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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톡] 막말은 다 같다고? ‘달창’과 ‘토착왜구’는 다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당동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대구·경북지역 규탄대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2019.05.11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당동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대구·경북지역 규탄대회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2019.05.11ⓒ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대구 집회 당시 내뱉은 '달창' 발언에 대해 사과했지만, 성난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사과했으면 됐지, 왜 자꾸 비판하느냐"라고 되레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먼저 총대를 멘 사람은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었습니다. 지난 13일 정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은 문제도 없는데 사과까지 이미 했다며 "지들은(자기들은) 우리보고 도둑놈들이니, 토착왜구니, 독재후예니 해놓고 사과라도 한 적 있나"라고 따졌습니다.

이러한 '너나 잘하세요'라는 프레임이 먹힌다고 생각했는지, 자유한국당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막말 역공세'를 이어나갔습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겠다는 자신에게 '사이코패스'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 불쾌해하면서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막말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자유한국당 보고 '막말하지 말라'고 말할 입장인가"라고 화살을 돌렸습니다. 또 "그동안 막말한 게 누구냐. 저도 민주당에 참 많은 막말을 들었다"라며 "그런데 왜 막말하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라고 성토했습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내부 회의에서 "대구 발언을 가지고 (여당이) 5일째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이 지났지만, 마땅히 내놓을 정책 성과도 없고, 지지율도 형편없으니 이런 걸 만회하기 위한 속셈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자유한국당 소속 여성 의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발적인 말실수 하나로 야당 원내대표의 인격을 말살하는 '야당 죽이기'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라며 "'야당 원내대표 죽이기' 혈안 된 여당,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자유한국당은 누가 더한 '막말'을 하고 있는지 경쟁이라도 하자고 할 기세입니다.

'달창'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극단적으로 깎아내렸을 뿐만 아니라 여성 혐오적인 표현이었던 만큼 그 어느 '막말'보다 논란이 컸습니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제1야당 원내대표가, 그것도 공개적인 장소에서 열린 대중집회에서 마이크를 들고 했다는 점은 분명히 책임져야 할 부분입니다.

나 원내대표도 뒤늦게 논란이 커질 분위기가 감지되자 자신의 명의로 된 사과문을 서둘러 기자들에게 배포했습니다. 해명의 요지는 '어떤 뜻인지 모르고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15일 기자들과 만난 나 원내대표는 정치권 안팎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이미 입장을 충분히 말했다"라며 책임을 슬쩍 피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혐오 표현인 ‘달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혐오 표현인 ‘달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규탄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국회의원이 국민을 모욕한 것, 국민이 국회의원을 비난한 것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바람과 달리, '달창' 파문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민주당이 정치공세를 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게만 볼 수 없습니다.

사실 정치인의 '막말' 논란은 부끄럽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숱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달창' 발언이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가 된 이유는, 바로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놓고 모욕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문 대통령을 향한 "문재인 독재자",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막말이나,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향한 "토착왜구", "사이코패스"라는 막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간접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 유권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정치적 견해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국정농단을 저지른 박근혜 전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든 '촛불집회'도, 청문회나 법안심사 도중 국회의원 휴대폰으로 쏟아진 '문자폭탄'도 그 일환입니다.

반대로 국회의원은 사회에서 가장 주요한 '공인'으로서, 유권자의 비판과 사생활에 대한 관심까지 어느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인 합의입니다.

이는 법원 판례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겨냥해 '종북에 기생해 국민들 피 빨아먹는 거머리떼들', '종북보다 더 나쁜 종북' 등의 막말을 쏟아낸 건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공론장에 나선 공적 인물은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공론장에 나선 공적 인물'입니다. 나 원내대표에게 쏟아지는 "토착왜구"라는 비난이 과연 나 원내대표가 유권자를 겨냥해 내뱉은 "달창"이라는 막말과 같은 무게감을 지닐 수 있을까요? 지금 국민들은 나 원내대표에게 '공적인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것을 자유한국당만 외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치톡’은 정치팀 기자들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슈의 전말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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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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