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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보경찰, ‘개혁’ 아닌 ‘폐지’로 나아가야

오늘 새벽,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불법 정치 개입, 불법 사찰한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 심사가 진행됐다. 심사 결과,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구속됐다. 이번에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 ‘정보경찰’ 이슈를 핵심 관련자들 1-2명 구속시키고 수사하는 것으로 끝낼 수 없다. 정보경찰을 동원해 정부에 유리한 정보를 넘기며 ‘끄나풀’ 역할을 자행해 온 악행을 제대로 끊어야 한다. 그러자면, ‘정보경찰’의 기능과 역할, 권한에 관해 ‘개혁’이 아닌 ‘폐지’로 가닥을 잡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경찰은 강신명·이철성 두 전직 경찰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고의로 본질을 흐리는 말을 뱉고 있다. 심각한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은커녕 ‘관행’이라는 둥, ‘경찰 망신주기’이라는 둥 허튼소리를 하고 있다. 일부 언론도 마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둘러싼 샅바 싸움이라는 식의 프레임으로 몰고 가며 수사권 논쟁으로 싸움을 붙이려는 경향을 띠고 있다. 정보경찰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유리하게 정치개입을 하는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해 단죄하는 것인데 마치 정치적인 문제인양 물타기를 하는 것이 볼썽사납다.

현재 정보경찰은 경찰청과 경찰서의 정보국, 정보과, 정보계 소속으로 치안 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 등을 담당한다. 말이 치안 정보이지 실제 내용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권력유지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는 야당, 진보,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정권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공한 것이다.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변을 좌파단체로 규정하고 불법사찰을 자행했다. 게다가 이러한 단체에서 활동하는 진보인사를 제압할 방안을 문건으로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했다. 당선된 진보교육감을 압박하기 위해 부교육감들을 뒷조사하고 성향에 따라 좌천시키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고,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인 故 염호석 시신 탈취 사건에도 개입했다. 공무원 신분인 경찰이 각종 선거에 개입했다. 2011년 11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박원순 후보 동향을 파악하고 시민단체를 사찰, 선거 판세를 분석하는 문건을 작성했고,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찰 공약을 보강해주기도 했으며, 2014년 7월 재보선에서 박근혜의 호감도를 올려 여당 지지세를 견인해야한다는 선거 전략을 짜고 여당 우세 지역 판세 분석을 했다.

박근혜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도 정보경찰은 ‘좌파세력 대응방안’이라는 문건을 작성해 청와대 위기 타개 방안을 손수 마련해줬다.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외압을 폭로한 윤석열 사건엔 침묵하고, 소위 ‘건전언론’의 도움을 받아 이석기 전 의원 내란음모사건을 띄워 여론전을 펼치라고 한 것이다. 경찰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자기 임무를 저버리고 박근혜 정부를 위해 충성을 다하며 ‘불법흥신소’, ‘사병’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이는 심각하게 헌법 규정과 실정법을 위한 엄중한 범죄행위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개혁’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들에게 ‘셀프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검찰이나 경찰이나 자신의 못된 버릇을 스스로 고치는 선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기회에 정보경찰에 대한 정치 정보 수집 기능을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일말의 죄의식도 없이 ‘관행’이 될 정도로 불법을 저질러 온 정보경찰을 폐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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