대한 경고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그것에 대한 규제는 아주 일부 항목에 불과하며 우리는 이러한 잘 알지도 못한 채 사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에서 보듯이 심각한 보건 상의 문제가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통해서만 확인되기도 합니다. 아마 이번 생리대의 문제 역시 기존의 연구의 수준을 적용해서는 생리대 사용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인과 관계를 역학적으로 밝혀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출범식 갖고 생리대 유해성 규명이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출범식 갖고 생리대 유해성 규명이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자궁내막증 발병 위험을 2배 높이는 프탈레이트

하지만 내분비교란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들에 대한 기존 연구를 살펴보면 생리대에서 검출되는 적은 양의 화학물질이 어떤 영향을 줄 수도 있는지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에 발표한 식약처의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생리대에는 휘발성유기화학물질 외에 ‘프탈레이트’ 종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미 다양한 동물실험에서 자궁내막증이 있는 실험군이 정상군보다 혈중 프탈레이트 농도가 높다는 보고가 있었고, 북미에서 시행한 비교적 큰 규모의 연구에서도 고농도 프탈레이트 노출은 자궁내막증 발병 위험을 2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한 자궁내막증은 경증에서 중증까지 진행 정도가 다양한데, 국내 한 연구결과를 보면 프탈레이트 노출 정도와 병의 경중이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생리대에서 발견되는 프탈레이트들은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아동용 용품에는 아예 들어가지 않는 디에칠헥실프탈레이트(DEHP)나 화장품에는 사용하지 않는 디부틸프탈레이트(DBP), 다이아이소뷰틸프탄산(DIBP)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DBP와 DIBP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공중위생학부에서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DBP와 DIBP에 많이 노출될수록 아이의 지능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던 물질입니다. 또한 프탈레이트류는 생식기계통 뿐만 아니라 갑상선계통에도 작용하고, 유방이나 간의 암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하여 이미 유럽에서는 규제가 강한 물질입니다.

당시 조사에서 이러한 물질은 국내 생리대 제품에서 직구 수입 제품에 비해 2배~5배 높게 검출되었습니다. 식약처는 이러한 물질이 검출되었다 하더라도 안전허용치 이내이므로 안전하다는 입장이지만, 내분비계교란물질은 매우 적은 양으로도 작용하고, 또 흡수되는 경로가 무엇이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안전하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생리대 사용 후 월경부조나 생식기계통의 염증 등의 문제로 직접 고통받는 수많은 여성들은 존재합니다.

환경의 오염은 더욱 심각해지고, 다양한 경로로 체내에 들어오는 내분비교란물질들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환경오염이 반영된 해산물, 유제품, 고기 등의 먹을거리 오염이 주요 경로이지만, 의약품이나 미용제품의 사용, 물이나 공기를 통한 노출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발 대기오염이 포함된 미세먼지의 흡입도 하나의 환경호르몬 노출 경로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안전하다는 말만 믿고 살 수도 없겠죠.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생리대 유해성 규명이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독성생리대를 들고 있다.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회원들이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앞에서 생리대 유해성 규명이나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독성생리대를 들고 있다.ⓒ민중의소리

건강을 지키는 자구책들

제가 근무하는 의료사협에서 조합원 프로그램으로 하고 있는 활동 중에는 ‘해독단식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4~5주간의 절식, 단식, 회복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히 체중을 절감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방조직을 분해하고 땀과 대소변을 통해 지방에 축적된 유기화학물질의 배출을 돕고, 교육을 통해 단식 이후에 건강한 식생활을 추구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일상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의 노출되는 중요한 경로 중에 하나는 샴푸입니다. 유화제 성분과함께 쓰인 화학적 물질들은 두피를 통해 잘 침투하게 되는데 그것이 혈중에 흡수되어 장기적으로는 생리통의 원인이 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현재 저희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소모임을 통해 직접 천연샴푸를 만들어 나누고, 그러면서 유해한 화학물질과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청소년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면생리대 워크샵과 교육, 조합 내 행사에서 일회용품, 플라스틱 제품 사용하지 않기 활동들도 함께했던 활동입니다. 이러한 소소한 조합의 활동이 당장의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고 해도, 우리가 사는 지구 환경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실천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현승은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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