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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런 상황 보려고 그 단어를 기사로 낸 게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오른쪽)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비속어를 사용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2019.05.17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오른쪽)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비속어를 사용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2019.05.17ⓒ정의철 기자

그 단어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지 일주일이 됐다.

일주일을 지켜보며 절망감이 들었다.

반대편 비판을 하겠다며 특정 질병을 언급해 환자들에게 상처 주는 정당 대변인, 비판하는 사람의 아버지에게 색깔론 씌우는 국회의원, 그 단어엔 표준어로 다른 뜻이 있다는 두둔.

11일, 우연히 주말 당직에 걸려 대구에 갔다.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STOP 국민심판 대회’ 후, 나는 기사 작성을 두고 고민해야 했다. 그 단어를 제목에 쓸 것인지 말 것인지…. 입력해놓고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온갖 혐오를 담은 그 말이 알려지는 게 옳은 일인지 판단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제1야당 원내대표가 입에 올린 막말이 공론장에서 유통되는 걸 그냥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쓰는 걸 막을 수야 없지만, 적어도 수면 위에 그 단어가 올라와 버젓이 쓰여서는 안 될 일이었다. 문화의 오염이었다.

그 단어가 제목으로 쓰인 기사를 올렸고,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다음 날은 그 막말 기사가 포털사이트 정치 뉴스란에 편집되어 순위권에 올랐고, 그다음 날인 월요일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오르내렸다. 말과 함께 분노도 퍼져나갔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간 제1야당 원내대표와 주변 사람들의 행동은 기대를 벗어났다.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사과 메시지 전하고 할 것 다 했다는 제1야당 원내대표, 두둔해보겠다고 아무 말이나 하는 주변 사람들…. 이런 모습을 바란 게 아니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번 주 지지율 조사가 말해준다.

그날 KTX 동대구역에서 대구문화예술회관 앞까지 날 태우고 간 택시기사는 황교안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수성구 초입에서는 “여기가 김부겸 된 동네”라며 “여기 사람들이 찍은 이유가 있겠지”라고 했다. 택시 타고 도착한 대구문화예술회관 앞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연설 중 “지난번(총선)에 대구에도 약간 이상한 표가 있었다”라고 했다.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나 원내대표가 ‘이상한 투표’라고 부른 선택을 한 사람들 중엔 자유한국당을 지지했던 시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혐오 단어를 내뱉고, ‘이상한 표’라고 쏘아붙이고…. 그가 보통 사람만큼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가 한 말이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자 뿐만 아니라 유권자 전체를 모욕하는 발언임을 왜 모르는 걸까. 지지율이 떨어지는 걸 눈으로 봐야 그게 확인되는 건가.

잘못에 걸맞는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국회의원 하는 일의 절반 이상은 다 말이라고 들었다. 요만한 말실수만 해도 온갖 조리돌림을 당하는 연예인들을 만나며 ‘억울하겠다’는 생각 수없이 많이 했었는데, 요만큼 동정심도 가지 않는 막말 상황은 처음이다.

한 연예인이 ‘엄마 걸고 하는 맹세’ 손동작을 했다가 TV에 7개월간 얼굴을 못 내민 적이 있다. 자숙하고도 TV에 이전만큼 잘 나오지 않는다. 소셜미디어 개인 계정에서 한 행동이었고, 누굴 모욕하려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질타에 고개 숙이고 행동으로 반성을 보였다. 유독 연예인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요즘, 그보다 큰 책임을 가진 이들은 뭐가 그렇게 떳떳한지 모르겠다.

연예인과 정치인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관심과 사랑 양 날개 중 하나만 있으면 추락하기 쉽다. 떨어지는 지지율을 보며 나 원내대표와 주변 사람이 느끼는 게 있었으면 한다.

이동현 기자

가요/방송 분야를 담당하는 연예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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