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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강제징용 판결 반복되면? 박근혜 표정 상상된다…외교부 작살난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이 일제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청와대 보고에 앞서 열린 외교부 내부 회의에서 피해자들이 승소한 기존의 대법원 판결을 뒤집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판결을 뒤집지 못할 경우를 우려해 ‘작살난다’는 등의 거친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전 장관은 당시 발언은 잘못 기재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에 윤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전 장관은 2013~2014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집한 이른바 ‘소인수회의’에 두 차례 참석해 차한성·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과 함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을 미루거나 기존의 대법원 배상 판결을 뒤집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당시 윤 전 장관은 강제징용 배상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정권이 날아갈 수 있다’, ‘VIP(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정이 상상이 간다’는 등으로 우려했다. 나아가 그렇게 될 경우 ‘외교부는 작살난다’며 외교부 간부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검찰은 윤 전 장관이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기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등으로 소인수회의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검찰은 2013년 11월 윤 전 장관이 주재한 외교부 간부 회의 내용을 정 모 사무관이 받아 적은 문건을 공개했다.

윤 전 장관은 이 회의가 있었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검찰이 “이 회의에서 청와대 보고에 대해 논의했고, 당시 ‘법적 차원을 넘어 정치, 외교적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다. 정권이 날아가는 문제다’라고 발언했느냐”고 질문하자 대답을 회피했다.

그는 검찰 대신 재판부를 바라보며 “이런 게 제가 비공개 재판을 원한 이유”라며 “방청석에도 여러 사람이 와있고, 앞으로 현 정부가 대일 협상에 있어 민감한 사항이 있어서 구체적 답변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질문을 바꿔 “일본과의 관계와 관련해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외교적으로 심각한 문제라는 말은 계속 있어왔느냐”고 묻자 “외교부 간담회나 정부기관 회의 등을 통해 상당히 공감됐던 부분이다. 행정부에서는 의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전 장관은 또 당시 회의에서 ‘VIP 표정이 상상된다. So What?(그래서) 결론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판결 나면 끝이다.’ 등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어떤 판결이 나와도 좋은데 다만 그 판결이 국내적 측면 뿐 아니라 한일관계 등 국제법적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제법적 측면을 충분히 고민하면 어떤 결론이 나와도 행정부 등에서 대응하는데 국익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답했다.

검찰은 회의 문건을 제시하며 ‘판결이 반복되면 외교부는 작살난다’는 윤 전장관의 발언에 대해 “상당히 거친 표현을 사용하면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관련 지시를 내린 걸로 보인다”고 물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승소했던 기존의 대법원 판결이 반복될 경우, 한일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청와대의 입장과 배치돼 외교부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처해진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은 “제가 이렇게 과격한 발언을 했을까는 저도 의문”이라고 운을 떼며 “아마 반복이 아니라 번복을 잘못 기재한 것 같다”고 부인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반복이라는 얘기를 한 경우는 제 기억에는 잘 없었을 것 같다. 제 말이 워낙 빨랐기 때문에 제 말을 잘못 받아 적었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 말을 잘못 받아 적은 걸로 생각된다”고 중언부언했다.

아울러 이날 증인신문 과정에서 윤 전 장관은 일제 전범기업 신일철주금의 소송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들과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이 제시한 윤 전 장관의 일정표에 따르면 그는 2013~2014년 김앤장 고문으로 있던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과 현홍주 전 주미대사를 수차례 만났다. 두 사람은 외교부 재직 당시 윤 전 장관의 상관이었다.

윤 전 장관은 앞선 검찰조사에서 “만찬 중에 유 전 장관이 (강제징용 소송에 대해)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제 반응이 신통치 않자, 김인철 국장을 불러 추가설명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강제징용 관련 대화가 오간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저는 국가 업무를 한다고 생각해서 두 사람이 이런 말 하는 데는 정중하게 회피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는 검찰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관련 회의 내용을 유 전 장관, 현 전 대사 등 김앤장 쪽에 직접 말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회의결과를 일반 사익, 변호사 회사에 알려준다는 것은 외교부 장관 본분에 맞지 않다”며 부인했다. 그러면서 “다만 다른 경로를 통해 알았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전 장관이 유 전 장관과 현 전 대사를 만난 이후에는, 김앤장 내부에서 만남 당시 대화가 문건으로 정리됐다.

검찰이 제시한 김앤장 소속 한모 변호사의 메모에는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선고 후 외교부 입장 불명확, 밝힌 적 없음. 주말내로 가급적 빨리.’ 등으로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을 하라고 재촉한 정황이 담겼다.

또 다른 김앤장 소속 최모 변호사가 작성한 문건에는 ‘2월 17일 외교부 동향. 2012년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다는 공감대 있음. 참고인 제도 필요성 공감. 의견서 제출 이후 신속 판결 희망. 시기는 2015년 희망’ 등으로 적혔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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