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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야산에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이 지난 10일 시작됐다. 백암리 야산을 비롯한 충남 아산 일대에선 1950년 9월 서울 수복 직후부터 1951년 1월까지 인민군 부역자라는 이유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학살당한 민간인 가운데는 부역자의 가족으로 몰려 죽은 어린아이와 여성들도 있었다. 무고한 민간인 약 800여 명이 아무런 법적 절차도 없이 온양경찰서와 경찰의 지시를 받은 대한청년단·태극동맹 등 우익단체에 의해 총살된 뒤 야산 등에 암매장됐다.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인근 지역인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에서 이뤄진 발굴에서 모두 208명의 유해를 발굴했다. 그 가운데 아이가 58명이었고, 어른 150명 가운데 80%가 여성이었다. 유품 551점도 출토됐는데 여성의 비녀가 89점에 이르는 등 아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학살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아직도 전국엔 아산처럼 한국전쟁을 즈음해 학살당한 민간인들이 암매장된 곳이 많다. 과거 ‘대한민국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결정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 발굴을 진행했지만, 이명박 집권 시기인 2010년을 끝으로 위원회가 해산되면서 작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전국엔 150여 곳이 넘는 민간인 학살 암매장 지역이 발굴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정부가 손을 떼자 민간이 발굴에 나섰다. 지난 2014년 한국전쟁유족회와 여러 시민단체들이 모여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꾸려 유해발굴에 나선 것이다. 시민단체와 시민의 후원, 그리고 발굴 작업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등 민간이 직접 나서 경남 진주시 명석면 용산리 용산고개 발굴을 시작으로 이번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발굴까지 7차에 걸쳐 발굴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충청북도와 아산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가 있었지만, 민간이 주도해 발굴을 진행하는 만큼 재정적, 행정적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가 자신의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을 학살한 명백한 국가범죄다. 국가가 저지른 범죄의 진상을 밝히고, 억울하게 죽어간 민간인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언제까지 유족과 민간에 떠넘길 것인가? 지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도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현재 국회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병합심사 중이다. 하지만 법안은 아직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내년이면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된다.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가족의 시신이나마 편안한 곳으로 모실 수 있도록 이제는 국가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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