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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천사? 우리는 추락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호소

서울아산병원 고 박선욱 간호사,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의 연이은 죽음 이후, 시간은 흘렀지만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된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과 과중한 업무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보건의료 노동자인 '간호사'들은 여전히 병원 현장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간호사 노동환경 개선과 처우와 관련한 대책들을 내놓았지만, 현장 간호사들은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아 비판했다.

15일 오후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남인순 의원실 공동 주최,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대위,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동 주관으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국회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15일 오후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남인순 의원실 공동 주최,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대위,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동 주관으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국회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민중의소리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연이은 간호사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해당 토론회는 정의당 윤소하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남인순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고,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토론회에는 두 간호사의 유족을 비롯해 전·현직 간호사들이 참석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토론의 좌장을 맡은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본부장은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시의료원, 서울시에 토론자로 나와주길 요청했지만 나오지 않았다"며 "병원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간호사 노동환경 바뀌지 않으면, 신규간호사 늘어도 소용 없어"

토론회에 참석한 간호사들은 두 간호사의 죽음 이후에도, 병원 현장에서는 여전히 간호사들의 과중한 업무와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고려대병원 1년차 간호사인 A 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최근에 간호사 처우 개선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병원에서 무언의 압박을 받았다. 부서이동된 지 8개월 밖에 안 됐는데, 또 부서이동을 하라고 압박이 들어오고 있다"며 "수간호사로부터 폭언을 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A 씨는 "작년만 해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할 정도로 힘들었다"며 "초과 근무도 평균 4~5시간 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간호사 개인이 도움을 요청하고 싶을 때 구제신청이나 소송을 건다는 게 정말 어렵다"며 "간호사들이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그만 둔 간호사 B 씨는 "제가 맡았던 환자는 10명이었는데, 저랑 같이 졸업한 친구들은 한 번에 환자 20~30명을 봐야했으니까 제가 운이 좋았다"며 씁쓸해 했다.

그는 "교과서의 이론을 현실에 일치시킬 수 있도록 간호사를 적정하게 배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8시간 3교대인데, 왜 인수인계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쳐주지 않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간호사연대 등은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성내천 뚝방길에서 집회를 열고, 촛불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
간호사연대 등은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성내천 뚝방길에서 집회를 열고, 촛불을 들고 행진을 벌였다.ⓒ민중의소리

곧 30년차 간호사가 되는 C 씨는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많은 후배들이 병원을 떠났다며 "간호사 업무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지만, 그동안 함께 일해 온 후배들을 봤기에 (간호사라는 직업을) 권장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C 씨는 "많은 대학병원들이 외관은 화려하고 인원도 많이 뽑지만, (간호사들이) 실제로 직접 봐야하는 환자들은 줄지 않는다. 30년 전에 18~20명 보던 환자를, 지금도 여전히 병동에서 18~20명씩 보고 있다"며 "그런데 환자들의 중증도는 굉장히 높아졌다"고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간호사를 '날개없는 천사'라고 하면서, 그 프레임 속에 넣고 너무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간호사들은 날개가 없는 것 뿐만 아니라 추락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나 병원이나 사회에서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3교대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E 씨는 "우리 병동은 간호사 1명이 환자 12명을 봐야한다"며 "10년 전에 간 이식 환자들은 중환자실에서 하루 정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복실에 30분~1시간 있다가 바로 병동으로 온다. 이 때 병동 간호사가 느끼는 중압감은 나머지 환자들을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간호대 정원을 늘리고, 유휴인력 채용을 늘린다고 한다. 지금 (현장 간호사들은) 본인의 목숨을 내놓고 업무하는 환경인데, 이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간호사들이 병원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간호사 한 명당 간호하는 환자 수를 줄이는 방향에서, 인력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 듣고 실효성 있는 정책 만들어달라"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간호사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전담간호사를 병원 규모에 따라 최대 5명 이내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해당 사업에 대해 2020년까지 약 76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또한 그간 '태움'의 원인으로 지목된 간호사 인력난에 대한 대책으로, 간호대 입학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오는 2022년까지 신규 간호사 10만명을 배출한다고 밝혔다. 경력단절 간호사의 복귀를 지원해 유휴인력 재취업 인력도 2017년 1만2000명에서 2022년 2만2000명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간호사들은, 이같은 정부 정책이 과거 정책의 반복이라고 지적했다.

현직 간호사 E씨는 "그동안 수십 년 간 현장 간호사들이 문제를 지적했고, 이를 결코 보건복지부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신규 간호사를) 병원에 불러오는 게 문제가 아니라, (현재 일하는 간호사들을) 병원에 남아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호사 면허 소지자를 늘려봤자, 이 문제가 절대 해결되지 않고, 같은 문제가 반복될 뿐"이라면서, "간호인력을 관리해야 하는 보건복지부에서 문제의 핵심인 '한 간호사가 너무 많은 환자를 보는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다른 문제에만 접근하려 하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대병원 8년차 간호사 최원영 씨는 "작년 3월에 응급중환자실로 가게 됐고, 올해 1월까지 응급근무했다"며 "(부서이동할 때) 제가 교육 며칠 받은 지 아냐? 6일 받았다"고 당시 막막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이어 "제가 7년 전에 1년 정도 중환자실에서 일했다"면서 "여기 계신 분들 중에 7년 전에 무슨 일 있었는지 기억하는 분 계시냐"며 현장 간호사 교육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최 씨는 "간호사가 새로운 부서에 가거나, 학생이 졸업하고 바로 실무에 투입됐을 때, 그 부서에 특화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3천명의 간호사가 있는 병원에 교육전담간호사 5명을 배치해준다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배고파서 굶어죽을 것 같은 사람에게 쌀 한 톨 나눠주는 정책"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저희 병원에서는 중환자실 신입간호사의 교육을 2개월 한다"며 "캐나다 같은 곳에서는 1년 교육한다. 심지어 신규 간호사는 발령도 내지 않는다. 애초에 중환자실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최 간호사는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울며 호소했다.

"자살 산재, 중대 범죄이며 기업 살인"

고(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앞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산재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고(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는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앞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 산재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민중의소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고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승인과 '직장 내 괴롭힘' 근절 법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발제했다.

지난해 2월 15일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던 신규 간호사 박선욱 씨는 병원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목숨을 끊었다. 올 3월 근로복지공단은 고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과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하며 산재 인정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권 노무사는 "(공단이) 고 박선욱 간호사의 자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병원 사업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의미를 짚었다.

권 노무사는 고 박선욱 간호사의 산재 승인의 한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동료 6~7명의 경찰 조서와 카카오톡 메시지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 괴롭힘에 대한 간접 증거가 있었지만, 판정위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초과노동 등 과중한 업무시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주장했지만, 판정위는 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주, 동료 조사 등 적극적인 조사가 부족했고, 이를 강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었다"며 "적극적인 조사가 이뤄졌다면, 적극적인 괴롭힘의 증거를 찾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인력 충원, 업무시간 준수, 연장수당 지급 등 사업장의 현실적인 조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가 법에 도입됐다, 하지만 권 노무사는 고인이 생존할 당시 '직장 내 괴롭힘 법안'이 있었더라도, 신고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 등 직무와 관련된 과로 및 스트레스로 유발된 '자살사건'에 대한 사업주 처벌조치 및 적극적인 예방조치의무가 (법에)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며 "자살 산재에 대해서도 중대한 범죄 또는 기업 살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며 이에 대해 강력한 민사적 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노무사는 간호사들의 노동환경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10년 전에 간호사 자살 사건을 맡았을 때, 산재가 안 된 유족이 찾아왔었는데, 그때 사건을 열심히 했지만 결국 뒤집지 못했다"며 "그 때랑 지금 과연 어떤 환경이 달라졌을까, 간호사의 (노동)실태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 철저한 진상규명 이뤄지지 않아"

서지윤간호사사망사건시민대책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서울시 산하 진상조사위 출범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3.12.
서지윤간호사사망사건시민대책위원회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서울시 산하 진상조사위 출범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03.12.ⓒ뉴시스

서울의료원 간호사인 김경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장은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과 관련해 향후 과제를 설명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의료원의 6년차 간호사 서지윤 씨는 행정부서로 이동된 지 18일 만인 올해 1월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병원 사람들은 조문을 오지 말라'는 유서를 남겼다.

서울시는 유족과 시민대책위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진상대책위를 구성했다. 서울시 진상 대책위는 보건의료 3인, 노동·안전 3인, 인권 1인, 감정노동 2인, 법률 1인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김 간호사는 "서울시 진상 대책위원회의 활동이 보장된 2달이 지났다"며 "진상대책위는 3차례나 고 서지윤 간호사가 함께 일했던 병동의 간호사 및 조무사 보조원의 전수조사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고 서지윤 간호사 유족과 시민대책위가 서울시 진상대책위의 진행 경과를 듣기 위해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김 간호사는 "서울의료원 특정 집단에서 진상조사에 응하는 간호사들의 조사내용을 녹취 및 사전 질문지와 날짜 별 인터뷰 명단 공개를 요청했다고 한다"며 "조사 시 녹음을 한다면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겠냐"고 따져물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조직적, 구조적 괴롭힘도 결국 구체적인 가해자의 행위로 드러나게 된다"며 "조직적인 괴롭힘을 '빙산'으로, 대인 간의 괴롭힘울 '빙산의 일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 전문의는 "이번 사건에서 비체계적이고 부족한 신입 간호사 교육, 과중한 업무 압력 등이 구조적인 일과 관련된 괴롭힘으로 작용했으며, 이런 환경이 대인 간 갈등으로 이어졌다고 봐야 한다"며 서 간호사의 사망 요인이 '병원의 구조적인 태움'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노동부 산업보건과 고병곤 사무관은 "간호사 직무스트레스에 대해 지난해 측정 도구를 개발했고 올해 측정도구를 실제로 적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장시간 근로가 심각한 사업장에 대해서 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올 하반기 의료기관 100개소에 대해 직접 특별·기획감독을 하려고 한다. 일부 사업장의 장시간 근로가 문제가 되는 경우 근로감독과 합동으로 적용할 예정"이라며 "서울의료원과 서울아산병원은 특별근로감독에 준해서, 기획 감독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홍승령 간호정책 TF 팀장은 "보건복지부가 만든 수많은 대책들이 이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시작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복지부 내에서 간호사 정책 TF가 올 2월에 발족됐다는 것은 기존의 대책을 이행하는 과정을 모니터링을 하면서 간호사 근무환경과 관련 업무를 어떻게 하면 좋을 지 전문적으로 고민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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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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