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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가장이니까...여자는 반찬값 번다? 생계에 성별은 없다”
17일 오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수도권 지역 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공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3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2019.05.17
17일 오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수도권 지역 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공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3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2019.05.17ⓒ김철수 기자

"100:37.5"

이는 2018년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 대비 여성 비정규직의 월 평균임금의 비율을 나타낸 수치다. 남성 정규직 노동자들과 비교해보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올해 5월 17일 이후부터 12월 말까지 무급으로 노동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박사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해 발표한 '2018년 비정규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50.7%이다. 즉, 여성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17일 오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수도권 지역 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공동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3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여성노동자회 11개 지부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성별임금격차의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해 2017년부터 매년 '임금 차별 타파의 날'을 제정해 기자회견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 노동단체들은 비정규직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문제를 언급하며 "이 차별 뒤에 숨은 것은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로 설계된 한국 사회의 성차별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생계에 성별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오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수도권지역 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공동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3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2019.5.17
17일 오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수도권지역 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공동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3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2019.5.17ⓒ김철수 기자

시간제 초등 돌봄 교사 "쪼개기식 일자리... 시간 연장하라"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여성 노동자들이 참석해 발언했다.

시간제 초등돌봄노동자 이미정 씨는 "돌봄의 취지는 무엇이냐, 여성의 가정생활과 일 양립을 위한 것 아니냐"면서 "학부모가 안심하고 맡길 수 없는, 돌봄사각지대가 있어서야 되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 노동시간을 고려한 돌봄이 있어야 안심하고 직장에 다닐 수 있지 않겠냐"면서, "(그런데 교육청은) 쪼개기식 일자리로 반쪽짜리 노동자를 양산한다. 올해 3월,시간제 돌봄만 297개 더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돌봄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시간제 돌봄교사 노동시간 연장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와 학부모가 행복한 돌봄교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립 생존 꿈꾸는 간호조무사 "최저임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 깨달아"

서울여성노동자회에서는 '독립 생존을 꿈꾸는 30대 초반 여성 노동자'인 4년 차 간호조무사인 A 씨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A 씨는 주 41시간 근로를 하며 기본급 월 160만원에 식대 10만원을 받았다. 160만원은 통장에 입금되며, 식대는 현금으로 받는다. 임금 명세서는 별도로 없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임금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한 상황임에도, A 씨의 원장은 직원들을 개별 면담한 후 각각 임금을 인상해주는 방식으로 위화감을 조성했다. 임금을 노동자를 통제하고 길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A 씨가 원장실에 불려가 면담한 후 올려받은 임금이 월 160만원이다. 하지만 2019년 최저임금은 월 174만 5,150원이다. 매달 10만원 씩 별도로 지급되는 중식비가 있다지만, 이마저도 원장실에서 직접 현금으로 주며 생색을 내는 상황이다.

그는 몇 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최저임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17일 오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수도권 지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공동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3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2019.05.17
17일 오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수도권 지역여성노동자회, 전국여성노동조합 공동주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3회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2019.05.17ⓒ김철수 기자

4인 가족 생계 책임지는 청소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하라"

이들은 또 초등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53세 여성 노동자 B 씨의 이야기도 소개했다.

B 씨는 "아픈 남편과 자녀 2명을 책임지고 있는 실질적인 여성 가장"이라며 "주당 30시간 일하고 임금은 최저임금을 적용받는다. 식대가 별도의 수당으로 지급되어 월 13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데 방학 동안에는 그 일 마저도 할 수 없다. 주 3일, 월·수·금 18시간만 일한다"며 "방학기간이 1년 중 3개월 가량이니 연중 4분의 1은 월 70만원의 돈을 받고 일한다"며 생계 유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B 씨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4인 가족 2019년 생계급여 기준액은 138만4,061원"이라며 "이에 미치지 못하는 월 평균 115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교육청에 "청소 노동자들을 상시 근무로 전환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달라"면서 "생활임금을 고려해, 4인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여성노동자가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여성노조원, 한국여성노동자회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 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가부장제,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고용상 성차별' 등이 적힌 검은 천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5.17.
전국여성노조원, 한국여성노동자회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 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가부장제,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고용상 성차별' 등이 적힌 검은 천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5.17.ⓒ뉴시스

가사 노동자, "우리도 당당한 노동자이고 싶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C 씨는 "우리는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도 받을 수 없다"며 "일하다 다쳐도, 고객의 요구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도 구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대우조차 받을 수 없고,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보이지 않는 노동을 하는 우리 가사 노동자는 이 사회에서 설자리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회를 달라"며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진정한 노동자이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나지현 위원장은 "(남성 정규직 임금과 여성 비정규직 임금의) 시간급 격차가 조금 줄었다"며 이를 "최저임금 인상 효과"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래도 임금 격차는 여전하다"며 "여성 일자리 노동 시간을 줄이고, 시간제 일자리만 만드는 정부와 회사 때문에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배진경 대표는 "저희가 현장 인터뷰를 다녀본 결과, 많은 이들이 '네가 가장이 아니니까, 생계비를 버는 사람은 네가 아니고 남자니까, 그러니 네 임금이 적어도 괜찮지 않느냐'는 말을 계속 들었다고 한다"며 "우리가 버는 돈은 모두 우리의 생계를 위해 쓰인다. 그 돈에 대해 함부로 정의 내리고, 판단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들은 '여성은 기간제가 좋잖아', '애기 아빠니까 승진해야지', '여자의 임금은 반찬값', '여자니까 월급 적게 받는 게 당연하지?', '남자가 가장이잖아' 등이 적힌 10개의 검은 천을 찢었다. 이는 가부장제와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고용 상 성차별 등을 타파하자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였다.

전국여성노조원, 한국여성노동자회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 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가부장제,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고용상 성차별' 등이 적힌 검은 천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5.17.
전국여성노조원, 한국여성노동자회원들이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 타파의 날 기자회견에서 '가부장제, 남성생계부양자 이데올로기, 고용상 성차별' 등이 적힌 검은 천을 찢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9.05.17.ⓒ뉴시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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